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용석의 시사탐방] 새해의 단상: 새로움이란 무엇인가

  • 김용석 철학자
  •  |   입력 : 2022-01-06 19:08:0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시간은 새로움의 전령이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우리는 또 한 번의 새해를 맞고 있다. 그리고 새해와 함께 누구든 한 살 더 먹게 되었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일 년 더 자란 것이겠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늙은 것이다. 아차,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서는 ‘늙다’라는 말이 금기시된 사회 분위기가 있는 것 같은데, 웬 말 방정인가. 여기서 늙음은 일흔 고개를 넘고 있는 나 자신을 향한 말이니 오해 마시기를….

어쨌든 오늘 우리 사회의 정서는 자연의 섭리를 일상의 순리로 받아들이는 데에 인색한 것 같다. 새로운 시간이 오는 만큼 생명체는 성장하고 늙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도 다가온 시간은 새로운 시간이다. 곧 늙어 감으로써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기회를 갖게 된다. 백수(白壽)를 산 사람에게도 2022년은 새로운 한 해이다. 사실 지속적으로 변하는 생명체에게 새로움과 늙음은 단순히 반대 개념일 수 없는 모호성을 지니고 있다.

하나의 새로움은 또 다른 새로움을 필요로 한다. 새로움이란 일시적이고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 새로이 등장한 것이 영속한다면 새로움의 의미 자체를 소멸시키리라. 바로 이 새로움의 일시적인 성격 때문에 새로움은 덧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과 만물이 무상하다는 것, 곧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종교적 창조론의 입장에서든 천체물리학의 입장에서든, 창세(創世)가 한 번 있은 후(또는 우주의 빅뱅이 한 번 있은 후), 곧 최초의 새로움이 있은 후, 이 세상에서 모든 새로움의 탄생은 변화와 어깨동무한다. 변화는 새로움을 동반하며, 새로움의 얼굴은 변화의 역사와 의미를 담고 있다.

흔히 지나치는 것이지만 신세대 새물결 등의 표현은 내재적 차원에서 동어반복일 수 있다. 세대와 물결은 그 자체로 변화와 새로움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유기적 자생력을 지니지 않은 물체와는 달리, 세대나 물결처럼 ‘자생적 역동성’이 그 존재 조건이라면 그렇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모든 세대는 끊임없이 새롭게 이어지며, 강줄기를 타고 모든 물결은 밀고 밀리며 끊임없이 새롭게 흐른다.

장강(長江)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며 흐르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장강은 존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신세대가 구세대를 밀어내며 살아가는 것도 너무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 사는 세상은 존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놓치지 말 것이 있다. 새로운 세대는 앞선 세대를 버리고 가거나 교체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밀어내며 살아간다. 밀고 밀림의 긴장은 있지만 대립은 없다. 앞선 세대는 순리에 따른 밀림을 수용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인정하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기운을 공유한다. 인간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최근 세대를 지나치게 가르고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치와 언론은 ‘세대 갈등과 세대 교체의 이념’을 악용한다. 새로움을 이용하면서도 그것이 변화의 섭리임은 은폐한다. 인간의 삶이란 새로움을 이어가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인간상도 ‘이어감의 지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탁월한 감성의 시인 소월도 이렇게 노래하지 않았던가.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대립과 교체의 언어는 강렬하나 본질적이며 소중한 것들을 잊게 한다. 권력의 의지로 대선에 나선 정치인들은 허영 가득한 목소리로 ‘시대 교체’도 외쳐댄다. 시대라는 말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 의미에는 이 세상 수많은 인구의 여러 세대에 걸친 과거와 현재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소환해 그를 교체할 미래를 호언할 때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책임감이 확고히 있어야 한다. 새로움에 대한 책임, 그 또한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시대를 논하는 자의 겸허함이 요청되는 이유다.

세대는 자연의 섭리를 반영하지만, 시대는 인위적 의지를 표명한다. 이때 새로움은 ‘다르다’는 것을 그 본질로 한다. 다른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치적 창의성’을 발휘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제발 그럴 깜냥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대의 새로움을 위한 대업과 책임을 위해서는 자기반성과 함께, 소환된 시대에 대한 철저하면서도 공정한 평가와 성찰이 전제됨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찍이 청록파 시인 혜산(兮山)이 노래했듯이, 새 날의 태양도 지난밤의 어둠을 살라먹고 솟아오른다. 다시금 ‘말갛게 씻은 얼굴’로 솟아오르는 고운 해도,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솟아오른다. 그래야 새 생명 넘치는 ‘이글이글 앳된 얼굴’로 솟아오를 수 있다.

