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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포스트휴먼 시대의 행복 /김부경

  • 김부경 고신대복음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   입력 : 2022-01-03 19:37:1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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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이어 지난해 키워드 역시 코로나19였다. 이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인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이른바 정보와 기술혁명이라고 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엄청난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예측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를 통한 혁신적 도약을 이룬 또 하나의 분야는 바로 바이오산업이다.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했던 백신개발은 실시간 정보공유와 유전자재조합기술을 통해 2년 이내로 짧아졌다. 이러한 바이오기술의 변화는 앞으로 그동안 윤리적 문제로 시도되지 못했던 수많은 생명공학기술이 실제로 시도되기 시작할 것임을 직감하게 한다. 그야말로 포스트휴먼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포스트휴먼이란 철학자에게서 유래된 용어로, 포스트휴머니즘이라는 철학사조에서 기인한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을 뛰어넘는 인간’ ‘인간 그 너머의 인간’ 개념이다. 예를 들어 유전자조작을 통해 더는 늙지 않는 인간이라든가, 뇌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인간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포스트휴먼에 해당하는 인간을 인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늙지 않는 인간은 인간일까? 죽지 않는 인간은 인간일까? 결국 인류가 가장 극복하고 싶어 했던 것들이 바로 인간을 인간이라 규명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라는 역설에 봉착하게 된다. 바로 노화 질병 죽음 고통 같은 것이다. 로봇은 결코 겪을 수 없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것들이야말로 인간을 정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은 질병과 죽음,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된다. 결코 겪고 싶지 않은 이 고통을 마주하는 하루하루가 바로 우리의 삶이 된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은 재미와는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의 돈 많던 노인은 죽음을 앞두고 재미를 추구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재미였다. 과연 그 노인의 죽음은 행복했을까? 게임을 하며 너무 재미있어 해맑게 웃었던 그 얼굴로 죽었을까? 재미는 찰나의 쾌락이기에 쾌락중추의 자극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아닌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온종일 오락을 실컷 한 날, 드라마를 실컷 본 날, 분명 너무 재미있었는데 공허함이 몰려오는 기분을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재미가 아닌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행복은 영혼부터 꽉 차오르는 충만감이다. 수험생이 최선을 다해 공부한 날, 의사가 사투를 벌여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 날, 우리는 그런 날 힘들지만 행복을 느낀다. 재미는 행복 속에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이 될 수는 있지만, 행복을 위한 어떠한 조건도 아니다. 우리는 슬픔 중에도 행복할 수 있다. 어떤 이의 죽음은 그 가족들의 깊은 슬픔을 통하여 그의 삶이 얼마나 행복했을지를 짐작하게 하기도 한다.

때로 우리는 돈이 없어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래서 많은 행복을 돈이 생기면으로 미루고 있다. 그러나 과연 ‘오징어게임’ 속 주인공은 돈이 없어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486억 원을 가진 후에 그는 행복했어야 한다. 만약 딸의 생일에 얼마 되지 않은 돈으로 예쁜 선물을 샀다면, 남은 돈으로 어머니에게 따뜻한 장갑을 사드렸다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더 거슬러 그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그의 부인과 딸을 잃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부인과 딸은 힘든 삶을 격려하며 힘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이 돈이 넉넉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많을지언정, 지금 행복하지 않은 것이 돈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엄청난 변화 속에서 가장 인간답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피하고자 하는 고통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며, 고통 중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며, 그 인간다움은 결코 돈이 가져다 줄 수 없다. 새해에는 순간순간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소망한다.

고신대복음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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