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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가속도 붙은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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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45년쯤이면 인공지능(AI)이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우월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2005년 펴낸 ‘특이점이 온다’는 저서에서다. 특이점은 무한대의 중력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인류사에 새로운 차원의 삶이 열리는 지점을 말한다. 커즈와일은 그 동인으로 ‘수확 가속의 법칙’(The law of accelerating returns)을 제시했다. 물질문명의 발전 속도는 갈수록 빨라진다는 이론이다. 커즈와일은 21세기에는 20세기 문명의 1000배에 달하는 발전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커즈와일의 예견이 실현되리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간관계에서 비대면 비중이 급증하면서 특이점 도래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져간다는 사실이다. 중국 상하이 푸둥 인민검찰청이 최근 신문조서를 보고 범죄 용의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AI 검사’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게 한 예다.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중국과학원은 “97% 이상의 정확도로 기소할 수 있다”고 했다.

2018년 텔레마케터 등과 함께 미래에 사라질 확률이 가장 높은 직업군으로 법률가를 꼽은 CNN의 예측에 무게가 실리는 사례다. 그런 조짐이 나타난 건 더 오래됐다. 2013년 미국 위스콘신주 검찰은 형량 판단 AI ‘컴퍼스’를 이용해 총격 사건에 사용된 차량을 운전한 사람에게 중형을 구형한 바 있다. 미국의 유수 로펌 ‘베이커 앤드 호스테틀러’는 2016년 AI 변호사 ‘로스’를 고용하기도 했다.

AI 법률가의 등장은 인간의 판단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AI 판사 도입하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수사와 판결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거기에는 주관적 편견에 치우칠 수 있는 인간과 달리, AI는 그럴 염려가 없는 기계여서 데이터만 많이 입력하면 판단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는 모순이다. AI에게 제공되는 데이터에는 인간의 편견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 등 혐오 표현을 쏟아내다 공개된 지 하루만에 운영이 중단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챗봇 ‘타이’가 단적인 예다.

결국 사람이 문제다.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물질문명이 아무리 발전한들 인간이 소외되는 디스토피아를 벗어나기 어렵다. 물질문명을 인간에 이롭게 통제할 수 있는 정신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부산교육청이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한 ‘AI 선생님’을 보며 든 생각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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