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차재원의 정치평설] 대선 직후, 개헌이 꼭 필요한 이유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  |   입력 : 2022-02-10 19:53:24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국 대통령 선거는 막판까지 변수가 많아 매우 흥미롭다.”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7년 11월 당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관전평이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뜬금없이 이회창 씨가 선거에 뛰어들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급부상했던 것. 비슷한 시기, 워릭 모리스 영국대사도 인터뷰에서 새 변수 등장에 다소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대선을 보려고 임기 1년 연장을 자청했던 그로선 충분히 그럴만했다.

아마도 이번 대선을 지켜보는 외국대사들 또한 비슷한 재미를 느낄법하다. 단일화가 올해 대선에도 어김없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 ‘역시 한국정치의 역동성이란!’ 이렇게 탄복할지 모른다. 반면 일부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차라리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지 왜 난리법석일까’라면서. 실제 대통령제를 채택한 프랑스 등 80개 넘는 국가가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간선제인 미국을 제하면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한 예외다.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후보 간 결선투표가 있다면 한국 선거 양상도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일단 1차 투표 땐 모든 후보가 2위 안에 들기 위해 저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론 결선투표 땐 3, 4위 후보 지지를 얻기 위한 정당 간 합종연횡은 필수다. 그러나 현재 단일화 모습과는 전혀 딴판일 것이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단일화를 겨냥한 치졸한 샅바싸움도, 감정대결도 필요 없다. 대신 선거연합을 통한 승리 후 권력분점 원칙에 대한 담판이 있을 뿐이다. 유권자들은 정치공학적 셈법만 난무했던 단일화 때보다 차분하게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 당선자 역시 50% 이상 득표율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때문에 결선투표 도입법이 여러 차례 국회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헌법 개정 사유라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대선 먹으면 지선(지방선거)은 덤이다.” 요즘 여의도 정가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올해 3월 대선 승리가 6월 지선 압승 보증수표라는 얘기다. 이제껏 집권초 실시된 지선은 대선과 강한 동조화 효과(coupling effect)를 보여줬다.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여세를 몰아 지선까지 쉽게 이겼던 것. 여당 승리로 끝났던 1998년(집권 1년 차) 2차, 2018년(집권 2년 차) 7차 지선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지선은 대선 후 3개월도 전에, 새 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실시된다. 새 대통령 일거수일투족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된 반면 야당은 대선 패배 충격을 추스르기 어려울 때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에 지방권력까지 얹어줄 게 불 보듯 빤하다. 차라리 대선과 지선을 한꺼번에 하면 선거비용이라도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문제 원인은 단 하나, 대통령(5년)과 지방단체장(4년)의 임기 엇박자다. 이를 손보지 않으면 권력 편중과 국력낭비를 초래하는 사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임기 역시 4년인 탓에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당연히 대통령 임기 조정을 통한 들쭉날쭉 정치일정 수정 얘기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결론은 도돌이표. ‘대통령 임기 5년’을 못 박은 헌법에 번번이 막혔다.

정작 대선 후 개헌이 꼭 필요한 핵심적 이유는 다른데 있다. 현재 이재명과 윤석열, 여야 유력 후보의 비호감도는 공히 60%를 넘나들고 있다. 본인은 물론 처와 아들 또는 장모를 둘러싼 각종 의혹 탓이다. 그만큼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둘은 다소 싱겁게 당 후보를 따냈다. 두 사람만이 각 당의 필승 카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길 수만 있다면 윤석열이 괴물이면 어떻고 악마면 어떤가.”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재원의 말이 둘을 화끈하게 민 지지층의 속내를 잘 보여준다. 영혼을 팔 만큼, 승리가 절실한 까닭은 뭘까. 이기면 승자독식의 대박과 제왕적 권력이 보장된다. 반대로 지면 쪽박과 처절한 정치 보복이 기다린다. 두 후보는 직접 상대를 겨냥해 “감옥 갈 것”, “구속될 사람”이라며 치고받기도 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단두대 매치’. 30여 년의 진영 간 사생결단식 대결에 어느새 민심도 두 쪽으로 쫙 갈라져 버렸다. 각 지지층의 사이버 커뮤니티는 적개심을 부추기는 시퍼렇게 날 선 말들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누가 당선돼도 국민통합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민의 대통령, 여야협치, 인사탕평’도 모두 정치적 사탕발림으로 끝날 것이다. 누구보다 후보 자신들이 잘 알 거다. 판을 제대로 읽는 ‘이핵관’과 ‘윤핵관’이라면 이미 ‘선거 불복’을 걱정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대책은 제왕적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한 개헌밖에 없다.

