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캐스퍼의 질주와 상생

노사 등 동반성장 첫 모델…광주형 일자리 사업 결실

부산형 등 전국 5개 사업, 지속적 성공 담보하려면 상생 정신 흔들려선 안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국내 최초 경차 SUV인 캐스퍼의 질주가 심상찮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2만5000여대가 사전계약되면서 현대자동차 내연기관차 중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올해 생산 물량이 사실상 완판이라고 한다. 현대차로부터 위탁 받아 광주에서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관계자들조차 예상 밖이란 반응이다. 캐스퍼의 쾌속 출발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첫 결실이라는 점이다. MZ 세대를 겨냥한 100% 온라인 판매나 디자인 등 높은 상품성 외에, 일부의 예상보다 높긴 했으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이 돌풍에 영향을 미쳤으리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요컨대 가성비가 좋다는 이야기다.

주지하듯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국내 첫 노사 상생 모델이다. 고용 절벽에 맞닥뜨린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사는 물론 민정이 힘을 합치는 사업이다. 기업은 지역에 투자를 하고, 노동자는 동종업계보다 낮은 임금을 감수하는 상생 구조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도 주거 보육 등 복지에 다양한 지원을 한다. 말이야 쉽고 첫 결과물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그간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2014년 당시 광주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이후 결실을 이루기까지 7년의 세월이 걸린 게 그 증좌다. 낮은 임금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과, 현대차의 투자 여부 등 지난했던 협상의 결과물인 것이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한 상생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캐스퍼의 흥행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광주시가 7년 전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내건 것은 지역 상황이 너무도 절박해서였다. 기업은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곳에 투자를 외면했고, 청년들은 고용 절벽에 내몰리며 지역 경제는 침체일로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목한 곳이 폭스바겐 공장이 있던 독일 볼프스부르크였다. 독일 통일 이후 실업률은 18%까지 치솟았고,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동유럽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했다. 볼프스부르크 공장 또한 인건비가 낮은 해외공장으로 생산량이 빠져나가며 위기가 찾아왔다. 고심 끝에 볼프스부르크와 폭스바겐이 선택한 것은 일자리 나누기였다.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는 대신 별도의 공장을 세워 5000명을 고용하되 임금은 기존 노동자보다 20% 낮게 지급하는 ‘AUTO 5000’ 프로젝트에 합의한 것이다.

독일 폭스바겐 모델을 벤치마킹했다고 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7년의 힘든 세월을 딛고 첫 결실을 이뤄냄으로써 위기에 빠진 지역 경제 회생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순항하면서 정부 또한 적극 나섰다. 지난해 6월 광주형을 시작으로 부산형(전기차 부품), 경남 밀양형(뿌리산업), 전북 군산형(전기차), 강원 횡성형(전기차) 등 5곳이 선정돼 상생 일자리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들 5곳에서는 향후 1조 8500억 원의 투자와 함께 39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그런 만큼 부산형 상생 일자리 사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렌스EM과 20여개 협력사가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 26만여 ㎡에 미래차 부품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전기차 구동 유닛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코렌스EM이 이 사업에 동참하기까지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한때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투자 제안을 받고 중국 진출을 검토했지만, 협력업체와 함께 부산에 동반 투자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특히 부산형 사업은 코렌스EM과 협력업체가 협업해 동반성장하는 ‘노사 및 원·하청 기술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코렌스EM은 내년 1월부터 제품 양산에 나설 계획이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총 투자 예정액 3526억 원 중 현재까지 투자액은 1090억 원이다. 사업기간이 2030년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시간이 있긴 하지만 더욱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광주와 부산 등 5개 지역의 상생 일자리 사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향점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곳곳에 난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장 큰 복병은 노사가 합의한 적정임금 수준의 지속 여부다. 광주형 사업의 경우 대의를 위해 일정 기간 노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조금씩 양보하며 협약을 준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협약 기간이 지난 이후 임금 인상 문제가 불거지고 협력관계가 삐걱거린다면 사업의 근본이 흔들릴 우려가 상존하는 것이다. 비단 임금 문제 뿐 아니라 투자를 약속한 기업이 책임 경영을 저버릴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 올 수 있다.

