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을 얻기 위해서는 꼬박 1년 가까운 시간이 요구된다. 콩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기로 소문난 우리 조상들이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된장만으로 만족했을 턱이 없다. 발효 기간을 단축시킨 일종의 속성 장도 다양하게 개발해 놓았다. 막장 즙장 등 다양한 속성 장이 있지만 그중 으뜸은 청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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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효 기간은 단축됐으나 된장 못지않은 맛과 영양을 가져 오랫동안 사랑받는 청국장. 국제신문DB |
청국장은 삶은 콩을 짚과 함께, 혹은 짚으로 엮은 오쟁이에 담아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다. 이렇게 하면 짧게는 이틀 만에도 곰삭은 맛을 내는 청국장을 빚을 수 있다. 같은 콩을 활용해 된장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도 된장 못지않은 맛과 영양을 가진 또 하나의 장을 얻는 셈이다. 예로부터 청국장은 주로 겨울과 봄에 만들어 먹었다. 된장을 담그기 위해 만든 메주에 곰팡이가 피고 건조되는 동안 따뜻한 아랫목에서는 청국장이 익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았다. 속성으로 발효시킨 청국장은 겨우내 먹는 국과 찌개에 없어서는 안 될 요긴한 조미료였던 셈이다.
또한 청국장은 무염 발효 식품이다. 된장은 소금물에 메주를 띄워 발효시키는 까닭에 장기보관이 가능한 반면 높은 염분 섭취가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속성 장인 청국장은 소금을 넣지 않고 오로지 삶은 콩과 높은 온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발효균으로 속성시킨다. 장기 보관이 목적이 아니었던 청국장에 굳이 소금을 넣을 이유가 없었다. 염분 걱정 없이 얼마든지 먹어도 좋은 청국장의 장점은 과거보다 오히려 최근 들어 더 주목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청국장과 유사한 속성 장의 경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즐겨 먹는 식품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낫토다. 낫토는 제조 방법과 기간이 청국장과 거의 동일하다. 다만 일본은 발효에 관여하는 여러 균 중에서 볏짚에 있는 ‘낫토균’만 따로 추출해서 사용한다. 삶은 콩에 배양한 낫토균을 넣어 발효시킴으로써 잡냄새가 없고 안정적인 품질의 낫토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발효 식품인 ‘템페’는 인도네시아 콩 소비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일상적인 음식이다. 삶은 콩을 히비스커스 잎이나 티크 잎으로 감싸 30℃ 정도에서 2일간 숙성시키면 흡사 콩떡과 같은 덩어리가 된다. 이를 얇게 썰어서 간장을 발라 굽거나 기름에 튀겨 밥과 함께 먹는다.
태국과 라오스의 ‘토아나오’는 삶은 콩을 티크나무 잎을 깐 대바구니에 담아 3일 동안 발효시킨다. 태국의 경우 찰밥과 함께 먹거나 각종 소스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고 라오스에서는 쌀국수의 매운 양념에 사용한다. 삶은 콩을 무화과나무 잎을 이용해 발효시키는 미얀마의 ‘페보옷’은 절구에 찧어 곱게 가루로 만든 뒤 여기에 고춧가루 등의 부재료를 섞어 밥에 뿌려 먹거나 볶음요리나 국의 조미료로 사용한다. 이외에도 아시아 각 나라와 지역에서는 청국장과 유사한 형태의 속성 장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활용하는 방식은 각 나라의 식문화에 따라 다르지만 콩을 사용하고 볏짚이나 나뭇잎에 있는 균을 발효에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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