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제1부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고?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2-04-21 19:49:04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류사에 있어 동쪽에서 서쪽으로 나아간 서진(西進)의 역사는 몇 차례가 두드러진다. 첫째는 르네상스 시대가 본격화된 15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중심으로 신항로를 개척했던 대항해의 시대이다.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이 본격 서막을 알렸다. 신대륙 발견은 인류 발전에 혁신적 지평을 열게 했다. 두 번째는 대서양 동부 연안지대에 국한되던 영토를 태평양 연안까지 확장되게 했던 18세기와 19세기 사이의 미국 서부개척사를 말한다. 금을 찾아 이동했던 이 서진의 역사도 현재의 미국을 있게 한 도전의 시간이었다. 세 번째 서진은 장안과 뤄양에서 출발해 서방에 이르렀던 실크로드로 규정되나, 이는 사막길 초원길 해상길 등으로 동서남북의 교류가 동시에 이루어졌기에 완전한 서진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어찌 됐든 인류사와 연결된 서진운동의 역사는 또 다른 이동 역사와 구분되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개척정신의 상징으로 이해된다.

이달 초, 올가을에 열릴 ‘2022 부산비엔날레’의 전시 관련 발표가 있었다. 을숙도, 부산항 제1부두, 영도, 초량이 전시장으로 선택됐고,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가 전시 주제로 소개됐다. 부산 서부권과 원도심을 묶는 네 곳의 전시 장소는 혹독하게 휘몰아쳤던 근대기 부산과 중첩된다. 근대를 온전한 우리의 것으로 소화시킬 수 없었던 시대 가운데, 강압적으로 요동쳤던 시대상이 물결로 은유된다. 온 세상을 오갔던 물결은 단순히 물자 운송이나 바다와 강의 생태적인 움직임을 넘어, 부산사람들의 곤고했던 지난 삶의 역사와 연동된다. ‘을숙도’라 하니, 요산 김정한의 단편소설 ‘모래톱 이야기’가 떠오른다. 낙동강의 그 섬은 일제 수탈의 현장이었고, 부산이 영원히 보듬고 가야 할 생명의 땅이 아닌가.

‘부산항 제1부두’의 역사는 굴욕과 저항, 그리고 평화로 상징된다. 말 소나무 고구마를 키워내며 생장의 보고였던 영도는 근대기에 들어 시대 아픔을 오롯이 끌어안으며 시민 생장을 위한 피난처가 되었다. 부산항과 산복도로 사이 중간지대에 자리한 (신)초량은 일제에 맞서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며, 해방의 기쁨과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았던 곳이다. 이곳들을 동시에 떠올려 보니 비록 주류 공간은 아니었지만 부산의 근대를 이끌었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최고의 증거들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김해주 2022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은 이렇게 얘기한다. “부산의 뒷골목 이야기가 세계의 대도시와 연결되고, 교차하고, 반복되는 구조를 통해 각기 다른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제안하고, 서로 다른 우리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단단하게 물결을 딛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마치 부산이란 도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웅대한 시대 선언과도 같다. 올가을 80여 명의 작가가 그려내고 담아내고 펼쳐갈 그곳들의 변신에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필자에겐 ‘부산항 제1부두’가 유난히 와 닿는다. 1912년에 탄생된 부두는 110년의 세월 동안 질곡과도 같았던 36년을 버텼고 동시에 해방의 기쁨도 누렸다. 일제의 침략 도구로 시작됐지만 도리어 그들이 쫓겨 떠났던 곳이었다. 전쟁의 상흔을 끌어안으며 바다 위를 떠돌던 수많은 피란민을 살려내고 대한민국을 지켜냈던 피란민의 안식처이자 유엔군의 활동거점이 됐다. 또한 물류업과 수산업의 보루가 된 국가 재건의 현장이었다. 그런 곳이 비엔날레의 전시장이 된다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한 컷의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어느 날의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 속 제1부두에는 이름 모를 하얀색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그 배들은 암울했던 전쟁의 배경처럼 어두운 회색으로 물든 부산항의 한 가운데에 자리했던, 붉은 십자가 마크를 선명하게 새긴 병원선들이었다. 제1부두는 그런 곳이었다. 이런 얘기가 어찌 제1부두뿐이겠는가. 부산의 원도심과 낙동강 연안에는 부산의 존립과 번영을 상징하고 담아낼 수 있는 수많은 증거와 현장이 남아있다. 다만 존재감이 약하고 그 모습이 쇠잔하여 현재의 우리 관심에서 벗어나 있을 뿐이다.

