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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 칼럼] 지휘봉 기대했더니 지시봉 겨누나

‘겸손하게 국민 받들겠다’ 윤 당선인 초심 어디갔나

청와대 이전 첫 내각 인선, 소통과 통합 기대 못미쳐…잘못 바로 고치는 게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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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교체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눈과 귀가 쏠린다. 새 정부 5년의 청사진을 만드는 곳이니 당연하다.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함께 현판식을 했다. 훈민정음 판본체로 양각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엔 윤 당선인의 ‘초심’이 담겼다고 한다. 소나무의 자연스러운 결처럼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진정으로 받들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인수위 회견장엔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란 백드롭(뒷걸개)도 내걸렸다. 윤 당선인이 직접 쓴 글씨, ‘석열체’다. ‘겸손’이란 글자는 파란색 원 바탕 덕분에 도드라졌다. 또 ‘국민의 뜻’에 주황색 밑줄을 긋고, ‘뜻’엔 붉은색 원을 보탰다. 파란색 원은 바다를, 붉은색 원은 태양을 의미하며 ‘겸손의 바다’를 넘어 국민 곁에 서서 ‘태양처럼 대한민국을 빛낼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낯뜨거운 ‘윤비어천가’라 하겠으나 국민의 뜻을 잊지 말라는 바람으로 트집잡지 않았다. 바로 대통령 선거의 당락을 가른 0.73%포인트 차이에 실린 엄정한 민심이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아우르는 통합과 소통의 하모니를 지휘해 달라는 것이지 ‘나를 따르라’는 식의 일방적인 지시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인수위가 출범한지 꼬박 한 달이 지났다. 새 정부 국정 과제를 가다듬는 가운데 청와대 이전, 초대 내각 인선 등이 이뤄졌다. 윤 당선인이 주도한 일이다.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선언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초대 장관 후보자를 직접 발표했다. 그런데 두 사안 모두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 172석 더불어민주당 반발이 만만찮다. 무엇보다 윤 당선인과 국민 사이 엄연한 온도차가 있다. 그래서 묻고 싶다. 인수위 현판에 담긴 초심과 백드롭에 새긴 다짐을 얼마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윤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용산 시대를 열겠다며 프리젠테이션까지 했다. 조감도 속 건물을 가느다란 도구로 하나씩 짚어가며 설명했고, ‘국민’을 40회, ‘소통’을 11회 언급했다. 그러나 사흘 뒤 여론조사는 찬성 44.6%, 반대 53.7%로 반대가 많았다. 그로서야 진심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입장이겠으나 받아들이는 국민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국민이 이 도구를 흔쾌히 여긴다면 지휘봉이겠지만, 본인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라면 지시봉이다. 결과적으로 화음이 아니라 불협화음이 됐다.

특히 인사에선 온도차가 더 벌어졌다. 인수위원 구성 때 제기된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논란이 내각 인선에선 ‘서육남’으로 확대됐다. 윤 당선인은 능력과 전문성을 앞세우며 배려와 할당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양성 부재, 출신 학교 및 지역 세대 성별 편향은 통합과 한참 어긋난다. 당장 공동정부의 한 축인 안철수 위원장 배려가 부족했다.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같은 편도 제대로 껴안지 못하고 등돌린 반대편에게 협치하자고 손을 내밀 순 없다. 안 위원장의 인수위 존재감이 떨어진 이유다.

게다가 내각엔 윤 당선인 고교 후배는 물론 검찰 후배와 40년 지기도 포함됐다. 검찰 후배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신구 권력 갈등에 기름을 끼얹었고, 40년 지기라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옹호는 ‘조국 사태’를 소환하며 인사청문회 정국의 뇌관이 됐다.

앞으로 5년을 생각한다면 의욕만으로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귀한 교훈을 얻었다고 여길 수 있다. 중요한 건 잘못을 인정하고,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점이다. 그게 지도자의 용기다.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칠 줄 모른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잘못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과이불개 시위과의)는 공자의 가르침은 오늘도 유효하다.

윤 당선인은 지난 11일 경북 안동에서 귀한 선물을 받았다. 당선인 신분으로 첫 지방 나들이에서다. 파평윤씨 안동종친회가 그의 이름 ‘석열’을 따 만든 족자였다. 나라를 크게 일으키고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어 달라는 바람이 오롯하다. 그는 이를 집무실에 걸어놓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집무실에 맴돌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하도록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여전히 50% 수준인 국정 수행 전망 긍정 평가를 곱씹으면서.

우선 ‘지혜를 구한다’는 ‘경청 식탁’에 반대편 인사를 많이 초청해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 공적연금 개혁이나 균형발전 방안, 코로나19 및 불평등으로 무너져가는 국민 삶 회복 방안을 위해 통합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인수위가 제 역할을 하도록 숨통을 틔워 주는 게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출발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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