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1운동의 원인으로는 일본의 폭압적인 무단통치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일제는 조선 강점 이후 군사력을 배경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폭력적인 억압과 수탈을 자행했다. 1919년 1월 고종의 죽음과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선언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이야기돼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는 ‘스페인 독감’이라는 팬데믹의 영향도 대단히 컸을 것이라고 한다. 조선총독부의 1918년 통계연감에 따르면 당시 전체 인구 1705만 명 가운데 44%인 755만6000여 명이 감염돼 14만여 명이 숨졌다. 스페인 독감에 걸린 사람 가운데 2%가 죽은 것이다. 실제 환자와 사망자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1918년 당시의 기록은 이렇다. “충남 서산지역은 8만 명의 인구 중 6만4000명이 질병에 걸렸으며 매일 100~150명씩 사망해 사망자를 처리할 사람이 없었다. 일반 농가에서는 사람이 없어 추수를 못한 논이 절반 이상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페인 독감은 당시 사람에게는 엄청난 공포였다. 조선총독부는 적절한 방역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를 조선인 탓으로 돌렸다.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는 “조선인이 많이 죽는 이유는 무모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치료 방법에 있다”고 분노에 불을 질렀다. 스페인 독감의 정체는 87년 뒤인 2005년에야 비로소 밝혀진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오래전 스페인 독감으로 죽은 한 여인의 시체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해 확인한 결과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거의 흡사했다. 스페인 독감은 우리가 연례행사처럼 겪는 조류독감의 변형이었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2015년 강연에서 1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바이러스 팬데믹을 예언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는 벌써 다음번 전염병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살인 미생물과의 전쟁’이라는 책에서 미국 미네소타대 마이클 홈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이렇게 단언한다. “장담하건대,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전염병이 또 발생할 것이다. 규모는 더 클 것이다. 5000만~1억 명이 목숨을 잃은 스페인 독감만큼 큰 충격을 줄 것이다.”
팬데믹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를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좁은 우리에 가축을 가둬 키우는 공장식 축산이 바로 가축의 면역력을 크게 떨어뜨려 전염병과 연례적인 대규모 집단 폐사의 원인이라는 것을.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동물들이 인간에게 쫓겨나자 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에이즈가 그랬고 사스가 그랬고 메르스가 그랬다. 그래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낙타고기 먹지 마세요”라는 황당한 대책이 등장했던 것이다.
최근 5년간 조류독감으로 75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고 5000억 원 이상의 세금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를 담당할 전문인력인 산업 동물 수의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 전체로는 12%, 부산은 무려 60%나 정원보다 모자란다. 같은 생활권인 울산은 41.4%, 경남은 28.4%가 부족하다. 가축전염병 발생 때 대응에도 급급한 인력으로는 사전 예방은 물론 연구는 언감생심이다. 국내로 반입되는 수입동물과 축산물의 검역과 방역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부산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수산생물 양식연구를 시작한 지역이지만 어류 질병 전문 수의사조차 없는 실정이다.
바이러스는 국경을 넘나들기도 하지만 동물과 사람 사이도 넘나든다. 예전처럼 사람 따로, 동물 따로가 아니라 인간과 동물과 환경을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이른바 ‘원 헬스(One Health)’이다.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파급효과가 창출될 수도 있다. 코로나 백신을 만든 화이자는 작년 한 해 동안 43조 원의 매출 신기록을 세우면서 무려 12조 원의 이익을 남겼다. 올해 부산시 예산의 77%를 한 기업이 순이익으로 챙긴 것이다.
코로나 백신은 인류 백신개발 역사의 전환점이었다. 통상 백신의 개발에는 5~10년, 길게는 십 수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은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협업과 인공지능이다. 부산에서도 여건만 갖춰진다면 대박 상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산에는 사람과 동물의 공통전염병 연구는커녕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력조차 태부족이다.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부산시민의‘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시장을 보고 싶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중반, 세계 시총 20대 기업의 80%는 일본기업이었다. 그때 일본은 강마다 댐을 만들고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마을까지 도로를 연결했다. 온 나라를 건설공사로 뒤덮어‘콘크리트 국가’일본으로 불렸다. 지금 일본기업은 세계 시총기업 30위권 이내에 단 한 곳도 없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플랫폼기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혁신이고 디지털 대전환이다. 이번 선거에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면서 디지털 전환을 이야기하는 시장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