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용석의 시사탐방] 캐릭터 상수와 ‘어쩌나 정치인’

  • 김용석 철학자
  •  |   입력 : 2022-03-31 20:03:34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통치자와 그의 두뇌를 알아보기 위한 첫 번째 추론 방식은 그가 주변에 거느리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말이다. 통치자의 측근을 보면 그의 지적 능력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거의 쓰지 않는 직설적인 표현을 쓴다. 이탈리아어로 두뇌를 가리키는 ‘체르벨로(cervello)’라는 단어를 쓴 것이다. 영어의 ‘브레인(brain)’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만큼 자신의 주장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세간의 통념을 깨기 위해서다. “흔히 군주가 현명하다는 평판이 있는 것은 그 자신이 그렇기 때문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로부터 좋은 조언을 듣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이는 의심할 여지 없는 착각이다. 왜냐하면 스스로 현명하지 못한 군주가 좋은 조언을 받을 수 없음은 결코 틀리지 않는 일반 법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키아벨리의 결론은 이렇다. “좋은 조언은 어느 누가 하든 상관없이 군주의 분별력에서 나오는 것이지, 군주의 분별력이 좋은 조언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명석하고 분별력 있는 군주는 좋은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해서 거느리며, 그들의 조언을 가려서 들을 줄 안다.

마키아벨리가 말한 일반 법칙은 바로 오늘 우리의 정치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고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어쩌다 정치인’이 된 경우다. 이에 관해서는 이미 일 년 전에 본지 칼럼에서 논한 바 있다(2021년 3월 18일 자, 캐릭터 변수와 ‘어쩌다 정치인’). 그는 직업 정치인이 아닌 특별한 캐릭터 변수로서 정계에 뛰어들었다. 그랬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기존 정치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누구의 도움을 받고 어떤 조언을 들어야 하는지는 그 자신이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 곧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꼭 필요한 분별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윤 당선인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이 걱정거리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까지는, 기존 정치 무대에서 윤석열이라는 캐릭터는 참신하고 때론 충격적이며 나아가 기대감 잔뜩 갖게 하는 그 무엇이다. 그 캐릭터는 ‘소신’이라는 말로 대변된다. 종종 ‘강골’이라는 수식어로 그 의미가 강화되기도 한다. 그 자신도 지난 3월 10일 새벽 ‘당선 인사’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께서는 26년간 권력에 굴하지 않았던 제 소신에 희망을 걸고 저를 이 자리에 세우셨습니다.”

공인의 소신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나라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 또는 공동선을 이루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곧 소신을 위한 소신, 강골을 위한 강골이 아니라는 말이다. 일 년 전의 예상이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이런 캐릭터는 ‘정치적 허영’에 취약하다. 소신과 강골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 여길수록 나르시시즘의 강도가 세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단을 위한 결단’ 또한 하게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믿는 대로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그 모습에서 자아도취적 성취감을 느낀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소신은 감동적이지만, 권력이 내세우는 소신과 결단은 위협적이다.

이제 문제의 핵심이 드러난다. ‘분별없이 수용한 조언’과 ‘결단을 위한 결단의 의지’가 결합하면, 사달이 날 수 있다. ‘어쩌다 정치인’은 위태위태하다. 서로 엇갈리는 조언을 들어야 하고 동시에 최고 권력자의 소신과 결단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그의 행보에 실수가 있을 때마다 ‘이를 또 어쩌나’ 하고 걱정하게 된다.

