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화두다. 주로 빚을 지거나 인생의 바닥을 경험한 사람들이 목숨을 건 게임을 한다는 꽤나 단순한 내용이지만 짙은 현실 반영과 다채로운 연출 방식 등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총 456명의 참가자 중 단 1명만이 살아남아 456억 원을 얻을 수 있는 이 게임은 여러 특징들로 인해 최근 세대에게 공감을 얻는다.

첫째는 이 게임에 대한 참가가 ‘자발적’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생사를 건 ‘데스게임’을 다룬 작품들은 적지 않았다. 참가자는 강제로 끌려가거나 참여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징어게임’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 게임에 스스로 참여한다. 현실에서는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있거나 노력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경제적 빈곤에 빠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목숨을 건 게임보다 게임 바깥의 현실이 더 ‘지옥’이라고 말한다.

이는 심각한 취업률 하락에 더하여 최근 집값 상승 등에 좌절하여 ‘영끌’을 하거나 ‘빚투’를 하는 청년 세대의 현실과 긴밀하게 맞아 떨어진다. 많은 청년들이 지금의 현실을 ‘지옥’이라 느끼면서도 자발적으로 더 큰 도박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발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더 큰 차원에서의 강요나 다름없다.

둘째는 이 게임에서 끊임없이 강조하는 ‘공평함’이다. 최근 청년 세대 사이에서 ‘공정성’이 화두이기도 하지만, 이 게임의 주최자는 이 게임이 끊임없이 ‘공정’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나아가 이 게임의 규칙을 어기고 불공정한 편법을 쓰는 이를 단죄하면서 더욱 이 게임의 공정함을 주장한다. 마치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공정한 경쟁과 능력주의를 내세우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도 내세우는 공정함이라는 것에는 면밀히 살펴보면 공정하지 않은 요소들이 들어 있다. 누군가는 달고나 게임에서 몰래 가져온 라이터를 활용한다든지 누군가는 룰을 뒤집어서 속임수를 쓴다. 또 누군가는 특정 게임에 유리한 신체를 갖고 있기도 하며, 누군가는 미리 게임을 알아내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그렇게 존재하는 공정함의 빈틈들이야말로 청년들이 경험하는 좌절의 ‘포인트’이다. 수능은 공정할지 몰라도 수능시험장에 들어가기까지 각자의 환경은 천차만별이다. 공정하지만 평등하지 않아서 결국 ‘불공평’이 되는 상황이야말로 현실에 가까운 것이다.

셋째는 이 게임이 협력과 각자도생의 원칙을 계속 오간다는 점이다. 게임은 여러 번 반복되면서 매번 룰이 바뀌는데, 어느 게임에서는 협력이 필요하고 어느 게임은 오로지 자기만 살아남으면 되는 식이다. 때로는 협력하되 그 협력한 동지가 바로 내일의 적이 되어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하는 상황이 강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청년 세대가 경험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함께 스터디를 하며 서로 도왔던 동료라 하더라도 시험장에 들어가면 경쟁자가 된다. 한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며 돕는 친구가 실제 내신 성적 문제에서는 사생결단의 경쟁자가 된다. 그렇기에 마음 깊이 누군가를 완전히 믿거나 사랑하기가 쉽지 않다. 협력과 경쟁이라는 분열적인 감정을 계속 겪어야만 하는 것이다. 어제의 동료가 늘 적이 되는 현실의 조건이 청년들에게 점점 더 ‘각자도생’의 문화를 심화시키는 셈이다.

이런 게임의 규칙과 게임을 둘러싼 상황은 현재 한국 MZ세대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런데 이는 전 세계 청년 세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고, 나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오징어게임’이 왜 이렇게 전 세계적인 흥행을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온갖 방식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이 작품이 우리 시대의 현실을 절묘하게 담아내 적중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이 흥행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바로 그 지점 때문일 것이다.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