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단계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방’의 위기와 ‘대학’의 위기가 중첩된 ‘대위기’다. 지방의 위기는 ‘지방소멸’로 가시화되고 있고, 대학의 위기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지방대학의 대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청년층 감소로 지역경제와 지방소멸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교육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방대학 육성정책을 꾸준히 수행해 왔으나 현 단계 지방대학 대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늘 역부족이었다. 단적인 예로,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의 하나인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은 올해 겨우 5개 대학을 선정하는데 머물고 있으며, 대학당 겨우 20억 원을 지원하는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부산시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지산학협력 시스템 구축’도 소위기에는 유용하지만, 그것만으로 작금의 대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지방대학 재편 전략이 시급하다.
지방대학 대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단지 ‘지방’을 ‘중앙’으로 만들어 주고,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 대상 확대’로 바꾸면 된다. 하지만 전자는 실행이 난맥상이다.
현재 ‘지방 대학’이 ‘수도권 대학’으로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 역시 포화 상태다. 차선책으로 ‘지방’을 권역별 메가시티와 같은 ‘소중앙’으로 만드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교육 대상 확대’ 해법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즉 대학의 교육 대상을 시·도민 전체로 넓히고, 평생학습 중심대학으로 전환하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면 된다.
이를 위해 필자는 지방대학 재편 전략의 한 축으로서 위기대학의 ‘커뮤니티 컬리지(Community College)’로 전환과 ‘준공영제’ 도입이라는 2단계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주지하듯이 미국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컬리지(California Community College·CCC)는 1967년에 공립으로 세워진 2년제 대학이다. 캘리포니아 주내에 115개의 캠퍼스와 210만 명 이상의 학생을 품은 거대대학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UC)가 4년제 연구 중심 대학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California State University:CSU)는 4년제 교육 중심 대학임에 반해,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컬리지(CCC)는 평생학습·직업교육·교양 중심의 지역 공동체 대학이다.
우리나라의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 그리고 평생교육원이 한데 어우러져 있으며 학점은행제 등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학비 또한 6000~9000달러로 저렴한 편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UC) 교육비의 1/5 수준이어서 많은 유학생과 정규학생들이 4년제 대학 편입 수단으로 활용한다. 다수의 시민도 평생학습의 장으로 이용한다. 캘리포니아 주의 소방관 경찰관 응급구조사의 80%가 이곳에서 양성될 정도로 지역사회에서의 역할도 매우 크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컬리지 방식이 우리 대학의 현실에 그대로 접목되기는 어렵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우리나라의 전문대학과 대학의 약 80%가 사립대학이라는 점이다. 또한 지방대학 위기의 대부분은 국립대학보다 사립대학이 더 심각하다. 그렇다고 위기에 처한 사립대학들을 모두 국공립 커뮤니티 컬리지로 전환하는 것은 재정 부담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
현실적인 대안은 전환된 ‘커뮤니티 컬리지’의 운영 방식으로 ‘준공영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마치 ‘버스 준공영제’처럼 ‘지역 커뮤니티 컬리지’ 운영 주체는 사학재단이 그대로 맡되, 대학 재정은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철저한 감사 시스템 아래에 운영 적자분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지원해주는 제도가 ‘커뮤니티 컬리지 준공영제’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현 시점에서 ‘커뮤니티 컬리지 준공영제’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겨진다. 적어도 위기의 지방대학 캠퍼스가 아파트 건설부지로 전락하는 현상만은 막아야 한다.
경성대 교수·부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