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청국장과 속성 장

  • 박상현 맛 칼럼리스트
  •  |   입력 : 2021-12-14 19:45:4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된장을 얻기 위해서는 꼬박 1년 가까운 시간이 요구된다. 콩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기로 소문난 우리 조상들이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된장만으로 만족했을 턱이 없다. 발효 기간을 단축시킨 일종의 속성 장도 다양하게 개발해 놓았다. 막장 즙장 등 다양한 속성 장이 있지만 그중 으뜸은 청국장이다.

발효 기간은 단축됐으나 된장 못지않은 맛과 영양을 가져 오랫동안 사랑받는 청국장. 국제신문DB
청국장은 삶은 콩을 짚과 함께, 혹은 짚으로 엮은 오쟁이에 담아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다. 이렇게 하면 짧게는 이틀 만에도 곰삭은 맛을 내는 청국장을 빚을 수 있다. 같은 콩을 활용해 된장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도 된장 못지않은 맛과 영양을 가진 또 하나의 장을 얻는 셈이다. 예로부터 청국장은 주로 겨울과 봄에 만들어 먹었다. 된장을 담그기 위해 만든 메주에 곰팡이가 피고 건조되는 동안 따뜻한 아랫목에서는 청국장이 익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았다. 속성으로 발효시킨 청국장은 겨우내 먹는 국과 찌개에 없어서는 안 될 요긴한 조미료였던 셈이다.

또한 청국장은 무염 발효 식품이다. 된장은 소금물에 메주를 띄워 발효시키는 까닭에 장기보관이 가능한 반면 높은 염분 섭취가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속성 장인 청국장은 소금을 넣지 않고 오로지 삶은 콩과 높은 온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발효균으로 속성시킨다. 장기 보관이 목적이 아니었던 청국장에 굳이 소금을 넣을 이유가 없었다. 염분 걱정 없이 얼마든지 먹어도 좋은 청국장의 장점은 과거보다 오히려 최근 들어 더 주목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청국장과 유사한 속성 장의 경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즐겨 먹는 식품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낫토다. 낫토는 제조 방법과 기간이 청국장과 거의 동일하다. 다만 일본은 발효에 관여하는 여러 균 중에서 볏짚에 있는 ‘낫토균’만 따로 추출해서 사용한다. 삶은 콩에 배양한 낫토균을 넣어 발효시킴으로써 잡냄새가 없고 안정적인 품질의 낫토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발효 식품인 ‘템페’는 인도네시아 콩 소비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일상적인 음식이다. 삶은 콩을 히비스커스 잎이나 티크 잎으로 감싸 30℃ 정도에서 2일간 숙성시키면 흡사 콩떡과 같은 덩어리가 된다. 이를 얇게 썰어서 간장을 발라 굽거나 기름에 튀겨 밥과 함께 먹는다.

태국과 라오스의 ‘토아나오’는 삶은 콩을 티크나무 잎을 깐 대바구니에 담아 3일 동안 발효시킨다. 태국의 경우 찰밥과 함께 먹거나 각종 소스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고 라오스에서는 쌀국수의 매운 양념에 사용한다. 삶은 콩을 무화과나무 잎을 이용해 발효시키는 미얀마의 ‘페보옷’은 절구에 찧어 곱게 가루로 만든 뒤 여기에 고춧가루 등의 부재료를 섞어 밥에 뿌려 먹거나 볶음요리나 국의 조미료로 사용한다. 이외에도 아시아 각 나라와 지역에서는 청국장과 유사한 형태의 속성 장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활용하는 방식은 각 나라의 식문화에 따라 다르지만 콩을 사용하고 볏짚이나 나뭇잎에 있는 균을 발효에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맛 칼럼리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5. 5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포토에세이] 국사봉 전망대서 본 옥정호 물안개
  8. 8‘민주항쟁도’ 이철호 작가, 18년 만의 재회
  9. 9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10. 10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1. 1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2. 2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3. 3[2026 국감 브리핑] 자격유지검사 않는 고령운수자 1400명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6. 6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7. 7‘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8. 8[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9. 9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10. 10주호영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 폐지’ 법안 발의
  1. 1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2. 2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3. 3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5. 5누리호 5차 발사…군집위성 5기 모두 교신 성공(종합)
  6. 6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7. 7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시대’ 임박
  8. 8홈플러스, 희망퇴직 돌입…MBK 경영권도 사라져
  9. 9근무시간에 사주 상담…HUG 직원 면직 처분
  10. 10주진모 B·GET 대표 “민관펀드로 K-팝 북항 아레나 조성해 관광수요 창출”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6. 6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7. 7“북항 모빌리티, 원도심 연계해야…환승센터 전면 재설계를”
  8. 8전재수 “사직구장, 야구 중심 생활체육 메카로…북항엔 돔 아레나”
  9. 9농약·고혈압약 등 취수원 오염물질, 부산시 선제 차단
  10. 10부산 초중고에 생성형 AI 보급…사회정서교육 3배로 늘려
  1. 1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2. 2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3. 3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4. 4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5. 5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6. 6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7. 7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0. 10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유튜브 쇼츠 정치
통행료 면제 명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누리호의 도전, 역대 최다 15기 위성 싣고 우주로
국제기구 인증보다 주민 체감 효과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