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대수는 2437만여 대다. 이는 인구 2.13명당 1대로 미국 1.1명, 일본 1.7명, 독일 1.6명, 중국 5.5명당 1대와 비교하면 엇비슷한 수준이다.
생활 수준 향상으로 자동차 등록 대수는 크게 느는데 자동차 문화는 이를 따르지 못해 부작용이 많다. 특히 후진적인 주차문화는 폐단이 심각하다. 그래서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불법 주차로 도로 기능이 마비돼 화재나 범죄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해 피해가 막심하고 차량 흐름에 지장을 받는 사람이 많다. 도로라는 공공시설을 차 소유주가 사익을 위해 쓰는 부도덕한 일도 생긴다.
이런 부작용으로 미뤄볼 때 차고지증명제(차고지 연계 자동차 등록제) 도입이 절실하다. 차고지증명제는 자동차 소유자가 주거지에 차고를 확보하거나 주변 유료주차장과 장기 사용계약을 맺어 대용 차고를 확보해야 자동차 등록을 허락하는 제도다. 공공시설인 도로의 사유화를 막아 원활한 도로 소통을 위한다는 취지다.
현재 차고지를 확보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상가나 빌딩, 아파트 입주자나 세입자 가운데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이 차고지가 없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빈부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으나 그것이 공공도로를 무단으로 점유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일부 계층에 불편이 있더라도 전체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제도가 차고지증명제다. 일부 피해자는 보조금을 주거나 부담금을 감면하는 등 운영의 묘책을 찾으면 된다.
1962년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한 일본에서는 위장 주소 이전, 차고지 확보 가능한 친척 명의 등록, 유료주차장과 위장계약 등 여러 문제점이 있었으나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단속으로 정착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한다면 여러 문제가 생기겠지만 행정 차원에서 처리하면 된다. 냉장고가 처음에는 사치품이었다가 이제는 필수품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도 거의 필수품이 되고 있다. 소수의 극빈자 말고는 대다수 국민이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공동체 사회에서 국민 각자가 자기가 소유한 자동차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불법 주차 등으로 스스로 책임지지 않고 공공시설인 도로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남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행위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주차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차고지증명제가 시행된다면 판매 부진으로 자동차산업이 위축된다고 보는 이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는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는 움직이는 개인 공간이고 점점 필수품이 돼 가는 추세여서 구매 욕망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주차산업 발달에 따라 주차관리를 위한 일자리도 대폭 늘어날 것이다. 차고지증명제 시행 이후의 불법 주차는 강력하게 범칙금 등을 부과하고 이렇게 거둔 돈은 반드시 시민의 주차난 해소를 위한 공동주차장 건설 등 주차 관련 목적에만 쓰도록 해야 한다.
불법 주차로 인한 무질서나 교통 혼잡, 국가적 손실의 해결책은 바로 차고지증명제 외에는 마땅한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