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성 훈춘에서 대낮에 백두산 호랑이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눈 덮인 산길에서 어슬렁거리던 이 호랑이를 찍은 동영상이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의 북한 및 러시아 접경 지역은 백두산 호랑이 집단 서식지다. 중국은 이 일대 호랑이 서식지 보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0월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1만4100㎢를 백두산 호랑이 및 표범 국가공원으로 지정한 것이 그 예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호랑이 출현 소식은 가끔씩 전해졌다. 이번엔 야행성 동물이 대낮에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이례적이라 하겠다. 특히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를 보내고 임인년(壬寅年) 호랑이 해를 맞을 시기라 더 반갑다. 이 동영상 속 호랑이는 누런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선명하다. 자동차를 빤히 쳐다보다 무심한듯 길을 비켜주는 걸음걸이가 예사롭지 않다. ‘2022년은 나의 해’라고 세상 사람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듯 하다. 그렇다면 지위가 매우 높은 사람을 대접하는 것처럼 “백두산 호랑이 납시오”하며 예를 갖춤이 마땅할까.
명리학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임을 안다. ‘임’이 음양오행에서 검은색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10개 천간과 12개 지지의 조합을 조금 더 살펴보자. ‘임’은 검은색과 함께 물을 뜻하며, ‘인’은 나무의 기운이다. 나무와 물의 기운이 합쳐져서 우리나라가 세계의 으뜸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이야기다. BTS로 대표되는 K팝, ‘미나리’나 ‘오징어게임’의 K영화·드라마 등 특정 분야의 활약상이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세계를 주름잡으며 유명세를 떨치기도 하나 자만한다면 오명을 뒤집어쓸 여지가 많다. 세상에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순 없는 법이다. 검은 호랑이가 일깨우는 이치다.
건곤일척(乾坤一擲), 운명을 걸고 단판걸이로 대권을 겨루는 여야의 대선 후보들은 물론이고 이어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인사들이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일찍이 ‘호랑이의 나라’라 일컬어지던 우리나라에 호랑이의 해가 펼쳐진다. 호랑이는 산군(山君)이라 불리며 범접하지 못할 위엄을 뽐내기도 하지만, 선과 정의의 편을 지키는 우직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숱한 설화에 그런 호랑이를 담은 건 이 땅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모름지기 지도자라면 코로나19 사태와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불평등 속에서 흘리는 많은 사람의 눈물을 닦아줘야 하지 않겠나. 군림하는 호랑이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이끄는 지도자를 기대한다.
김경국 선임기자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