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서울시는 보기 드문 파격 사업을 단행했다. ‘원전 하나 줄이기’였다. 2014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기에서 한 해 동안 생산하는 발전량과 같은 200만 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 누출사고로 전 세계가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던 시절이었으니, 국민적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사업이었다. 서울시는 사업기간 에너지 절약(91만1000 TOE)과 에너지 효율화(86만9000 TOE), 미니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생산(26만 TOE)을 통해 모두 204만 TOE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반론이 잇따랐다. 실질적으로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생산량은 26만 TOE에 불과하고, 나머지 분야의 수치는 변화 가능성이 커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원전 하나 줄이기는 전력자급률 높이기의 동의어였다. 원전 하나를 줄일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 수요를 감축한다면 당연히 전력자급률은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는 2020년의 전력자급률 목표치를 20%로 잡았다. 한데 올해 6월 말 현재 12.7%로 목표치에 한참 미달한다. 경기도도 64.3%로 전력 자급능력이 없긴 마찬가지다. 부산의 전력자급률(212.9%)은 서울의 약 17배에 달한다. 대규모 발전소가 없는 서울·경기와 달리, 원전이 밀집해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부산 등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방에서 서울·경기로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실이다.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조2956억 원이 투입됐다.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망라한 전 국민의 전기료 상승으로 귀결된다. 발전소 밀집지역 주민은 발전으로 인한 생활 불편에 전기료 상승까지 이중고를 겪는다. 더 큰 문제는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시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송전비가 급증한다는 점이다. 2011년 이후 서울·경기 송전비의 42.5%(9753억 원·한국전력 부담)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전기를 공급하기 데 썼다는 게 대표적인 증거다.
수도권에 치우친 국토불균형발전이 국민의 전기료 부담까지 가중시키는 셈이다. 지역별 전기료 차등화 등 대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표피적 해법일 뿐이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민간기업 이전 등 수도권 기능의 비수도권 분산을 통해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근본적 해법을 외면한 채 표피적 대안만 국정감사장에서 일회적으로 제시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