결국 이들 사업 성공의 핵심은 말 그대로 상생 정신을 얼마나 잘 지켜나가느냐에 있다. 노와 사, 기업과 지역, 원청과 하청 모두가 동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자는 본래의 취지를 잊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전국 5개 상생 일자리 사업이 또 한번의 실험으로만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도 역대 최다…신규 확진자 201명
  2. 2윤석열-이준석, 4일 부산서 전국선거운동 시작
  3. 3윤석열, 부산에서 이준석과 첫 선거운동 시동
  4. 4윤석열 "져서도, 질 수도 없는 선거 만들어야"
  5. 5다시 갈아치운 최다 확진…4일 총 5352명
  6. 6경남 코로나19 신규확진 41명...산발적 접촉 감염 이어져
  7. 7부산, 바람 강한 가운데 ‘건조주의보’
  8. 84일 울산 코로나19 신규확진자 17명
  9. 9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린다
  10. 10울산 중소기업 작업복 세탁소 '태화강 클리닝' 오픈
  1. 1윤석열-이준석, 4일 부산서 전국선거운동 시작
  2. 2윤석열, 부산에서 이준석과 첫 선거운동 시동
  3. 3윤석열 "져서도, 질 수도 없는 선거 만들어야"
  4. 4야당 박형준 재판 시장선거 변수…여당 대선 이겨야 반전 기대
  5. 5대선에 가려진 지방선거…“홍보 어쩌나” 신인 속앓이
  6. 6여당 1호 영입 조동연 혼외자 의혹…이재명 “국민 판단 살필 것” 신중
  7. 7조동연 공식 사의… 송영길 “사회적 명예살인, 강용석 고발”
  8. 8단체장의 치적 홍보, 3일부터 전면 금지
  9. 9낮엔 대선운동, 밤엔 얼굴 알리기…경쟁자 반칙 CCTV 감시도
  10. 10민주당 ‘영입인재 1호’ 조동연 사의 수용
  1. 1HMM 호실적에도 성장전망 ‘흐림’
  2. 2부산 아파트값 상승폭 둔화...동래구 6주 만에 하락
  3. 3“산업용지가 없다” 기업 호소에 박 시장 “산단 구조조정할 것”
  4. 4달콤촉촉 트리 케이크로 근사한 홈파티 어때요
  5. 5이마트, 5일까지 대형 랍스터 할인판매
  6. 6"KTX 반값·10% 할인 지역화폐"… 부산 관광객 프로모션 풍성
  7. 7“여성 해기사 늘리려면 업계 인식 바꿔야”
  8. 8국립수산과학원장에 우동식 국제협력정책관 임명
  9. 9겨울 딸기왕국 오세요
  10. 10유통가는 지금 ‘홈파티 준비 중’
  1. 1부산도 역대 최다…신규 확진자 201명
  2. 2다시 갈아치운 최다 확진…4일 총 5352명
  3. 3경남 코로나19 신규확진 41명...산발적 접촉 감염 이어져
  4. 4부산, 바람 강한 가운데 ‘건조주의보’
  5. 54일 울산 코로나19 신규확진자 17명
  6. 6울산 중소기업 작업복 세탁소 '태화강 클리닝' 오픈
  7. 7이 판국에…코로나 예산 다 깎은 부산시
  8. 8비용 탓 경비원 줄인다더니 관리직 급여 인상? 주민 반발
  9. 9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 사적모임 가능...영업 시간 유지
  10. 10수영구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드론쇼 강행
  1. 1예상 밖 조용한 FA 시장…소문만 무성
  2. 2롯데, 투수 이동원·내야수 박승욱 영입
  3. 3김한별 부활…후배 이끌고 공격 주도
  4. 4맥 못 추는 유럽파…황희찬 5경기째 골 침묵
  5. 531년 만에 MLB 직장폐쇄…김광현 FA 협상 어쩌나
  6. 6측정 장비 OUT…내년부턴 눈으로만 그린 관찰
  7. 7'고수를 찾아서3' 타국에서 고국으로... ITF태권도의 비밀
  8. 87년째 축구 유소년 사랑…정용환 장학회 꿈과 희망 쐈다
  9. 9네이마르 다음이 손흥민…세계 6위 포워드로 ‘우뚝’
  10. 10롯데와 결별 노경은, SSG서 재기 노린다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PK상임위장의 지역발전 약속
민홍철 국방위원장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1년 6월 25일 아침에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이 땅에서 영원히 젊은이로 남은 그들
무위자연(無爲自然) 정신으로 살아가기
기고 [전체보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위한 국고지원 확대를 /서정도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이명원
기명칼럼 [전체보기]
일본 총선과 험난할 대일외교
복지국가 지속가능성과 기본소득
기자수첩 [전체보기]
기대되는 ‘걷기 도시’ 김해 /박동필
작년 산재로 스러진 882명, 세상에 당연한 죽음은 없다 /이준영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지금 한국인은 어리둥절하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피노키오의 거짓말과 디지털 세상 속도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야망과 깜냥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시 듣고 싶은 장인의 북소리
수신(修身)을 위한 음악 선비음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시·시의회 불통에 시민 피로도 상승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이색 대선 풍경
오미크론과 낙인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앞치마 입은 자영업자 영정사진 /김옥숙
슬기로운 코로나19 대처방법 /신우원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중국식 부세 간장조림 ‘홍소황화어’
굴 ‘알쓸신잡’
사설 [전체보기]
인재 떠나는 부산 가족·복지 싱크탱크 자구책 마련을
정부 거리두기 강화 카드 앞서 국민 설득이 먼저다
수소칼럼 [전체보기]
수소경제는 부산 성장의 기회 /이욱태
여론 광장 [전체보기]
코로나시대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광두레’ /조윤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후협약 결론은 ‘어쩌고저쩌고’
혁신, 엑스포 그리고 해리티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중국 정부가 악수를 두고 있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돌봄’의 마음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이재명 국감’ 관전기
일상 회복으로 가는 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너 해봤어?
정책 제언 [전체보기]
지방대학 대위기 ‘준공영제’로 넘자 /김종한
가상화폐 정책과 블록체인 특구 /김홍배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필하모니 감상시간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지방모순’ 타파 개헌, 뭐라도 하자
‘다시’ 검찰을 생각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영화 속의 와인
최고의 와인은 어디에 있을까?
특별기고 [전체보기]
‘대한민국 부산호’ 항해가 성공하려면 /오성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포디엄의 제왕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수운 유덕장의 ‘묵죽도’
‘불이선란’의 인장
  • 충효예 글짓기대회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