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가 지난주 모두 끝났다. ‘대장동 국감’ ‘이재명 국감’으로 불릴 정도로 국민 관심이 쏠린 이번 두 차례의 국감은 그러나 ‘맹탕’으로 막을 내렸다.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제기된 숱한 의혹 규명에는 다가서지 못한 채 소모적 정쟁에만 매달린 결과다. 의혹을 파헤쳐 이 후보의 민낯을 드러내겠다던 야권의 공세는 무디기만 했다. 이 후보 또한 핵심 쟁점에 대해 교묘하게 피해갔다. 결과적으로 그에게 해명의 판만 만들어줬다는 평가가 무리가 아니다. 오죽하면 이 후보가 국감 뒤 “가짜뉴스 곁가지들이 정리된 데 대해 여야 의원께 감사 드린다”는 말까지 했을까 싶다.
이 후보는 민주당 측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감을 받겠다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야권이 공세를 잔뜩 벼르고 있는 마당에 굳이 국감에 나가 소모적 정쟁에 휘말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이처럼 이 후보가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한 만큼 야권에 이번 국감은 더 없는 호기였다. 국감을 앞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또한 “(이 후보의) 행정 능력이라는 것도 사실상 얼마나 부족한 점이 많았고 무능했는지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저격수들이 있기 때문에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결과는 맹탕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는 고작해야 이미 제기된 의혹을 재탕하는 수준으로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는 날카로운 질의는 없었다.
국민의힘은 그것도 모자라 헛발질까지 했다. 김용판 의원은 행안위 국감에서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조직폭력배 측에 특혜를 주고 돈을 받았다는 조직원의 주장과 함께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조폭 연루설 근거로 제시한 돈다발 사진이 가짜라는 정황이 드러나는 등 되레 역공의 빌미마저 주고 말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김 의원이 서울경찰청장 출신이니 기본적인 팩트 체크는 했다고 생각했다”며 “어제 국감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송석준 의원이 국감장에 등장시킨 양의 탈을 쓴 불도그 인형은 또 어땠나. 이 후보를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비유하기 위한 소품이었다. 국감장에 특정 소품을 들고 나오는 것은 가끔 있는 일이다.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치기 위한 것이라면 나쁠 게 없다. 그러나 이 인형을 등장시켜 얻은 게 뭐 있나. 사안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국감 파행만 이끌었다. 국감을 코미디화 했다는 세간의 반응이 괜한 게 아니다.
이번 국감은 어차피 ‘이재명 국감’이었다. 국회의 국정 전반 감시라는 본래 취지를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 후보가 커다란 의혹에 휩싸여 있으니 모든 관심이 그곳에 쏠리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야권, 특히 국민의힘의 창은 한층 더 날카로워야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당내에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 그런데 그 결과를 고스란히 모아 집중 포화를 날려야 할 국감에서 정작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줬다. 저격수라고 나선 의원들 중 상당수는 초선이었고, 그것마저 제대로 원팀이 되지 못했다. 보좌관들이 준비해온 질문지를 읽어나가기에 바쁜 모습도 적지 않았다.
대장동 이슈가 제기된 지도 한 달 이상이 지났다. 국민의힘이 TF까지 꾸린 결과치고는 초라하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수사권이 없는 마당에 의혹의 핵심을 밝히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국감이 ‘이재명 씻김굿’이 됐다는 일각의 평가엔 뼈아프지 않을 수 없다. 최대한 양보해 더 할 수 없는 호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까지야 그렇다 치자. 그러나 적어도 엉뚱한 헛발질로 역공의 빌미를 주지는 말았어야 했다. 흔히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만 되레 굴러온 기회를 걷어차며 위기로 내몬 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번 국감이 이 후보의 승리라고 할 수도 없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한 방이 없었던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힘이 한 방 맞았다”고 자평했다. 이 후보가 선방했다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국민의힘의 헛발질 등 실점이 더 큰 요인이었다는 자평인 셈이다. 이 후보가 선방했다는 것 또한 민주당 평가일 뿐 국민의 평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국감에서 이 후보 또한 무딘 칼날을 교묘히 피해 갔을 뿐 의혹을 털어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국감’은 이렇게 끝났으나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은 더욱 가열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여야 공방이 적어도 이번 국감과 같은 식이라면 끝없는 소모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진실 규명은 수사 당국의 몫으로 남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에게는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