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당면한 인구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소멸 등 크게 3가지이다. 초저출산국의 기준이 1.3명의 아이 출산인데 이렇게 계산하면 44년 뒤, 한국 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현재 출산율은 그보다 훨씬 낮은 0.84명, 부산은 0.74명이다. 부산은 국내 대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21년 9월 ‘초고령’ 도시가 되었다. 10년 뒤면 시민 3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이 된다.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노인 인구 비중이 빠르게 증가한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탈출한 청년들은 악화된 생활·주거여건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 그래서 3가지 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방소멸이다.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2019년 50%를 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청년층인 25~34살 인구의 56%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부산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10만 명 이상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떠났다.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많은 사람이 모여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면 개체로서의 생존본능이 종으로서의 재생산 확대본능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이하로 ‘불량식품’을 먹으면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담론 앞에 청년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대응한다. 세계적인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말을 빌리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사회적 진화’ 현상이다. 이처럼 지방소멸은 한국소멸로 이어진다. 통계청은 지금대로라면 100년쯤 뒤인 2117년 부산에서는 강서구를 제외한 전 지역이 소멸위험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왜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가?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까지 부산에서는 신설법인을 만들거나 공장을 새로 지으면 다른 지역에 비해 5배의 지방세를 더 물어야만 했다. 그래서 대기업은 서울로 떠나거나 아니면 동명목재 국제상사처럼 망했고, 새로운 기업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2019년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경북 구미의 엄청난 특혜 제안에도 불구하고 경기 용인으로 간 사례는 지역의 대기업 유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기업유치 이야기 대신 부산시는 2030 엑스포, 메가시티, 15분 도시 등을 이야기한다. 목말라 죽어가는 사람에게 우물 파서 물을 주겠다는 식이다. 엑스포가 2030년 부산에 유치되면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해결될까? 엑스포보다는 그래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효과가 더 클 것이다. 그럼에도 강원도는 평창올림픽 빙상경기장을 대회 직후 기업체에 넘겨 냉동창고로 활용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있다. 메가시티는? 서부산에서 해운대까지 15분에 도착할 수 있으면 부산의 어려움은 해결되는 것일까? 이들 사업을 추진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더 시급한 것, 눈앞의 일도 함께하자는 것이다.
1년에 차량 100만 대도 팔지 못하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1000만 대 이상을 파는 회사들은 물론 2~9위 자동차회사 전부를 합친 것보다 많다. 지점 하나 없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이 한국 4대 은행을 합친 것보다 많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 세상이다. 새로운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창출이 쉽지 않다면 기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중요하다. 신발이나 패션, 조선 부품 등 아직도 부산에 경쟁력이 남아 있는 산업이 그나마 조금은 있다. 맨해튼의 온라인 패션 스타트업 ‘추시(Choosy)’는 세계적인 모델이나 인플루언서들의 패션 사진에 달린 댓글을 알고리즘으로 분석, 디자인화해 중국 의류 공장에 넘긴다. 그러면 3일 만에 샘플이 나오고 이를 홈페이지에 올려 주문 제작에 들어간다. 재고는 최소화되고 1주일에 10개 정도의 신상품이 출시된다. 우리는 언제까지 아날로그식 감에만 의존하고 있을 것인가. 전통제품도 디지털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능이 부가되어야 한다.
부산시가 육성하겠다는 커피산업도 마찬가지다. 커피는 원두가 맛을 결정한다. 원두가 신선한 상태에서 커피콩을 볶는 것이 중요한데 수입 원두의 95%가 부산항으로 들어온다. 부산에 5000여 개의 커피 전문점이 있고 카페의 스페셜 커피가 맛이 있는 이유이다. 여기에 모바일 검색에 익숙한 MZ세대가 결합해 카페거리의 명성을 세계에 알렸다. SNS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평가하는 이들은 커피의 원산지나 성분 등에 민감하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커피 원두의 수입과 유통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최적의 인프라이다. 행정이 해야 하는 일이 이처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촉진과 지원이다. 예산을 마련해 사무실을 만들고 인력을 양성하고 퇴직공무원 내려보내는 것이 산업 지원의 전부이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전통산업과 ICT를 어떻게 융합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다. 구태의연한 부산시의 행정 시스템과 공무원이 먼저 디지털 마인드로 바뀌지 않으면 제대로 된 지원이나 처방이 나오기 어렵다.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가 부산시의 디지털 전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