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없는 민둥산의 느낌은 황량하다. 하지만 음악사에선 그렇지 않다. 러시아 음악사상 가장 독창적인 작곡가로 평가받는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1839~1881) 덕분이다. 그는 1867년 작곡한 교향시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을 통해 민둥산을 긴장감 넘치는 환상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작품 속 민둥산은 러시아 남부 키예프의 트라고라프산이다. 그곳에선 매년 6월 성 요한제 전날 밤, 마귀들이 모여 연회를 연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무소르그스키는 구조적 양식미를 추구하는 유럽식 작곡법에서 벗어나 러시아 민속음악을 활용해 마귀 축제를 인상적으로 묘사했다. 민둥산을 러시아 특유의 민족적 음악언어로 수놓은 것이다. 이런 그의 음악은 세계 각국의 민족주의 음악과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민둥산의 환상적 변신은 음악이 아니면 불가능한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흙 바위 등으로 형성된 자연의 산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6·25전쟁 직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보기 힘들었던 민둥산을 울창한 숲으로 바꾼 우리나라가 그 가능성을 웅변한다. 우리의 지난해 국토 대비 산림 면적 비율은 62.6%(630만 ㏊)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핀란드(73.7%) 스웨덴(68.7%) 일본(68.4%)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북한은 어떨까. 우리에 필적하는 산림 복원 노력이 수반된다면 북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국환경연구원이 최근 북한의 산림을 복원할 경우 2050년 한반도 전체 산림에서 흡수할 수 있는 탄소량이 연간 4760만~5200만 t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끈다. 이는 북한에서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사라진 산림 220만 ㏊를 복원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흡수량으로, 지난달 정부가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서 밝힌 산림 습지 등을 통한 흡수량(2530만 t)의 배에 달한다. 북한 산림 복원이 한반도 탄소 중립의 관건인 셈이다.
북한도 산림 복원을 사활적 과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땔감 마련을 위한 벌목과 논밭 개간 등으로 대부분의 산이 벌거숭이 상태로 변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4년 ‘10년 안에 벌거숭이산들의 전부 수림화’ 목표를 제시한 뒤 매년 이 과업 수행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북한의 산림 복원 협력을 더 미룰 이유가 없다. 한반도의 산림을 평화의 푸른 숲으로 울창하게 가꾸는 일만 남았다. 무소르그스키의 민족적 상상력이 필요한 한반도판 ‘민둥산의 꿈’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