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절대미각은 절대 없다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2-04-05 19:03:29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와인 전문가가 와인을 몇 모금 마시고는 “이 와인은 어떤 품종을 사용해 어느 지역에서 몇 년도에 만든 것이다”며 대번에 맞힌다. 잔에 든 와인 몇 모금 마셨을 뿐인데 어쩌면 그렇게 귀신같이 맞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미각은 철저하게 후천적이며 개별적인 감각이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절대미각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느냐?”, “미각은 어떻게 길러지느냐?”는 질문을 더러 받는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대미각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미각은 철저하게 훈련을 통해 길러지는 감각이다. 와인을 만든 포도 품종과 지역 그리고 생산연도를 맞추는 것은 일종의 소거법이다. 와인의 색깔 향 맛 밀도 등을 분석해 가능성이 작은 것부터 하나씩 제거하며 확률을 높이는 과정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와인에 관한 최대한 많은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야 한다. 와인 전문가라 함은 와인에 관한 절대적인 미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와인에 관한 엄청난 데이터를 ‘기억’하는 사람이다. 같은 방식으로 훈련하면 시중에 판매되는 희석식 소주의 브랜드도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

인간이 맛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미각 후각 청각 시각 촉각 등 다섯 가지 감각기관이 동시에 작용하는 관능의 총체다. 혀의 미뢰에 있는 감각세포가 감지하는 미각 즉,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은 맛의 골격일 뿐 그 자체로 맛이 완성되지 않는다. 여기에 후각을 통해 감지된 향이 더해져야 비로소 맛이 구체화 된다. 인간의 혀가 감지하는 맛 성분은 고작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후각이 감지하는 향은 수만 가지에 이른다. 후각이 관여하지 않는다면 콜라와 사이다, 된장과 청국장을 구분할 수 없다. 씹는 행위를 통해 느끼는 촉각은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찰기를 통해 멥쌀과 찹쌀을 구분하고 고기의 육질이 부드러운지 질긴지를 구분하는 것 역시 촉각의 영역이다. 청각은 미각을 활성화한다. 음식을 씹을 때 나는 소리가 뇌를 자극함으로써 반응을 끌어낸다. 식품 광고에서 효과음으로 신선함을 표현하거나 스낵에 질소 충전을 하는 것은 소리를 통해 자극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시각은 맛의 완성이다. 인간은 처리하는 정보의 약 60%를 시각에 의존한다. 맛있을 것 같은 음식과 맛없을 것 같은 음식, 심지어 값비싼 음식과 값싼 음식조차 시각을 통해 판단한다. 각종 SNS에 오늘도 수많은 음식 사진이 올라오는 것은 이미지가 맛을 전달하는 가장 단순하고 구체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맛은 이처럼 다섯 가지 감각기관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니다. 경험이라는 결정적인 변수가 더해진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낯선 음식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태어난다.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맛의 사회화 과정을 통해 공포를 극복함으로써 먹을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가 늘어난다. 사람에 따라서는 평생 극복하지 못하는 음식도 있다. 그리고 추억이다. 당신이 먹는 모든 음식에는 당신만의 추억이 결합해 있다. 그 추억을 통해 특정 음식에 대한 기호가 형성된다.

맛은 이처럼 철저하게 후천적이며 개별적이다. 당신의 맛은 당신만 결정할 수 있다. 그러니 당신의 미각을 의심하지 말고 남들의 눈치도 보지 마시라. 그러잖아도 눈치 볼 것 많은 삶인데 먹는 것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당신의 기준이 언제나 정답이니 편하게 즐기시라.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2. 2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3. 3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4. 4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5. 5[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6. 6‘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7. 7[속보]홈플러스 희망퇴직 신청자 몰리는 바람에 접수 조기마감
  8. 8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9. 9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10. 10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3. 3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4. 4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5. 5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6. 6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7. 7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8. 8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9. 9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10. 10선관위 특검, 중앙선관위 등 7곳 압수수색…투표자수 허위입력 확인”
  1. 1[속보]홈플러스 희망퇴직 신청자 몰리는 바람에 접수 조기마감
  2. 2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3. 3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4. 4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5. 5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6. 6삼전닉스 급락에 코스피 5600선까지 추락…매도사이드카 발동
  7. 7“밀양·부산 내륙 기행” 인기 폭발… 1~9월 6000여 명이 열차 이용
  8. 8‘8% 넘게 폭락’ 두 달만에 코스피·코스닥 1단계 서킷브레이커 발동
  9. 9[속보]“편의점 김밥 잘 골라야”… 속 재료·영양·가격 등 제품마다 제각각
  10. 10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7. 7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8. 8해인사, 팔만대장경 한 본 더 제작한다…29일 판각 시작 알리는 고불식
  9. 9고성 출신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 자랑스런 경남인상 수상
  10. 10근무 중 헬스장 222차례 간 경감…법원 “강등 정당”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6. 6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9. 9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10. 10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