이렇게 더없이 공을 들여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모두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같은 세상을 희망할 수 있다.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에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철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첫 액션부터 장첸 압도한 빌런 “마동석 형과 맞짱 뜨려 몸도 키웠죠”
  2. 2선거 변수에 메가시티가 위태롭다
  3. 3부산 강서구청장 선거 흑색선전 과열 양상이지만 대체로 사실
  4. 4근교산&그너머 <1281> 경북 문경 둔덕산
  5. 5335만→251만 명…부산 '인구절벽' 더 빨라진다
  6. 6‘손실보상’ 추경안 협상 난항…여 “34조” 야 “50조” 고수
  7. 7강서자이 에코델타 견본주택 27일 오픈
  8. 8가야금 입문 한 달…검지의 통증 얻고야 ‘학교종(동요)’을 완주하다
  9. 9'전월세 신고' 미이행 과태료 부과 1년 더 늦춘다
  10. 10흐름 끊는 주루 실책…서튼표 ‘달리는 작전야구’ 헛발질
  1. 1선거 변수에 메가시티가 위태롭다
  2. 2‘손실보상’ 추경안 협상 난항…여 “34조” 야 “50조” 고수
  3. 3軍 대장 7명 전원 교체…합참의장 김승겸
  4. 4‘중선거구제’ 기초의원 투표용지에 기표는 한 번만
  5. 5변성완 “글로벌 메가시티 완성” - 박형준 “지역 미래먹거리 마련”
  6. 6지역 공약엔 관심도 없는 여야 중앙당
  7. 7인스타에 푹 빠진 변성완, 메타버스 세상 연 박형준
  8. 8김건희 여사, 조만간 권양숙 여사 예방
  9. 9북한, 바이든 귀국 비행 때 무력시위…정부 “7차 핵실험 임박”
  10. 10이재명은 고전, 안철수는 여유
  1. 1335만→251만 명…부산 '인구절벽' 더 빨라진다
  2. 2강서자이 에코델타 견본주택 27일 오픈
  3. 3'전월세 신고' 미이행 과태료 부과 1년 더 늦춘다
  4. 4교육부 장관 박순애, 복지부 장관 김승희 내정
  5. 5“부전상가시장에서 정부 비축 명태 싸게 사세요”
  6. 6바다 위 선박서도 ‘코로나 검사’
  7. 7부산TP, 천마마을 공영주차장에 스마트팜 조성
  8. 8수도권 인구 30년간 3.6% 줄 때 영남권 21% 급감
  9. 930년 뒤 부산 인구 7명 중 3명은 '노인'
  10. 10HJ중공업, 26일 국내 최초 다목적 대형방제선 ‘엔담호’ 명명식
  1. 1부산 강서구청장 선거 흑색선전 과열 양상이지만 대체로 사실
  2. 2[속보]부산시, 롯데타워 경관심의 조건부 의결
  3. 3부산외고 찾은 90세 영국 한국전 참전용사 “평화 수호자 돼 달라”
  4. 4나이 많다고 월급 줄여? 대법 "임금피크제 무효"
  5. 5하윤수 ‘공보물 학력’ 선거법 위반
  6. 6오피스텔 빌려 3년간 성매매... 창원서 업주 2명 송치
  7. 785억 빼돌려 도박하고 차량 구매한 수자원공사 직원 징역 12년
  8. 8부산롯데타워 경관심의 조건부 허가
  9. 9"오미크론 이전 수준" 코로나 신규확진 17주 만에 목요일 최저
  10. 10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맞나? 시장·교육감 후보 '아동정책' 뒷짐
  1. 1흐름 끊는 주루 실책…서튼표 ‘달리는 작전야구’ 헛발질
  2. 2몬스터 vs 이도류…한일야구 자존심 첫 빅매치
  3. 3코로나 이겨낸 임성재 한 달만에 PGA 복귀
  4. 4‘2군행 처방’ 먹혔나…달라진 고승민
  5. 5토트넘 7월 한국 온다…수원서 세비야와 격돌
  6. 6여자 축구 간판 지소연 수원FC위민 입단
  7. 7“손흥민은 월드클래스” 파워랭킹 1위·베스트11 석권
  8. 8김효주·최혜진 LPGA ‘매치 퀸’ 도전
  9. 9[이준영 기자의 전지적 롯데 시점] 철벽 불펜 균열…마무리 교통정리 필요해
  10. 10EPL 득점왕 손흥민 보유국…“부럽다” “질투난다” 아시아가 들썩
우리은행
부산시장 후보 심층 인터뷰
정의당 김영진
동네를 바꾸는 백자의 힘…시민선거캠프 '동백'
전문가 투표 결과 분석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제1부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고?
‘15분 도시’에 대한 작은 요청
기고 [전체보기]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의 역할
동천의 2022년
기명칼럼 [전체보기]
화기광 동기진
지휘봉 기대했더니 지시봉 겨누나
기자수첩 [전체보기]
조폭 행패가 돈이 되는 세상…법원만 모르나
문학의 위기 속 신춘문예의 의미 /최승희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이제 시대교체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또 다른 팬데믹이 온다는데
검은 호랑이 해를 디지털 전환 원년으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캐릭터 상수와 ‘어쩌나 정치인’
새해의 단상: 새로움이란 무엇인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길들여 진다는 것에 대하여
태평양 건넌 조선 궁중악사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장난이 아닙니다”
간절함 없는 민주당, 오만한 국민의힘
도청도설 [전체보기]
줄어드는 수면시간
달 탐사선 ‘다누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육회비빔밥
조방 그리고 낙지
사설 [전체보기]
낙동강 농산물 ‘녹조 독성 검사’ 기준 마련 시급하다
북한 강도 높은 미사일 ‘섞어쏘기’ 도발은 자충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구가 많아야 부자국가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향후 5년, 새 정부의 과제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역사라는 오답 노트
기후협약 결론은 ‘어쩌고저쩌고’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 리더의 함정에 빠지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탈핵으로 가는 길
빈사의 농촌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 두잉(Do-ing)
승마와 자기 경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육법정부, 육법당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대선 직후, 개헌이 꼭 필요한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이별
한잔의 와인이 만들어지기까지
특별기고 [전체보기]
‘국민 언니’의 원조 강수연 배우를 떠나보내며
오시리아 테마파크 개장을 앞두고 /김용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엘가와 베르디
봄과 음악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임득명의 ‘가교보월’
이재관의 ‘송하처사도’
  • 부산해양콘퍼런스
  • 부산야구사 아카이브 공모전
  • 낙동강 일러스트 공모전
  • 제21회 국제신문 전국사진공모전
  • 바다식목일기념 대국민 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