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부 동네 편의점 입구에는 ‘포켓몬빵 품절’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손님들이 하도 찾으니 대답하기 힘들어 붙여놓은 것이다. 편의점 물류 입고 시간을 알아낸 고객들이 그 시간에 몰려드는 ‘편의점 오픈런’ 현상도 발생하고 있단다. 포켓몬빵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제빵회사 샤니가 출시해 히트한 제품이다. 큰 인기를 끌던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덕분이었다. 특히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띠부띠부씰 스티커’는 빵보다 더 동심을 사로잡았다. 당시 초등학생들이 스티커를 모은다고 멀쩡한 빵을 버리는 게 사회적 논란이 됐다.
샤니와 삼립이 통합한 회사 SPC삼립은 지난달 24일부터 고객들의 요청으로 이 빵을 16년 만에 재출시했다. 포켓몬빵은 2006년 단종된 제품 그대로지만 띠부띠부씰이 151개에서 159개로 늘었다. 워낙 제품을 구하기 힘들다 보니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희귀 스티커 1장이 2만~5만 원에 거래된다. SPC삼립은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상품이나 문화가 새로 소비되는 현상을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새로운 복고)’라고 한다. 포켓몬빵을 사먹던 초등학생들이 30대가 되면서 자기가 번 돈으로 상품을 소비하며 추억을 더듬고 있다. 이 같은 뉴트로 열풍은 드라마도 한몫했다. 1998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는 여고생이자 국가대표 펜싱 선수인 나희도가 ‘희도빵’을 먹고 스티커를 수집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세븐일레븐의 프리미엄 베이커리 PB(자체 브랜드) 제품인데 드라마 방영 이후 매출이 급증했다. 10대, 20대는 이와 관련한 추억은 없지만 스티커를 모으면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희귀 아이템을 모은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줄 서서 사는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나 포켓몬 빵·스티커는 같은 가치를 가진다.
이 같은 뉴트로 열풍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가 침체되고 일상이 퍽퍽해진 상황에서 작은 재미를 찾으려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환위기가 휩쓸고 간 1998년 한국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기엔 너무나 엄혹한 환경이었다. 그 헛헛한 마음을 스티커로 달래려 했지 싶다. 시간이 흘러 포켓몬빵 속에 있던 스티커에 행복해하던 초등학생들이 성인이 됐으나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아무 걱정 없던 어린 시절의 포켓몬빵을 사면서 현재 처한 어려움을 잠시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빵 한 조각은 이들에게 행복일까. 현실도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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