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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극초음속 기술 개발자의 슬픔

  • 김진천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  |   입력 : 2022-05-16 19:42:5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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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기쁘다! 그러나 지금은 슬프다.

지난 연말 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부품소재 기술개발사업인 ‘극초음속 추진기관용 초내열합금 분산강화형 소재 및 제조기술 개발’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치열한 경쟁 속에 과제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약 80억 원이 투입되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금속 3D 프린팅 기술을 최첨단 소재와 부품개발에 선도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서 기뻤다.

더구나 개발 부품이 전 세계적으로 군사, 우주산업 분야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는 극초음속 부품이라서 기쁨은 배가되었다. 국가의 소중한 R&D 비용을 5년간 투입하기에 참여기관 모두 책임감으로 연구개발에 정진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주요 뉴스와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주 언급되는 극초음속이란 것이 어떤 기술인가를 알게 되면 사실 과제 선정의 기쁨이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극초음속은 음속(340m/s)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우리가 음속을 극복(초과)하게 되면 초음속 즉 마하(Mach)라고 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기 F22 랩터는 마하 2.4이고, 우리가 개발 중인 KF21은 마하 1.8이다. 통상 여객기는 마하 0.8 정도로 음속을 초과하지 못한다, 그러니 음속을 3~4배 넘는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속도이고 그런 속도를 내는 전투기 엔진에는 극한 소재부품 기술이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 초음속 전투기에 적용되는 소재는 고온소재인 니켈계 초합금이 적용된다. 초합금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다. 추억의 만화 마징가 Z가 초합금 Z로 만들어졌다.

그럼 극초음속은 어떤 속도일까?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음속 즉 마하보다 훨씬 더 높은 속도를 의미한다. 즉 마하 5에서 10정도 혹은 그 이상에 이르는 궁극의 속도이다. 마하 5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1분이면 도달한다. 소재부품의 기술적 한계에 의해 이런 극초음속은 생각(이론) 속에만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기술 한계를 극복하고 러시아에서 무시무시한 미사일 형태로 개발되었다. 바로 킨잘(단검이라는 뜻·마하 10~12)이라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을 개발한 목적은 단순하다. 러시아 미사일을 막아내는 미국의 방어 시스템을 뚫기 위함이다. 즉 치열한 두 강대국의 군사대결 산물이다.

최근 중국도 이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효용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시험개발을 진행했고, 북한도 지난 2월 시험 발사를 강행했다.

문제는 그 무시무시한 기술의 개발이 자신을 단순히 방어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이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이 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효용성이 우수하다는 것이 증명되면 이 기술의 개발은 더욱 확대된다는 것이다. 즉 죽음의 군사무기 개발 경쟁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박사과정에서 나노 구조 텅스텐-구리(W-Cu) 분말 소재를 연구했다. 이 소재는 상업적으로 고전압 스위치나 열방산 재료에 활용되지만 사실 깊게 들어가면 미사일의 관통자 즉 탱크를 폭발시키거나 적군의 기지 벙커를 뚫는 인명 살상용 소재이다.

정말 슬프다. 이번 소재부품 기술개발의 기술적 한계는 더욱 가혹하여 극초음속이 주는 공기마찰열을 극복할 수 있는 1600도에 견디는 세라믹 분산강화형 Ni 초내열 소재를 개발하고 대형부품화의 가능성을 연구하는 것이다.

물론 선한 목적은 우주개발 로켓엔진 부품과 우리들 자신의 방어를 위한 기술개발이지만 개발된 기술이 결국에는 상대편을 파멸시키는 데 사용되면 참으로 슬플 것이다.

많은 과학기술이 당연히 인류 발전을 위해 선하게 개발되었지만 때론 그런 기술이 악의적으로 사용되는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개발 과제 극초음속 부품소재 기술이 영원히 기쁨으로만 존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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