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감칠맛이라는 배후세력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09-14 19:38:14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문화 가정의 주부들과 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베트남 출신의 한 여성이 고충을 토로했다. 베트남에서 평생을 매일같이 먹던 ‘느억맘’을 먹지 못해 괴롭다는 게 요지였다. 생선과 소금을 섞어서 발효시킨 느억맘은 베트남인에게 가장 중요한 조미료다. 나는 국과 찌개를 끓일 때, 간장이나 액젓 대신 느억맘을 사용하라고 권했다. 대신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했다. 감쪽같이 속을 것이니 절대 안심하라는 말도 했다.
베트남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조미료인 느억맘.
인간의 혀가 느끼는 맛은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네 가지였다. 이는 기원전 4세기경 아리스토텔레스가 ‘영혼론’에서 정의했다. 매운맛은 혀가 느끼는 통증, 즉 통각이기 때문에 미각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네 가지 맛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00년이 훌쩍 지난 20세기가 되어서였다. 1908년 다시마에서 감칠맛 성분인 글루탐산을 발견한다. 그리고 1985년 짠맛 신맛 단맛 쓴맛에 이어 감칠맛을 제5의 맛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그 정체가 규명된 것이 최근 일뿐 감칠맛은 인간이 단맛과 더불어 태초부터 좋아했던 맛이다. 단백질을 분해하면 여러 가지 아미노산을 얻을 수 있는데 이 아미노산의 일부가 감칠맛을 낸다. 대표적으로 글루탐산 이노신산 구아닐산 등이 있다. 글루탐산은 토마토나 콩 그리고 다시마 등에, 이노신산은 생선과 육류에, 구아닐산은 각종 버섯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문제는 단백질을 분해해야 감칠맛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류가 단백질을 분해해 감칠맛을 얻는 방법 중의 하나로 발견한 것이 발효다. 한국인에게는 콩을 발효시켜 얻는 간장, 된장 등 두장(豆醬)이 익숙하다. 하지만 두장 못지않게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발효 조미료가 어장(魚醬, Fish sauce)이다.

대표적인 것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 지역에서 만든 가룸(Garum)이다. 다양한 생선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키면 위에는 맑은 국물이 뜨고 아래에는 침전물이 생긴다. 이때 위에 뜬 맑은 국물을 가룸이라하고 아래에 가라앉은 침전물을 알레크(allec)라고 했다. 가룸은 귀족의 조미료였고 알레크는 서민의 조미료였다. 우리나라 생선 액젓 만드는 방식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비단 가룸뿐만 아니다.

베트남의 느억맘, 태국의 남프라, 필리핀의 파티스, 인도네시아의 케깝이칸 등은 이름만 다를 뿐 모두 생선과 소금을 발효시켜서 얻은 액젓이다. 심지어 멸치 샛줄멸 밴댕이 청어 등 청어목 청어과의 작은 생선을 사용하는 것까지 동일하다.

감칠맛은 서로 다른 성분이 결합할 때 증폭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소의 양지나 닭 혹은 마른 멸치를 넣어 미리 국물(이노신산)을 내고, 여기에 다시마(글루탐산)나 버섯(구아닐산)을 곁들이고, 마지막으로 국간장이나 액젓으로 간(글루탐산)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모든 조리법은 결국 감칠맛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니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국간장 대신 느억맘으로 간을 한들 아무 상관없다. 인류가 먹는 음식은 어차피 감칠맛이라는 배후세력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감칠맛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어차피 하나다. 맛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0. 10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4. 4‘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5. 5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6. 6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