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서구 동구 영도구 등 3곳과 경남의 거창 남해 밀양 등 11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8개 지표로 만든 인구감소지수를 적용해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 중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정부가 소멸 위기에 몰린 지역을 직접 골라내기는 처음이다. 인구 감소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 연간 1조 원 규모로 적립되는 기금을 향후 10년간 투입,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비수도권 지역은 저출산 고령화에 의한 인구 감소 추세에 더해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마저 수도권에 빼앗기는 이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현 시점에선 부산과 경남에서 소멸 위기 지자체가 14곳이지만 앞으로 이 숫자가 줄거나 그 상태로라도 머물 가능성은 없다. 부산은 구도심 신도심 할 것 없이 향후 30년 내 인구가 급감할 것이라고 얼마전 감사원이 경고한 바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도 읍면동 기준 부산의 소멸위험 지역 비율은 48.3%로 특별·광역시 중 최고다. 경남 역시 18개 지자체 중에서 김해와 거제를 뺀 나머지 16곳이 위험지역이거나 위험단계에 진입했다. 대규모 택지개발이나 재개발로 신도시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일시적인 증가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큰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수준까지 갔다.
정부는 저출산과 국토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정책을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라고 해도 될 정도로 좀처럼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다. 저출산 대책은 지난 20여년간 200조 원 넘는 예산이 들어갔고 올해도 43조 원이 편성돼 있으나 인구는 오히려 더 줄었다. 작년엔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드크로스 상황까지 갔다. 국가균형발전도 마찬가지다. 지방소멸특별법 입법이 추진되고 있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도 개정해 내용을 보강했지만 지역민의 피부에 닿기까지 속도가 너무 느리다. 약속했던 재정분권은 요원하고 공공기관 2차 이전은 하세월이어서 정부 의지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인구는 서울 경기 인천이 나머지를 압도하고 내로라 하는 기업은 수도권으로만 향하고 있다. 이쯤되면 정부는 관련 수치에 화들짝 놀라 여기저기 재정을 흩뿌리기만 할 게 아니라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지 않은지 짚어봐야 한다.
인구 정책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보통 그 기한을 향후 10년으로 본다. 이 기간 내에 인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의미다. 아이는 무조건 돈만 준다고 낳아지는 게 아니다. 지역민이 자기 고향에서 대학을 나와 직장을 다니면서 결혼으로 정착해 출산까지 하게 하려면 가장 시급한 게 무엇이겠는가. 수도권만큼 질 좋은 교육, 든든한 일터, 수준 높은 문화가 있으면 굳이 떠날 이유가 없다. 지방 소멸은 국가 소멸로 이어진다. 지방을 살리는 게 인구문제 해결의 제일 첫 단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