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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먼저 다가가자

  •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  |   입력 : 2021-12-07 19:51:4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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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맛은 ‘짠맛’ ‘단맛’ ‘쓴맛’ ‘신맛’ 4가지가 있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으로 맛에 포함되지 않는다. 미각의 농도 차이와 향 때문에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히면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수많은 향기분자와 아미노산 등의 미립자로 느껴지는 향을 맛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와인품평회 포르투갈와인트로피에서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심사위원들. 필자 제공
와인의 짠맛은 흙 속의 무기염 성분에서 나온다. 와인을 마시고 짜다(Salty)고 표현하는 것은 미네랄 성분이 많기 때문에 미각이 짜다고 느끼는 것이다. 와인의 단맛은 당분(포도당 과당 설탕) 알코올 글리세린 성분에서 나온다. 와인전문가나 미각을 타고난 사람들은 당분의 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초보자일수록 당도 높은 와인을 선호하고 덜 민감하다.

와인의 쓴맛은 타닌에서 나오며 와인의 골격과 수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성분이다. 포도 껍질에 들어 있는 타닌 성분은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계열의 가수분해형 타닌으로 입안에서 질감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고급 타닌이다. 반면 포도 줄기나 씨에서 나오는 축합형 타닌은 쓴맛이 강하고 와인에 풋내를 주기 때문에 좋은 타닌은 아니지만 와인의 골격과 균형을 잡기 위해 첨가하기도 한다. 타닌뿐만 아니라 알코올 성분에서도 와인의 쓴맛을 느낄 수 있다.

와인의 신맛은 유기산(사과산 주석산)에서 오며 와인의 청량감과 신선한 느낌에 영향을 준다. 산도가 너무 강하면 와인이 거칠게 느껴지고 부족하면 밋밋한 와인으로 느껴진다.

와인과 음식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는 와인과 음식이 이루어내는 ‘향’과 ‘질감’에 많이 좌우된다. 음식의 질감에 초점을 맞춘 후 와인의 당도 타닌 산도 온도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최고의 매칭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와인과 음식의 조화를 위해 무게감의 균형을 유지하고 비슷한 맛,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는 맛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사람들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이 내게 먼저 다가오기만을 바란다면 더 외로워질 뿐이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순수한 사랑, 낭만적인 꿈이 천박하고 거친 현실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과정을 예리하고 절제된 묘사로 써 내려간 소설 ‘위대한 개츠비‘(F.스콧 피츠제럴드)의 첫 장에 나오는 말이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먼저 다가가고 용서해주자. 용서는 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자신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은 나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개츠비는 허황된 미래를, 절대 잡을 수 없는 미래를 꿈꾸었다.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허망한 죽음뿐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 가끔 까닭 모를 허허로움에 마음이 짓눌리기도 하지만 와인 한 잔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먼저 다가가는 마음으로 올 한 해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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