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자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부산시 헌혈 권장 조례’가 6년 넘게 잠자고 있다. 실행을 담당한 부산시의 무관심 때문이다. 부산시의회가 지난 2015년 제정한 이 조례는 헌혈을 하는 시민에게 부산시가 운영하는 시설의 사용료 등을 깎아주도록 하고 있다. 헌혈을 독려해 혈액 부족을 다소나마 완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조례가 현실에 적용되려면 부산시가 헌혈의 횟수나 기간 등 예우에 수반되는 세부사항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부산시는 “강행 규정이 아니라 권장 사항이다. 시설 부서와 혈액 부서가 달라 협의에 시간이 걸린다”는 등의 답변만 되풀이하면서 후속 조치를 미루고 있다.
부산시 헌혈 권장 조례는 원래 2009년 처음 나왔다. 당시엔 선언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예우 조항을 다듬어 추후 보완한 게 지금의 조례다. 조례만 보면 헌혈 인구를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로 나쁘지 않다. 헌혈도 하고, 박물관 미술관 체육관 등 부산시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의 사용료도 감면받을 수 있다면 어떤 실행계획을 갖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민 의식을 깨우는 유인책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 부산시가 그 작업을 않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뿐 아니다. 16개 구군 기초의회에서도 2018년 전후로 비슷한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헌혈을 하면 독감을 무료로 접종해주기로 한 동구를 제외하면 실제로 시행하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너도나도 조례를 만들기만 바빴지 현장에서 혈액이 얼마나 모자라는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혈액은 만성 부족 상태다. 작년 2월부터 유행한 코로나19 때문에 헌혈 인구 자체가 줄어 더욱 그렇다. 부산은 특히 심하다. 부산혈액원에는 적정보유일인 5일에 한참 미달하는 2, 3일분 밖에 없다. 21일 현재 수요가 가장 많은 O형은 3일, A형은 3.3일분 뿐이다. 부산시는 올초 적혈구 보유량이 하루분 기준에도 못 미치는 심각단계로 접어드는 바람에 재난문자를 발송해 피를 급히 구하기도 했다. 코로나는 어쩌면 일시적인 변수일 수 있다. 헌혈을 10~20대 젊은층에 주로 의존하다 보니 이들이 방학에 들어가는 여름이나 겨울철이면 정기행사처럼 반복된다. 이 연령대에 대한 헌혈 의존율은 80%나 된다. 저출산 때문에 젊은 인구가 갈수록 감소한다는 게 더 근본적인 난제다. 저출산이 혈액 조달에도 타격을 주는 악순환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부산시나 일선 구군의 권장 조례 하나로 혈액 부족 사태가 극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노력을 지금부터 하나하나 쌓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백신 인센티브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유도하는 거나 같은 원리다. 기존 조례의 실효성을 높이는 건 물론이고 헌혈자에 대한 혜택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헌혈 연령층의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나 홍보도 필요하다. 혈액 공급이 불안정하면 의료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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