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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재생에너지 100%에는 원전이 없다

  •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  |   입력 : 2022-05-16 19:43:1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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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탈탄소의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먼저 유럽의 발 빠른 각성이다. 천연가스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유럽은 러시아가 가스를 끊으면 즉각 위기에 처하기 때문에 3월 8일 ‘EU재동력화(REPowerEU)’라는 에너지 안보 계획에 긴급 합의했다. 2030년 재생에너지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하고, 올해 다양한 천연가스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합의문이 발표되자 4월 7일 독일 신정부는 2035년까지 전기에너지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부활절 계획을 발표했다. 노르웨이도 5월 11일 1500기의 대규모 해양 풍력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의 탈탄소 시간표는 벌써 시작했다.

미국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3월 21일 미국에 상장된 모든 기업에게 기후위험에 대해 공개, 공시할 것을 결정했다. 우리나라 대다수 대기업과 금융지주사도 미 증권시장에서 거래하고 있기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해당 기업의 기후 대응 역량에 따라 향후 투자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는 미국발 탈탄소 시간표라 할 수 있다.

일본은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36~38%로 상향했다. 일본 재생에너지 설치비는 국제가격보다 2~3배 비싸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내 제조업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해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함이다. 2021년 중국은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석탄발전을 넘어섰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나라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은 5월 13일 취임식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가 됐고, 국제적으로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원전 확대 의지를 밝혔다. 이 장관은 원전 확대의 이유를 국제적으로 원전이 재조명되기 때문이란다. 과연 그럴까?

세계 최고의 원전국가인 프랑스는 1월에 원전 5기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멈췄고, 4월에는 최소 6기가 더 멈췄다고 한다(‘로이터’ 보도). 그래서 원전을 운영하는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올해 원전 전력 생산 목표를 10% 낮춘다고 발표했고, 지난 1월 EDF주가가 25% 수직 하락했다. 이것이 유럽에 재조명되는 원전 현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처한 에너지 안보의 방향은 재생에너지를 가리키고 있다. 개발 절차가 10~20년 걸리는 화석연료와 원전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월 유럽연합이 승인한 ‘녹색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를 원전 확대 이유로 들고 있다. 여기에 원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디테일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유럽연합 분류체계는 원전폐기물의 처리와 부지 계획을 보고하고, 기존 및 신규 원전에 사고에 견딜 핵연료(ATF)를 사용하며, 2025년부터 이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녹색분류체계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ATF는 아직 상업화도 안 된 연료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건을 단 유럽분류체계는 ‘원전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보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정부와 업계 모두 이를 충족할 비전과 역량은 없어 보인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원전으로 만든 수출품은 국제사회에서 녹색제품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원전이 문제해결의 열쇠일까?

2021년 9월 KDI 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보고서 ‘RE100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2030년까지 RE100에 실패하면 자동차 15%, 반도체 31%의 수출 감소를 예측한다. 재생에너지 100%를 뜻하는 RE100은 수출에 의존해온 우리 경제 깊숙이 들어와 있다.

RE100에는 원전이 없다. 4월 28일 ‘한겨레신문’과 인터뷰한 RE100 주관사인 ‘더클라이밋그룹’의 샘키민스 대표는 “원전에너지는 RE100 이행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카테고리에 포함되지 않으니까”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탈탄소 시대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고, 우리 정부의 원전 확대는 RE100조차 감당할 수 없다. 이제라도 유럽연합이 그랬듯 우리 정부도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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