물론 국민은 당선인이 결코 ‘어쩌나 정치인’이 아니라, 제대로 능력을 발휘해 ‘어쩜 이런 정치인이!’라는 찬사를 듣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나도 언젠가 그런 제목의 글을 쓰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당선인에게 이런 고언(苦言)이 필요할 듯싶다. 인사 문제는 누구든 강조할 것이기 때문에 말을 아끼겠다. 다만 모든 인사에는 마키아벨리의 직설처럼 인사권자의 체르벨로, 곧 지적 능력이 반영됨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람을 볼 줄 아는 인문적 성찰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자신의 캐릭터를 상수로 고정하지 말아야 한다. 소신 강골 결단의 캐릭터를 바꾸고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이 점에 관해서도 마키아벨리의 말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는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스스로 유연하게 행동할 줄 알 만큼 분별 있는 사람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며 현실을 직시한다. 이는 사람들이 타고난 기질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함으로써 성공 가도를 걸어온 사람의 경우 바로 그 행동 방식을 버리도록 자신을 설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곧 자기 변화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키아벨리는 능력 있는 통치자라면 ‘자기 스스로 변화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대와 상황에 맞추어 “본성을 바꾼다면” 운명의 여신도 도울 것이라는 말까지 한다. ‘자기 혁신’이야말로 급변하는 상황과 운명의 장난에도 맞설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황령산 전망대사업’ 30일 심의…환경훼손 논란 잠재울까
  2. 2‘메가시티 프리미엄’ 사라졌다, PK사업 예산 35조 날릴 판
  3. 3“22년째 쪽잠, 휴게소 끼니…그렇게 일해 月300만 원 남짓”
  4. 4업무개시명령 첫 발동…화물연대 “노동 계엄령”
  5. 5사진작가 된 교장샘 "귀촌 뒤 60여 국 출사, 로망 이뤘죠"
  6. 6‘온천천 알짜단지’ 연산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동
  7. 7부산 3명 체포·김해지부 압수수색…지도부 삭발투쟁 맞불
  8. 8산업은행 이전 조직개편 단행…부산금융센터에 사무실
  9. 9미국, '앙숙' 이란 이기고 16강...충돌 대신 따뜻한 위로 마무리
  10. 10‘엑스포 경쟁’ 사우디 신공항 건설
  1. 1‘메가시티 프리미엄’ 사라졌다, PK사업 예산 35조 날릴 판
  2. 2朴시장 공약 ‘15분도시’ 예산 줄삭감…하하센터 조성사업 28억 전액 깎여
  3. 3이재명에 쏟아진 당 내부 비판…지도부 대여전략 질타도
  4. 4내년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미국 등과 공동주최 합의
  5. 5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초읽기…野 “반헌법적”
  6. 6"부울경 메가시티 무산으로 관련 예산도 날릴 판"
  7. 7민주당 부산시당 10대 혁신안 발표…'총선 앞으로'
  8. 8민주 30일 이상민 해임안 발의…당정 “국조 보이콧” 으름장
  9. 9尹대통령 "오늘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 업무개시명령 발동"
  10. 10국힘 "경제유린에 대한 종식 명령" vs 민주 "법적처벌 무기로 희생강요"
  1. 1업무개시명령 첫 발동…화물연대 “노동 계엄령”
  2. 2‘온천천 알짜단지’ 연산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동
  3. 3산업은행 이전 조직개편 단행…부산금융센터에 사무실
  4. 4‘명령서 적시 송달’이 관건…1차 불응 운행정지·2차 면허취소
  5. 5‘극심한 거래 가뭄’… 부산 10월 주택 매매, 전년 동기 대비 61. 3% 줄어
  6. 6레미콘 공급 끊겨 일부 공사장 ‘올스톱’
  7. 7부산~오사카 국제여객선 운항 정상화된다
  8. 8산업생산 30개월 만에 최대 감소…부산 소비 8개월 만에↓
  9. 9화물연대 파업에 품절 주유소 등장, 부울경은 아직 여유 있어
  10. 10싱가포르 지질 분석 기업 SAGL, 명지신도시에 R&D센터 건립
  1. 1‘황령산 전망대사업’ 30일 심의…환경훼손 논란 잠재울까
  2. 2“22년째 쪽잠, 휴게소 끼니…그렇게 일해 月300만 원 남짓”
  3. 3사진작가 된 교장샘 "귀촌 뒤 60여 국 출사, 로망 이뤘죠"
  4. 4부산 3명 체포·김해지부 압수수색…지도부 삭발투쟁 맞불
  5. 5“임금합의 해놓고 소송” 택시회사, 노조간부 사기로 고발
  6. 6오늘~모레 한파경보 발효..."아침 체감 -13~-3도, 낮엔 5도"
  7. 7“부산엑스포가 펼칠 인류 공존 프로젝트 동참해달라”
  8. 8오늘의 날씨- 2022년 11월 30일
  9. 9창원 성산구 아파트 화재로 1명 중상 주민 27명 대피
  10. 10“유리창 깨지고 간판 날라가” 강풍에 부산 피해 속출
  1. 1미국, '앙숙' 이란 이기고 16강...충돌 대신 따뜻한 위로 마무리
  2. 2가나전 멀티골 조규성…유럽이 부른다
  3. 3포르투갈 꼭 잡되 이왕이면 다득점으로
  4. 4포르투갈전 이강인 선발 가능성, 김민재 황희찬은 지켜봐야
  5. 5벤치도 화려한 브라질 “네이마르 없어도 16강쯤이야”
  6. 6[조별리그 프리뷰] 메시 vs 레반도프스키…함께 웃거나 한 명만 웃거나
  7. 7한시간 내 구장 간 이동 가능, 모든 경기 즐길 수 있는 축제
  8. 8[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동점골 이후 지나친 흥분 패인…역습 한방에 너무 쉽게 무너져”
  9. 9포르투갈 감독 “한국 이기고 조 1위 목표”
  10. 10카타르 월드컵 주요 경기- 12월 1일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북항재개발 성공은 부산시장에 달렸다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 새로운 10년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중국 ‘백지 시위’
이병주 문학 콘서트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물류대란 우려 속 첫 업무개시명령…파국은 막아야
소방관 정신·신체 건강 관리할 실질 대책 마련하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노포의 가치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