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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한국코인 ‘루나’ 쇼크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2-05-15 19:55:3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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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해외에서 들여온 희귀한 튤립이 큰 인기를 끌며 값이 오르자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겼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튤립 값은 일순간 폭락하고 만다. 소포로 배달된 튤립 뿌리를 양파로 오인한 요리사가 식재료로 사용해 버리자, 주인인 귀족은 소송을 건다. 하지만 법원이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거품 경제 현상을 뜻하는 ‘튤립 파동’이다. 최근 가상화폐와 관련한 과열투기 현상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된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지난 4월 14만5000원선까지 치솟았던 ‘루나’의 개당 가격이 지난 6일 10만 원 선으로 떨어지더니 지난 13일엔 0.031원까지 하락했다. 일주일새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셈이다. 지난해 12월 62조 원(테라 23조 원, 루나 39조 원)에 달하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이다. 루나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대표와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의장이 공동 창업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코인이다. 이 회사는 이중토큰시스템을 도입해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T)와 루나를 알고리즘으로 연동해 운영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코인보다 안정성을 높인 것으로 보통 미화 1달러와 1개 코인의 가치를 연동시킨다. 다른 스테이블 코인은 현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한다. 그런데 테라는 안전자산 없이 가격 하락 시 유통량을 줄이고, 상승하면 루나를 사서 가치를 유지하는 구조다.

미국 금리 인상 조치로 금융 시장이 흔들리면서 UST가 1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대량으로 찍어냈다. 루나로 테라를 사들이면서 유통량을 줄여 테라 가격을 올리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루나 가치는 통화량 증가의 덫에 빠지며 폭락했고 테라와 루나를 동반 투매하는 ‘소용돌이 현상’으로 이어졌다.

전 세계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가 루나와 테라에 대해 거래 중단과 상장폐지 조치에 나섰다. 이번 ‘루나’ 쇼크 사태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까지 하락하는 등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국내외 코인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막대한 손실을 입은 개인 투자자들이 정신적 공황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2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강력한 어조로 스테이블 코인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가상화폐 거품이 터지고 환상이 깨지는 것일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투자의 책임은 결국 자신이 지는 법이라는 원칙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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