인류사에 있어 서진운동의 결과는 약육강식이라는 뼈아픈 과정과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픔은 치유됐고 새로운 변화와 부흥으로 나아갔다. 왜냐하면 서진운동은 고착되고 고여 있던 물꼬를 트면서 새로운 사람과 생각을 모으고 융합하는 길을 열어갔기 때문이다. 2022 부산비엔날레가 부산 서진운동의 촉발점이 될 수는 없을까? 단순히 국제행사의 아이템을 넘어, 또한 도시(재)개발의 엉뚱한 도구로 이용되는 악순환을 넘어, 시민문화의 진정한 부흥과 소외된 지역 부활의 르네상스를 이루어가는 기폭제가 되면 좋겠다. 올가을에 을숙도 제1부두 영도 초량에서 펼쳐질 2022 부산비엔날레가 부산 서진운동의 생기로운 담론이 돼 부산의 온 땅에 끊임없는 문화 부흥의 훈풍을 불어다 주길 기대해 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아내 치료에 불만”… 부산대병원 방화 추정 화재로 대피 소동
  2. 2부산 사미헌 갈비탕 휴가철 맛집 급부상…전국 2위는 전주 베테랑 칼국수
  3. 3봄은 갔지만…‘한 여름밤의 꿈’ 다시 꾸는 롯데
  4. 4동백택시 오류 왜 잦나 했더니...GPS '튀는' 사례도
  5. 5미국 대법원, 반세기 만에 '낙태권 보장' 폐기
  6. 6미끼·졸렬·지적질…이준석 vs 윤핵관 갈등 확산
  7. 7금융권 알뜰폰 시장 진입 ‘초읽기’…중소 알뜰폰 업계 강력 반발
  8. 8전력반도체 전문기업 '제엠제코' 부산형 히든테크에 선정
  9. 9미국 총기규제 법안, 의회 극적 통과
  10. 10코로나 신규확진 6790명…해외유입 100명 아래로
  1. 1미끼·졸렬·지적질…이준석 vs 윤핵관 갈등 확산
  2. 2대통령실 “'이준석 대표와 회동' 보도 사실 아냐”
  3. 39대 부산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안성민 추대
  4. 4尹 직무평가 "잘한다" 47%…지난주보다 2%P 하락[한국갤럽]
  5. 5尹대통령, 주52시간 개편론 “아직 정부공식 발표 아냐”
  6. 6민주당 "법사위원장 與 맡는 데 동의...국힘도 약속 지켜야"
  7. 7부산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고교생 토론대회 개최
  8. 8부산 97세대 전재수-김해영, 이재명 대항마로 전대 나설까
  9. 9조순 전 경제부총리 별세…향년 94세
  10. 10"대통령기록물 공개 불가"... 피격 공무원 유족 "文 대통령 고발"
  1. 1부산 사미헌 갈비탕 휴가철 맛집 급부상…전국 2위는 전주 베테랑 칼국수
  2. 2금융권 알뜰폰 시장 진입 ‘초읽기’…중소 알뜰폰 업계 강력 반발
  3. 3전력반도체 전문기업 '제엠제코' 부산형 히든테크에 선정
  4. 4'2022부산브랜드페스타' 24일부터 사흘간 열려
  5. 5제 1021회 로또복권 추첨...1등 21억
  6. 6거래 끊긴 부산... 아파트 매매가 다시 하락으로 전환
  7. 7동남은행 주역, 핀테크 강자로 금의환향
  8. 8역세권·학세권 다 갖췄다…비규제지역 브랜드 아파트
  9. 9'뜨거운 나트랑'...에어서울 에어부산 잇따라 취항
  10. 10e편한세상 에코델타 센터포인트 다음 달 4~5일 청약
  1. 1“아내 치료에 불만”… 부산대병원 방화 추정 화재로 대피 소동
  2. 2동백택시 오류 왜 잦나 했더니...GPS '튀는' 사례도
  3. 3코로나 신규확진 6790명…해외유입 100명 아래로
  4. 4호국영령 기리는 6·25전쟁 72주년 행사, 전국 곳곳서 개최
  5. 5다음 달 함안에서 ‘로멘틱 첼로’ 공연
  6. 6울산 25일 오후 6시까지 229명 확진...누적 38만4669명
  7. 7제72주년 6.25전쟁 참전 유엔전몰용사 추모제
  8. 8하천 출입 원격 제어시스템 일괄 설치 지역업체가 없다
  9. 9부산 장산로 달리던 SUV 넘어져…5명 부상
  10. 10[기자수첩] 경찰과 검찰의 차이
  1. 1봄은 갔지만…‘한 여름밤의 꿈’ 다시 꾸는 롯데
  2. 2Mr.골프 <3> ‘손등’이 아닌 ‘손목’을 꺾어라
  3. 3타격감 물오른 한동희, 4월 만큼 뜨겁다
  4. 4‘황선우 맞수’ 포포비치, 49년 만에 자유형 100·200m 석권
