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우주로 도약했다. 21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발사에 성공하면서다. 이날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지구 궤도의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1t 이상의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 비록 더미 위성(모사체 위성)이 계획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해 미완의 과제로 남긴 했으나 소중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실용위성을 600~800㎞ 고도의 지구 궤도에 투입하는 누리호 개발 사업은 2010년 3월부터 시작했다. 길이 47.2m, 무게 200t의 3단 구조물인 누리호는 약 37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매우 복잡한 우주 발사체다. 수백 명의 과학자와 기술자가 참여해 만드는 까닭에 거대과학(Big Science)의 진수라고도 한다. 그런 최첨단 산업의 결정체를 11년 넘는 노력 끝에 우리 손과 머리로 제작했으니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누리호의 심장인 엔진은 설계 제작 시험 등 전 과정을 국내 연구진과 기업이 맡아 완성했다. 누리호 부피의 약 80%를 차지하는 탱크도 모두 국내 기술로 제작했다. 누리호 개발로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글로벌 생태계에 당당히 입성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누리호 개발에는 국내 300여 기업이 참여했는데, 부울경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한화에어로페이스(경남 창원)는 엔진 제작을 주도했다. 이 회사가 만든 75t짜리 액체로켓 엔진은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 궤도에 안착할 수 있게 하는 핵심 부품이다. 한국항공우주(경남 사천)는 누리호의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를 제작하고, 참여 기업들이 납품한 부품을 모아 조립했다. 현대로템(창원)은 누리호의 연소 시험을, 현대중공업(울산)은 발사대 제작을 맡았다. 한국화이바(경남 밀양)는 누리호의 내·외장재를 납품했다. 부울경 기업들이 없는 누리호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울경 기업들의 누리호 개발 기여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벗어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데에도 호재가 된다. 균형발전의 유력 패러다임으로 꼽히는 메가시티(초광역도시)를 조성하려면 수도권과 차별화된 부가가치 산업이 필요한데, 누리호 개발을 통해 확인한 우주산업이 그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항공우주가 건설하고 있는 우주센터는 그 구심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구상하는 우주산업 생태계가 사천을 중심으로 조성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다 울산이 선도하는 수소산업이 가세하면 부울경 메가시티의 토대는 한결 튼실해질 게 틀림없다. 부울경 3개 시·도는 국내 처음으로 내년 초광역연합체를 설립할 예정이다. 초광역연합체의 첫 과제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운영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다. 우주산업과 수소산업은 운영전략의 기본동력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누리호가 안겨준 가슴 설레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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