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 무대를 선보여 인기리에 종영된 국악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은 우리 민족의 흥을 시대 흐름과 보편적인 감성에 맞춘 개성 있는 무대로 세대를 넘어 많은 사람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자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정규 국악교육을 받고 대학 졸업 후 각자 전공한 음악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만들기까지 오랫동안 고민하며 음악활동을 해왔다. 오랜 내공을 바탕으로 한 음악이 현시대와 소통할 수 있고 공감을 받을 수 있음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 이렇듯 기존에 없던 음악을 두고 장르를 구분하거나 사용된 악기를 구분해 어떤 장르에 맞는지를 구분하려 하기보다 음악이라는 큰 범주, 그 자체로 보는 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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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연구회 소리 숲이 지난달 19일 개최한 송년음악회 ‘모던풍류’의 공연 모습. |
필자가 속한 소리 숲은 지난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송년음악회 ‘모던풍류’를 개최했다. 국악기 피리와 함께 바이올린 클라리넷 피아노 드럼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클래식 국악 가요 팝 캐럴 재즈 EDM(전자음악), 거의 모든 장르를 선보였다. 악기의 정체성은 지키면서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음악 그 자체로서 관객에게 음악이 주는 희로애락을 전하고 싶었다. 국악기 피리와 바이올린 클라리넷이 함께 연주하는 베토벤 ‘환희의 송가’를 듣고 이것이 국악이냐 클래식이냐 질문하는 것은 더는 의미가 없다. 다양한 아티스트와 장르의 경계를 없애고 조화로운 앙상블을 통한 서로의 이해는 관객과도 소통하며 화합하게 만들어주는 예술의 가치 있는 융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1998년 창단한 실크로드 앙상블은 한국 중국 몽골 이란 인도 터키 등 고대 무역로인 실크로드에 인접한 세계 20여 개국의 전통악기 연주자와 음악가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그야말로 음악의 현대판 동서교류라 할 수 있는 각국의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들의 ‘오프 더 맵(Off The Map)’ 앨범은 2011년 그래미상 최우수 크로스오버 클래식 앨범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바이올린 첼로 등 서양의 클래식 악기와 한국의 장구, 일본의 사쿠하치, 인도의 타블라, 이란의 카만체, 중국의 비파 등 수십 명의 세계 민속악기 연주자가 연주하는 곡을 어떤 장르라고 규정지을 것인가?
재즈 역사를 이끈 80년 전통의 블루노트 레코드는 1990년대부터 재즈 아티스트들과 힙합뮤지션을 발굴한 콜라보 음반을 선보이며 재즈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8년 힙합 뮤지션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캔드릭라마는 힙합을 바탕으로 재즈 소울 펑크 아프리카음악 등 여러 장르를 결합, 힙합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힙합 뮤지션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 음악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어떤 장르와도 조화로울 수 있는 우리 음악의 저력을 확인한 지금이 바로 우리 고정관념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현시대 음악은 미래의 고전이 될 수 있다.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