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의 핵심 과제인 공공기관 2차 이전이 결국 차기 정부로 넘어갈 공산이 커진 모양새가 됐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26일 공식 석상에서 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내 이전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지역민과 지자체 입장에서는 참으로 허탈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김 총리를 비롯한 정부 여당 인사들이 수차례 밝혔던 ‘임기내 이전 방안 마련 의지’를 곧이 곧대로 믿기는 힘들었지만, 막상 일이 틀어졌다고 하니 배신감마저 들 지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 집중화 및 지방소멸 위기감이 가중되는 마당에 현 정부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 의지마저 사라지면 지방 회생은 요원해 질 수밖에 없다.
더욱 기가 찬 것은 김 총리의 발언이 국가균형발전을 논의하는 ‘2021 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 개막식 축사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에 대해 김 총리는 “초광역협력 모델과의 시너지 효과, 기존 혁신도시의 보완 및 구도심 재생과의 연계, 지역산업의 특성과 지역 간 형평성을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특히 “지금 준비를 잘해 놓아야, 다음 정부에서 차질 없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면서 현 정부에서는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현 정부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의 로드맵을 내놓겠다는 기존 약속을 뒤집고 지역의 기대를 저버리는 언사다.
실제로 김 총리는 지난달 지역언론과의 대담에서 수도권에 남아있는 400곳의 공공기관 중 150곳을 추가 이전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혀 각 지역에서는 문 정부내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확정에 대한 기대가 컸다. 게다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등 각 지역 핵심사업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김 총리 발언으로 불과 한 달여만에 그간의 약속들이 모두 지역민들을 구슬리려는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았음을 자백한 꼴이 됐다. 시민단체를 필두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강력히 성토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현 정부가 이대로 공공기관 추가이전 가능성을 없애버리면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국가균형발전 정책 실행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현 정부의 약속 이행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구체적인 로드맵 만이라도 확정지어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 ‘2차 이전 열차’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레일’만이라도 깔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결국 문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균형발전위원회가 이미 로드맵을 마련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지역 간 갈등을 우려한 청와대에 막혔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 아닌가.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공공기관 이전을 임기 내 마무리 짓겠다던 문 대통령의 약속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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