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국가(Two Nations)’. 영국 보수당의 우상인 벤자민 디즈레일리 영국총리가 1845년에 쓴 시빌(Sybil)이라는 소설의 부제목이다. 문학가이기도 했던 그는 당시 영국사회가 같은 나라(country)임에도 빈곤에 의해 두 국가로 양단되어 있음을 이렇게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우리나라는 남북 분단 외에도 빈부 간 격차, 이중노동시장, 사회연금 및 고용보험 가입 등으로 나뉘어 있고 가장 심각한 것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분단체제이다. 2021년 기준 1000대 기업 중 743개가 수도권에 몰려있고(이들 기업 매출액의 수도권 집중은 86.9%), 디지털 대전환시대 디지털기업은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사무직-기흥라인(용인시 기흥구), 기술직-판교라인(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처럼 고급의 일자리는 수도권에만 한정되어 있다.
추격형 성장엔진이 한계에 다다른 현시점에서 창의형 고성능엔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모델의 기반을 이제 지역에서 찾아야 한다. 새로운 정책은 지역에서 우리나라 미래 발전동력의 핵심요소를 찾아 이를 집중 육성하는 지역역량 기반의 신(新)균형발전정책이다. 새로운 균형발전정책은 비수도권에 차세대 경제·산업 중심의 미래먹거리, 4차산업 중심의 과학기술력, 우수인재, 혁신력을 중점적으로 키우는 지역역량 기반의 전략인 것이다.
첫 번째는 ‘메가시티 리전(MCR, Mega City Region)’ 육성 전략이다. OECD국가의 300만 이상 124개 광역권 중 우리나라 5대 광역권은 1인당 GRDP가 50~90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를 30위권 이내로 진입시키기 위해서 스마트 디지털, 차세대 모빌리티, 수소 등 그린에너지, 글로벌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기반을 5대 광역권에 특색있게 정착,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두 번째, 비수도권 30개 ‘K-테크노폴리스’ 조성 전략이다. 수도권의 200여 개 공공기관과 280여 개 공공 출자 및 투자회사를 비수도권에 이전시키되 과학기술출연기관 분원(본원이면 더 좋음), 해당 지역의 공공 및 민간의 연구기관, 대학연구소, 지역기업을 같이 묶어 과학기술 개발, 사업화 및 상용화, 전문인력 육성 등이 이루어지도록 혁신 거점을 조성하는 것이다. 조세감면 등 인센티브를 통해 대기업까지 분산 유치하여 이와 결합시키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대도시는 판교급의 테크노밸리를 조성하고 광역도지역은 인구 10만 이상의 중소도시가 새로운 활력의 거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1980년대 새롭게 재개한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46개 테크노폴)을 통해 2022년 현재 전국 71개의 경쟁력거점으로 탄생시킨 프랑스의 사례가 큰 참고가 될 것이다.
세 번째는 ‘K-행복동네’ 추진전략이다. 디지털 기반 대중교통 등 생활서비스, 전기충전소, 신재생에너지 기반 주택, 에너지자립, 커뮤니티케어 등 복지서비스를 충족하는 15분 내 스마트+그린+웰빙의 동네를 조성하는 것이다. 우선 3500여 개의 읍면동 중 결핍도가 높은 상위 700개부터 시작한 후 전체 지역에 확산하여 인구절벽시대 서비스 사막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는 지방대 육성 등 지역인재역량 강화이다. 지방대의 몰락은 지역발전의 마지막 보루를 상실하는 것과 같다. 학령인구 감소가 지방대를 몰락시키지 않도록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모두 10% 정원감축을 하고 전국 MCR을 단위로 기능(연구+교육+평생직업교육) 중심의 고등교육을 재편한 뒤 공유와 연합의 대학체제를 운영해야 한다. 거점국립대와 KAIST 등 과학기술대를 중심으로 세계 100위권의 대학을 육성하고 K-테크노폴리스 등에서 전문기술인력들이 마음껏 활동하도록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우수청년인력들의 ‘귀환 러시’도 당연히 이루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전략은 이러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할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국토부와 행정안전부에 분리된 지역균형발전과 자치분권, 지역공동체 등의 업무를 통합하여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균형발전자치부를 신설, 운영해야 한다. 더하여 전국 3대 권역(수도+강원, 호남+충청+제주, 부울경+대구경북) 광역자치단체장이 윤번제로 국무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칭)‘지역장관제’를 운영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제시했던 연방제적 국정 운영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라 하겠다. 균형발전자치부와 지역장관제는 영국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영국복지국가의 정책적 지주였던 시드니와 베아트리스 웹 부부는 정부 역할을 두고 “국민을 괴롭히는 맹수가 아니라 시민의 무거운 짐을 대신 짊어지는 가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년 3월에 당선될 대통령은 지방을 거침없이 먹어 삼키며 수도권만 배불리는 야수 같은 정부가 아니라 모든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도록 열심히 쟁기질하는 선하고 든든한 황소의 정부를 운영할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