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인구 330만 명선이 위태롭다. 통계청이 내놓은 ‘2021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인구는 331만3000명이다. 전년의 334만4000명보다 0.9% 줄어들면서 쪼그라드는 도시의 단면을 드러냈다.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는 일자리 부족과 정주환경 미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겠으나 결론적으로 미래가 없는 도시이기 때문이라 하겠다.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이 부산을 빠져나가니 하는 말이다.
이런 사정을 오는 6월 1일 치러질 부산시장 선거 후보들이라고 모르지는 않지 싶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청년이 머물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 건설이 화두여야 마땅하다. 이른바 ‘정책 대결’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다. 시장 후보들이 네거티브 방지 협약을 하고 정책으로 대결하는 선거다. 역대급 비호감 후보와 그보다 더한 네거티브 대결이란 지난 대통령 선거를 반면교사 삼아 딱 반대로만 하는 선거다. 정책 대결은 ‘도 아니면 모’라는 편가르기가 아니라 ‘체크 앤드 밸런스’(견제와 균형)로 다양성을 유지하는 바탕이다. 그 다양성 속에서 역동성이 생기고 미래의 씨앗이 발아한다. 인구 대책과 미래 먹거리를 포함한 백 가지, 천 가지 아이디어가 유권자의 엄정한 판단으로 수렴되면 바로 미래를 향한 물꼬, 부산의 시대정신이다.
이런 선거라면 투표 하는 시민도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우선 후보 면면을 유심히 뜯어보고, 어느 후보가 내놓은 공약이 현실을 고민하고 미래를 비추는지 곰곰이 살펴본 뒤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마련이다. 이것이야 말로 부산시장 선거의 품격이자 유권자의 품위 아닌가.
하지만 부산시장 선거를 60여 일 앞둔 현재 상황은 참으로 딱하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후보난을 겪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 3인방이 손사래를 치는 가운데 유력한 후보였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아예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세상이 다 안다.
오거돈 전 시장이 2018년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득표율은 55.23%였다. 지방권력 교체로 부산에 새바람이 불겠다는 기대를 한 배경이다. 오 전 시장이 성 추문 탓에 낙마하며 판도가 급변했다. 2021년 보궐 선거에서 34.42%의 득표율에 그친 김영춘 후보는 62.67%를 기록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에게 대패했다. 그 흐름은 지난 대선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득표율은 각 38.15%와 58.25%였다.
따지고 보면 보궐 선거에서 이긴 박형준 시장의 지난 1년은 오 전 시장 중도사퇴 이후 흐트러진 시정을 바로잡고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이번 선거를 위한 준비 절차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사하구를 시작으로 12월 기장군에 이르기까지 부산 전체를 돌며 15분 도시 비전 투어를 했고, 취임 이후 20여 차례 이어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도하며 민관협치 정책발굴 플랫폼으로 운영했다. 또 산업과 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 고민으로 시작된 지산학 협력, 지산학 협력 고도화로 대학과 기업 지역 상생발전과 미래 인재 양성을 꾀하는 산학협력 혁신도시 건설 등을 주도하고 있다. 박 시장은 협치를 통한 장기표류 과제 해결과 함께 ‘15분 도시 부산’ 정착을 시정 수행 능력 및 부산 미래 비전으로 내걸고 있는 듯하다. “시정은 축적의 성과입니다. 시정의 긍정적 축적물은 계승해야 합니다”란 그의 취임사가 그 예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에서 가장 유력한 시장 후보다. 다만 보궐 선거 당시 제기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재판 결과가 국민의힘 공천과 선거의 주요 변수다. 재판 결과는 예단할 수 없으나 해당 혐의에 대한 완강한 부인 입장을 고려할 때 박 시장이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당장 민주당 처지가 곤궁해보인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시민의 뜻에 달렸다. 당연히 민주당이 어떤 후보를 내세우며, 어떤 전략으로 맞설지가 중요하다.
앞선 보궐 선거에서 양 진영 모두 엄청난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박 시장은 자신을 향한 민주당 네거티브 공세가 오히려 대승을 한 기폭제가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네거티브 전략으론 정치적 승리는 물론 미래 권력도 기약할 수 없음이 보궐 선거에서, 지난 대선에서 확인됐다.
이번 선거가 승자는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패자는 패배를 인정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 대결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시민을 갈라치기 하지 말아야 하며, 부산의 미래를 걸고 정정당당하게 정책 대결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그 중심이 시민이고 미래다. 분권과 자치의 가치, 그리고 김영춘 전 장관이 정계 은퇴의 변으로 남긴 ‘생활정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시장 선거가 기초자치단체장은 물론 광역 및 기초의원 선거 판세를 이끄는 지방선거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