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북한이 코로나19 유증상자가 크게 늘고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발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악성 전염병의 전파가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동안 북한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자국 정보를 철저하게 통제해왔던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정부는 이번 주 초 북한에 코로나19 방역 및 환자치료 지원을 공식 제의하기로 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코로나19 사태는 악화일로다. 어제 보도에서 북한 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13일 오후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29만6180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1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1만8000여 명의 발열 환자가 발생했고, 13일에는 17만4400여 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정은 집권 10년, 김일성 110회 생일, 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이 겹친 지난달 대규모 무도회와 군중시위, 열병식 등이 잇따라 열린 뒤 코로나19 전파가 전국 단위로 확대됐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아직 군부대 상황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집단생활을 하는 군인들의 감염자 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주민의 백신 접종이 전무한 데다 허약한 영양 상태와 부실한 의료 인프라 등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김 위원장과 지도층 인사들은 자신들의 상비약까지 노동당에 기부한 가운데 지역 전면 봉쇄와 발열 환자 격리 민간요법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강한 조직력과 통제력을 유지하고 방역투쟁을 강화해 나간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등 외부 도움보다는 자체 역량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져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남한은 우선 순위에 두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는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친 후 남북연락사무소 통신을 통해 ‘방역 지원 의사가 있으니 실무접촉을 하자’는 취지의 대북전통문을 보낼 계획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오늘 취임하면 대북 접촉 시도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적 형태를 잇따라 보여왔지만, 우리 정부는 인도주의적인 자세로 대북 지원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겠다. 북한도 우리 정부의 지원 방침을 받아들여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나서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중단된 남북 대화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