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내 부산에 온 유일한 대기업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연구·개발 인력 대부분을 수도권에 보내기로 한 건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다. 기업·인재 유출을 저지할 수 있는 마지막 방파제가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글로벌서비스 측은 “현대중공업이 내년 하반기 경기도 판교에 글로벌리서치센터를 설립하는데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계열사의 기술 개발 인력과 영업 인력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본사 이전 계획은 없다”고 하지만,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생산공장이 없는 순수 연구·개발 회사여서 본사 이전이나 마찬가지다. 부산은 전국 매출액 1000대 기업에 속한 지역기업 중 미래가치가 가장 높은 곳을 사실상 잃게 됐다.
현대중공업이 판교에 글로벌리서치센터를 지어 연구·개발 기능을 집중키로 한 건 인재 확보를 위해서다. 현재 기업이 원하는 우수 인력은 사무직의 경우 판교, 기술직은 경기도 기흥 밑으로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 업계의 입길에 오른 지 오래된 ‘취업 남방한계선’이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대기업 64개를 비롯한 1697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넘쳐나는 이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제2, 제3의 판교테크노밸리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인재는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기업은 현대글로벌서비스처럼 인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옮긴다. 현대글로벌서비스 측이 지난 2일 부산시가 개최한 기업간담회에서 “연구·개발 인력 부족 문제에 시가 적극 나서 달라”고 호소한 데서 그 사정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기업·인재 유출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수도권과 차별화된 신성장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기장 의과학산업단지 내 파워반도체 상용화단지에서 그 가능성을 본다. 13년간 경기도 부천에서 활동했던 한 기업이 지난해 이곳으로 이전했다. “수도권이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하는 동안 부산시가 파워(전력용)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이전하게 됐다”고 한다. 수도권에 없는 산업을 육성하려는 시도가 기업을 끌어들인 셈이다. 이런 기업들이 모여 판교 같은 테크노밸리를 형성하면 인재도 찾아오게 될 것이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정부와 정치권 차원의 균형발전 노력 병행이 필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내놓은 “수도권에 남아 있는 200여 공공기관을 모두 지방으로 옮기려 한다”는 공약은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가 지키지 못한 공공기관 추가 이전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연관 민간기업 이전을 유도하는 유력한 방편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등 야권 대선 후보들도 균형발전 공약을 제시하길 바란다. 균형발전은 나라의 미래를 담보하는 관건이다. 수도권 집중은 지방 소멸을 부르고, 저출산·고령화를 가속화해 결국 국가 소멸을 야기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가 그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내년 대선을 ‘균형발전 선거’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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