가장 힘이 센 집권 초, 골든타임을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선거 전략상 개헌을 당장 말할 수 없다면, 도상연습이라도 충분히 미리 해놓아라. 무엇보다 후보 스스로가 의지를 확실히 다져야 한다. ‘성공한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나눌 때 가능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리모델링 밑그림 나왔다…세대수 느는 단지는 164곳뿐
  2. 2혼돈의 조별리그…16강 진출팀 아무도 모른다
  3. 3월드컵 ‘집관족’ 덕에 유통가 웃음꽃
  4. 4벤투호 가나전 2-3 석패…한국 월드컵 16강행 '빨간불'
  5. 5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초읽기…野 “반헌법적”
  6. 6자신만만 일본 ‘자만’에 발목…절치부심 독일은 ‘저력’ 발휘
  7. 7'만찢남' 조규성, 벤투호 에이스로 우뚝
  8. 8[사설] 박형준 시장 핵심 공약 ‘15분 도시’ 제동 걸린 이유
  9. 9세대 증가 없인 분담금·공사비↑…상당수 경제성 걸림돌
  10. 10산업은행 부산행 가시화…노조 강력 반발
  1. 1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초읽기…野 “반헌법적”
  2. 2민주 30일 이상민 해임안 발의…당정 “국조 보이콧” 으름장
  3. 3민주 ‘대통령실 예산’ 운영위 소위 단독 의결…43억 ‘칼질’
  4. 4박형준표 15분 도시 ‘국힘 시의회’가 제동 걸었다
  5. 5‘697표차’ 부산사하갑 총선 내달 2일 재검표…뒤집힐까
  6. 6윤 대통령 지지율 최대폭 상승, 30%대 중반 재진입
  7. 7윤 대통령 '관저 정치' 본격화, 당 지도부보다 '친윤' 4인방 먼저 불러
  8. 8전공노 "조합원 83.4%가 이상민 파면 찬성"
  9. 9尹,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예고 "내일 국무회의 직접 주재"
  10. 10검찰 수사 압박에 이재명 “언제든 털어보라”
  1. 1부산 리모델링 밑그림 나왔다…세대수 느는 단지는 164곳뿐
  2. 2월드컵 ‘집관족’ 덕에 유통가 웃음꽃
  3. 3세대 증가 없인 분담금·공사비↑…상당수 경제성 걸림돌
  4. 4산업은행 부산행 가시화…노조 강력 반발
  5. 5‘식물항만’ 된 평택·당진항…부산 레미콘 공장 ‘셧다운’
  6. 6[뉴프런티어 해양인 열전] <23> 항로표지원 김종호
  7. 7원희룡 “불법행위 엄정대응”…화물연대 "정부, 대화 무성의"(종합)
  8. 8정부도 내년 성장률 전망 1%대로 하향 검토
  9. 9“개도국 지원, 엑스포 발전 공헌…부산형 전략짜야”
  10. 10주가지수- 2022년 11월 28일
  1. 1파업 불참 화물차에 달걀·쇠구슬·욕설 날아들었다
  2. 2이태원 책임자 곧 영장 검토…서울청장도 수사선상 오를 듯
  3. 3의료진 태운 상선 기관사…"부친 묘지 아름다워 이장 안해"
  4. 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2> 벌레와 범려 ; 버러지같은 인물
  5. 5오늘의 날씨- 2022년 11월 29일
  6. 6역사 현장·평화 성지인 유엔기념공원의 지킴이들
  7. 7[눈높이 사설] ‘지방소멸’ 경고…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8. 8[신통이의 신문 읽기] 위기감 커진 산유국들, 새 먹거리 찾는대요
  9. 9부울경 29일 비 그치면 추워진다
  10. 103년 만의 부산불꽃축제 다음 달 17일 열린다
  1. 1혼돈의 조별리그…16강 진출팀 아무도 모른다
  2. 2벤투호 가나전 2-3 석패…한국 월드컵 16강행 '빨간불'
  3. 3자신만만 일본 ‘자만’에 발목…절치부심 독일은 ‘저력’ 발휘
  4. 4'만찢남' 조규성, 벤투호 에이스로 우뚝
  5. 5포르투갈 16강 진출 확정, 한국 16강 경우의 수는?
  6. 6카타르 월드컵 주요 경기- 11월 30일
  7. 7전세계 홀린 조규성, 가나 골망 뒤흔들까
  8. 8[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겁 없는 가나 초반에 기죽여야…공격수 ‘골 욕심’ 내라”
  9. 9황희찬 못 뛰고 김민재도 불안…가나전 부상 악재
  10. 10‘김민재 출격’...벤투호 가나전 승리 노린다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북항재개발 성공은 부산시장에 달렸다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 새로운 10년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이병주 문학 콘서트
축구공의 공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박형준 시장 핵심 공약 ‘15분 도시’ 제동 걸린 이유
‘우주항공청’ 시동…부울경 우주경제 도약 디딤돌
세상읽기 [전체보기]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노포의 가치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