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과 걸레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두 가지보다도 극명하게 우열이 비교되는 물건이다. 비단은 고급 옷을 만드는 옷감(재료)이다. 반면에 걸레는 손과 얼굴이나 몸을 닦는데 사용하는 수건이 그 용도를 다하면 종국에는 허드렛일을 책임진다.

상류층이나 큰 부잣집의 귀부인이 값 비싼 비단옷을 입고 나타나면 그녀 본인의 귀티, 부티는 물론 우아함과 품위가 돋보이기 마련이고 그래서 주변까지 밝고 화사해진다. 물론 거기에 걸맞은 고급스럽고 고귀한 보석들로 치장을 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어떻든 비단옷은 그런 수준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옷이나 옷감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단에 하필이면 왜 그 더럽고 하찮은 걸레를 등장시켜서 둘을 비교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의견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냉정하게 위에 언급한 비단과 걸레의 자기 모습만 보지 말고 각각의 역할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비단은 아무리 고급스럽고, 아름답고 비싸고 우아하고 품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 모습만 뛰어날 뿐 남을 위해서나, 주위를 위해서 하는 일은 전혀 없다. 반면에 걸레는 제 몸을 더럽히면서 하는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걸레는 방 마루 거실이나, 주방은 물론 집 안이나 주위를 깨끗하게 한다. 마치 촛불이 제 몸을 태우면서 주위를 밝게 하거나 또는 연탄이 제 몸을 불사르면서 사람들을 따뜻하게 한 뒤 그것도 모자라서 겨울날 눈이 내려 미끄러운 길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마지막 사명을 다 하는 것처럼. 그러니까 걸레는 비록 더러워도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참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다. 제 몸을 태워서 주위를 밝히는 촛불이나 안도현 시인이 모든 사람에게 일갈한 연탄재와 같이.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거나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하고 오랜 공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과도 같은 비단옷이 탄생하여 그 옷 자체만으로도 세인의 눈길을 끌고도 남는데 더구나 그 옷을 입은 귀부인의 아름답고 고귀하고 세련되고 멋있고,우아한 자태를 돋보이게 하는 이 럭셔리한 모습을 어찌 더럽고 지저분하고 보잘것없는 걸레와 언감생심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잘난 비단아! 이 세상 모든 것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어쩌면 내면의 모습이나 진정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사회도 마찬가지다. 음지에서, 밑바닥에서, 수준 낮은 곳에서 낮은 보수를 받고 묵묵히 제가 맡은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수고로움을 바탕으로 하여 돈 많고 권력 있고 잘난 사람들이 폼 잡고, 뻐기고, 행세할 수 있는 것이다.

환경미화원들이 곳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일선의 경찰들이 안전하게 치안을 담당하고, 소방관들이 만일에 대비하여 항상 긴장 상태로 출동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전기 가스 상·하수도 등이 끊이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근무자가 수고를 하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수시로 물차들이 거리에 물을 뿌리고, 젊은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어부는 거센 파도와 싸우며 물고기를 잡고, 농부들은 땀 흘려 농산물을 길러서 수확하고, 축산농가는 양질의 고기를 생산해 내고, 신선한 먹거리나 생필품들을 차질 없이 배송하는 운송업체나 각종 택배 종사자들이 맡은 바 궂은일을 마다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즐기면서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일의 귀천과는 상관없이 이렇게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소위 말하는 상류층들이 귀티나게 우아하게 아름답게 멋지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아무리 잘나고 권력이 세고 돈이 많고 능력이 뛰어나도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이 사회는 어느 누구라도 반드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또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벼가 익으면 저절로 고개를 숙이듯 비록 권력이나 재력이나 학식이나 명예 등을 가지고 있는 상류층이 소위 아래를 내려다보고 사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자칫 오만의 함정에 빠져 밑의 사람들을 깔보고, 함부로 대하고, 마냥 군림하려 한다면 이러한 행동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본인의 심장을 향해 날아오는 크고 작은 독화살이 될 것이다. 이 세상은 반드시 뿌린 대로 거두고, 행한 대로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단 한 마디의 말이라 할지라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이다.

상대방에 대한 겸손과 예의는 다름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늘 가슴에 새겨 물질만 추구할 게 아니라 마음까지도 풍요롭고 따뜻한 사람이어야 진정한 지도자가 아니겠는가.

부산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