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육아휴직에 대한 사업주들의 ‘갑질’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회장까지 연루되었다는 남양유업이 대표적 사례다. 남양유업은 육아휴직을 신청한 한 여성 팀장을 통보도 없이 보직 해임하고 이 여성이 노동위원회의 결정으로 복직하자 이제는 출퇴근에 5시간이나 걸리는 물류창고로 발령을 냈다.

육아휴직에 대한 이런 불이익은 단지 남양유업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업체에서 여러 형태의 불이익이 자행되고 있다. 육아휴직 후 복직할 때 자리를 없애거나, 사직을 권고하거나, 진급에서 누락시키거나, 휴직 전 업무와는 다른 수준의 업무를 배당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내는 것들이다. 또 업무나 회의에서 배제하거나 컴퓨터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또는 출산휴가 신청 때부터 언어폭력을 동반한 갑질이 빈번하다고 보도되고 있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이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으로 인한 고충 건수는 2018년 거의 180여건, 2019년 250건, 2020년 362건, 2021년은 1~8월 사이만 333건에 달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25%를 받지 못한 경우도 육아휴직자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고, 이는 권고사직 등으로 인하여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다.

육아휴직제도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하여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이고, 성 평등을 제고하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하여 2000년부터 시행한 역점적인 국가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진 및 인사 상 불이익, 직장 내 부정적 분위기 또는 회사의 부정적 인식 등의 이유로 육아휴직 활용도는 매우 낮다. 반면 사업체는 인력 공백으로 인한 업무 지장과 대체 인력의 인건비 부담 등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 육아휴직으로 인한 사업체의 경제적 손실은 없어 보인다. 육아휴직 급여는 고용센터로부터 나오고 육아휴직자의 4대 보험은 유예나 예외 처리를 할 수 있고 대체 인력 채용 등의 비용은 국가로부터 육아휴직 또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고용안정장려금과 대체인력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대기업은 이런 혜택에 차이가 있다. 인력 공백으로 인한 업무 지장이나 대체 인력 채용의 행정력 소모는 평소 육아휴직에 긍정적으로 대비해왔다면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육아휴직에 대한 사업주의 갑질이 최근에 크게 증가한 경향을 보이는 것일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 결여에 의한 극단적 이기주의나 더 나아가 최근 한국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페미니즘 혐오 표현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사회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하든 육아휴직에 대한 불이익은 출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잃을 확률이 클 때 현대 여성은 자신의 가치 실현을 위하여 출산을 포기하는 소위 ‘출산 파업’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저출산이 육아휴직 갑질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청년 실업, 주택, 보육과 교육, 아동학대, 여성 혐오 등 여러 형태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연구가 보여주는 저출산의 가장 근본적 요인은 사회적 제도 미비로 인한 일과 삶의 양립 불가능과 가정에서의 성 불평등이다.

고용노동부는 육아휴직제도가 취지대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성 평등 및 출생률 제고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육아휴직에 대한 사업체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그것으로 불충분하면 현재의 육아휴직 이행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징역형을 포함하여 크게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사업주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현재 한국이 안고 있는 최대 난제인 저출산 문제 해결에 일조하여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근로자의 권익을 지키는 노조의 적극적 역할도 기대한다. 끝으로 이렇게 중차대한 국가 정책이 제대로 시행 되지 않는데도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부족한 것은 학계의 커다란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