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992년 중국과 수교한 이래 지난 10여 년 세월은 한반도가 탄생한 이래 중국보다 우위에 있었던 시절이었다. 우리는 중국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만만하게 대하기도 했다. 시진핑이 집권하고 중국은 중국몽을 내세우고 일대일로를 표방하고 세계를 상대로 전랑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 사이 우리가 중국을 잘못 본 것이지 중국이 변한 게 아니다.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서 중국과 인접하여 서구 민주주의 이식이 대표적으로 성공한 사례인 한국과 K문화는 늘 눈엣가시였다. 중국이 필요하여 한국을 이용해 왔지만, 반도체 하나 빼고 아쉬울 게 없게 됐다. 한국을 충분히 추월했고, 계속 산업구조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자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거침없이 파상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서방에서 중국 공산당의 대외 침투 공작 기관으로 지목되는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이 세계 최초로 세워진 나라가 한국이다. 국가 인구 및 교육기관 대비 공자학원 설치 비율도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서해공정이라고 동경 124도선까지 자기들 영역이라는 억지 주장하고 있는바, 백령도에서 불과 40㎞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다. 현재 한중간에는 서해 경계 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지만, 국제적 관행은 양국 간 중간선을 긋는 것이다. 중국은 매일 몇 차례씩 해안순시선과 군함을 124도선 부근까지 보내고 해상 초계기도 띄우고 있다.
춘천시와 홍천군 일대에서 조성하던 ‘중국복합문화타운’사업은 ‘반중(反中) 정서’의 불똥을 맞고 있다. 2018년 계획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 내년까지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을 철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14만 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중국은 육상으로 14개국, 해상으로 6개국 등 총 20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런데, 이 들 나라 가운데 중국을 선한 이웃으로 여기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
중국은 2013년 시진핑의 공산당 총서기 취임이후 2049년 세계 1위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행보를 질주하고 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력을 총동원하면서 미국 등 서방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대내외적으로 평탄했을 때는 주변국들과 수평적 ‘조공(朝貢) 외교’에 그쳤으나, 긴장된 위기 국면일 때는 주변국에 수직적 복속(服屬)을 강요해 왔다. 서방과 긴장·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을 더욱 고압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필연적으로 반중정서가 대두되고 있고, 반중 감정의 실체를 확인한 사례는 방송가에서 나타났다. 얼마 전 중국풍 소품과 의상 등을 사용한다는 등의 항의에 부딪혀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조기 하차한 게 대표적이다.
반중 감정은 조사결과로도 입증된다. 주변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연례적으로 하고 있는 동아시아연구원(EAI)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적대감은 지난 5년 새 16.1%에서 40.1%로 수직상승했다. 주변 4강 가운데 단연 1위였다. 반면 우호감은 50%에서 20.4%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코로나사태에서도 보았지만 중국의 의도 상황 상태를 모르고 무시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우리들은 중국에 대한 공포와 환상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이 없으면 안 된다’는 두려움을 갖게 해야 한다.
지도층을 비롯하여 우리 모두 경제력 군사력 외교력 국민통합력, 잘 갖춰진 국가지배구조 등의 확립이 중요한 기초조건이라고 인식하여야 한다. 나아가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국적있는 중국연구가 필요하다. 선거철이기는 하지만 후보자들이 나라 전체의 명운이 걸린 이러한 문제보다 권력을 잡는 데만 급급하고 있는 것같아 염려된다.
산자부 장관 출신인 정덕구 니어(NEAR)재단 이사장이 대표가 되어 중국 극복 전략을 제안한 저서 ‘극중지계(克中之計)’를 펴냈다. 정이사장의 아래와 같은 경고는 우리 모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중국이 필요로 하고 두려워하는 나라가 되지 못하면 공존이 아니라 예속뿐이다. 예속은 구조적인 것이어서 당대에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에 상속된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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