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대전엑스포 개막을 100일 앞두고 조선 세종 때 로켓 무기인 신기전(神機箭) 발사 행사가 열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소(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신)가 신기전과 신기전을 쏘아 올릴 이동식 발사대 화차(火車)를 무려 545년 만에 복원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갑천 고수부지에서 신기전 100발이 장착된 수레 모양의 화차에 점화하자 이 ‘귀신 같은 기계 화살’은 불을 뿜으며 200여m를 날았다. 화약이 타면서 연소가스가 분출되고 그 반작용으로 추진체가 나가는 원리가 현대 로켓과 똑같았다.
세계 최초의 로켓은 1232년 몽골이 만든 ‘비화창(飛火槍)’이다. 두 번째는 1250년 아라비아에서 제작된 일명 ‘연소하며 날아가는 달걀’, 세 번째는 1379년 이탈리아의 ‘로케타’이다. 한국에선 고려시대 최무선이 개발한 주화(走火)가 최초다. 이 주화의 성능을 2~3배 개량한 것이 조선 신기전이다. 세계 로켓사에서 한국은 네 번째이지만 그럼에도 최초라 불리는 덴 이유가 있다. 앞선 세 개의 고대 로켓은 이름만 전해질 뿐이지만 신기전은 설계도가 존재한다. 항공우주연구소 채연석 박사가 1975년 발견해 국제공인까지 받았다. 복원이 가능했던 것도 그 덕분이다.
역사적인 발사를 앞두고 있는 누리호도 순수 국산 기술로 탄생한 로켓이다. 누리호는 3단 발사체로 탑재중량은 1.5t, 총길이는 47.2m, 목표 고도는 600~800㎞이다. 8년전 나로호보다 탑재물은 15배 무겁고 길이는 1.4배 길지만 배 이상 높이 보내는 게 목표다. 발사체 엔진의 설계와 제작, 발사체 조립, 연소실험 등 전 과정이 독자기술로 이뤄졌다. 발사대도 설계와 공사를 한국기업이 맡았다. 특히 부울경 기업의 기술력이 핵심을 담당했다. 기상 등 다른 변수가 없으면 누리호는 오늘 오후 4시께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제2발사대에서 우주 개척의 꿈을 안고 비상하게 된다.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가 미국의 아폴로 계획을 당긴 것처럼 나로호는 김대중 정부가 북한의 대포동 1호에 충격받아 서두른 결과물이었다. 러시아 기술에 의존했던 나로호가 1, 2차 발사에 실패하자 북한은 “차라리 우리에게 쏴달라고 부탁해라”고 비아냥거렸다. 당시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좀 창피하기는 하다”는 말을 언론에 한 적이 있다. 이번에 누리호가 성공하면 한국은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10번째 국가, 1t 이상 실용위성을 띄운 7번째 국가가 된다. 대단한 일이지만 세계 최고(最古)의 로켓 설계도를 가진 나라 치고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