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7월 개통된 경부고속도로(428㎞)는 가히 ‘속도의 혁명’이었다. 그 전까지 편도로 12~15시간 걸리던 서울~부산 길을 4시간 30분으로 단축시켰으니, 천지가 개벽한 느낌이 들만 했다. 한 신문 만화는 그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1950년 장면. “부산 다녀오겠다”는 남편에게 아내는 “감기들지 않게 조심하라”며 보온병을 건넨다. 왕복 교통시간만 하루 넘게 소요돼 감기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개통 당일 장면에선 남편이 손을 흔들며 인사해도 아내는 쳐다보지도 않고 “빨리 다녀오라”고 무심히 대꾸한다.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든 속도 혁명이 안겨준 변화였다.
하지만 그건 부산을 비롯한 지방에겐 축복이자 불행이었다. 수도권 쏠림을 가속화하는 결정적 계기였기 때문이다. 1960년 20.8%였던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1980년 35.5%로 14.7%포인트 급증했다. 1980년과 2000년(46.3%) 사이 10.8%포인트, 2000년과 2022년(50.5%) 간 4.2%포인트 증가를 압도하는 수치다. 2004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부산~서울 교통시간은 3시간 이내로 줄었다. 제2의 속도 혁명이었지만, 그 혜택은 수도권에 더 많이 돌아갔다. 2005년 수도권 인구 비중이 48.2%로 50%를 육박한 것이 그 지표다.
교통 속도와 수도권 집중의 상관관계는 지금까지 간과한 국토균형발전의 중요 과제를 제기한다. ‘시간’이다. 시간도 수도권과 지방에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얘기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교통망 확충으로 수도권 30분, 메가시티 1시간, 전국 2시간 생활권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철도 미운행 지역은 광역버스노선 등을 늘려 수도권을 ‘30분 생활권’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국내 처음으로 메가시티(초광역도시)를 조성하는 부산·울산·경남에도 기존 철도 구간을 고속화하고, 고속도로와 국도를 확충하지만 수도권보다 30분 늦은 ‘1시간 생활권’이다. 30분의 차이는 수도권 쏠림에 무게가 실릴 수 있는 격차다. ‘시간 경영’을 의미하는 ‘시테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시속 1200㎞가 넘는 초고속 교통시스템 ‘하이퍼루프’ 개발 선언으로 속도 혁명을 예고하지 않았는가.
차기 정부는 물론 현 정부도 수도권과 지방의 교통시간 차별을 외면한다. 그건 문제의 본질에 눈을 감는 것과 같다. 시간의 균형 없는 국토균형발전은 불가능하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