  5. 5롯데 불펜 과부하 식혀줄 “장마야 반갑다”
  6. 6LIV로 건너간 PGA 선수들, US오픈 이어 디오픈도 출전
  7. 7임성재, 부상으로 트래블러스 기권
  8. 8KIA만 만나면 쩔쩔…거인 ‘호랑이 공포증’
  9. 9NBA 드래프트 하루 앞으로…한국 농구 희망 이현중 뽑힐까
  10. 10LIV ‘선수 빼가기’ 맞서…PGA, 상금 더 올린다
우리은행
21대 국회 전반기 PK결산
경남·울산 의원 성적표
21대 국회 전반기 PK결산
부산 의원 성적표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제1부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고?
‘15분 도시’에 대한 작은 요청
기고 [전체보기]
유엔참전용사들은 진짜 부산을 만나고 싶다
미해결 도시안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기명칼럼 [전체보기]
영원한 이웃 불편한 이웃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과 검찰의 차이
조폭 행패가 돈이 되는 세상…법원만 모르나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당신들의 세상이 아니다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Cui bono(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가)
또 다른 팬데믹이 온다는데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영화관을 지켜낼 수 있을까
캐릭터 상수와 ‘어쩌나 정치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길들여 진다는 것에 대하여
태평양 건넌 조선 궁중악사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지방 싫다는 산은, 이것이 분권 이유다
“장난이 아닙니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성추문 ‘초록동색’
청년에게 희망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부산 사는 냉면광의 비애
육회비빔밥
사설 [전체보기]
권력 교체기마다 ‘신·구 기관장 마찰’ 이젠 끝낼 때 됐다
‘유종의 미’란 시의회 막판 연수, 시민 정서 생각해봤나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구가 많아야 부자국가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향후 5년, 새 정부의 과제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역사라는 오답 노트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 리더의 함정에 빠지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탈핵으로 가는 길
빈사의 농촌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 두잉(Do-ing)
승마와 자기 경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민주당, ‘닮은꼴’ 영국 노동당에 배울 점
육법정부, 육법당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마케팅의 미래
와인과 이별
특별기고 [전체보기]
‘국민 언니’의 원조 강수연 배우를 떠나보내며
오시리아 테마파크 개장을 앞두고 /김용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보병과 더불어
엘가와 베르디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청운 강진희의 ‘화차분별도’
임득명의 ‘가교보월’
  • 부산해양콘퍼런스
  • 낙동강 일러스트 공모전
  • 제21회 국제신문 전국사진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