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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5월에 돌이켜보는 민주주의와 지방분권

日외무성 한국정세보고 “韓 중앙집권 철저 영향 지역민 민주화 불붙여”

분권, 여전히 뒷전 밀려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5-18 20:04:0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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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 세력이 광주를 피로 물들였던 그때로부터 4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5월 광주에 대한 역사적 진실 규명작업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만큼 왜곡된 과거사를 바로잡는 것은 지난한 일에 속한다. 최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원회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5·18 항쟁 당시 광주역 앞 민간인 사망과 관련 발포 명령과 명령권자가 담긴 군 보안사령부 문건을 처음 확인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진실 공방만 계속되어오던 역사적 진실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이 뒤늦게나마 드러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어려운 것은 1980년 5월의 광주민주화운동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부마민주항쟁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별반 다르지 않다. 마침 지난해 12월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가 7년에 걸친 진상조사 결과를 종합 정리한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보고서(보고서)가 공개됐다. 관보에 먼저 게재된 이 보고서는 지난 3월 공식 출간됐다. 이로써 부마민주항쟁의 발생 원인과 발단, 시위의 진행 과정과 당시 일어난 국가폭력과 공권력의 불법 행위 등 사건의 진상과 성격이 공식적으로 규명됐다. 그러나 법정 시한에 맞춰 진상조사를 마무리하였음에도 부마민주항쟁의 진상규명이 완전히 이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관련자 조사도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있고, 가해자 또는 진압 주체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부분도 남아 있다. 특히 마산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유치준 씨 사망 사건은 사망 원인과 부마민주항쟁과의 관련성은 밝혀냈지만, 사망 이후 시신 처리 과정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어 재조사가 필요하다. 이처럼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어려운 것은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사실 확인이 어려운 탓도 있지만, 핵심적인 것은 사건 관련 관계기관이나 가해자 측의 자료 은폐와 증언의 거부 때문이다.

이와 별개 문제로 부마민주항쟁과 광주 5·18민주화운동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도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주요 쟁점 사항이다. 실제로 두 사건은 시위 과정이나 계엄령 선포, 시위 진압 목적의 공수부대 투입 등 진압 방식에서 여러 가지 유사한 측면이 발견된다. 두 사건은 1980년 서울의 봄을 사이에 두고 7개월간 지속된 민주화운동의 연쇄적 고리로 연결돼 있다. 두 사건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대규모 민중항쟁이 발생했다는 점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4월 혁명도 그 직접적 발단은 3·15 마산의거였고, 부마항쟁과 광주항쟁 또한 유신정권과 신군부에 대한 지방 시민의 저항이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 연구자가 일본 외무성에서 찾아낸 흥미로운 자료 하나가 눈길을 끈다. 그것은 1979년 재부산일본영사관이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해 작성한 ‘관내정세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인데, 거기에는 ‘한국은 중앙집권이 철저하며 이에 대한 불만으로 최근 지역 지식인들은 지방자치와 함께 민주화를 염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생겼을 만큼 한국은 중앙집권의 오랜 전통을 지닌 나라다. 그러나 그러한 중앙집권의 폐단이 오히려 봉건체제의 위기를 가져와 민중의 봉기가 끊이지 않았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19세기 초 조선 왕실을 위협했던 ‘홍경래의 난’을 비롯해 1894년 동학농민운동으로 이어지는 19세기의 민란 대부분이 중앙권력의 지방 민중에 대한 수탈과 그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역사는 1945년 해방 이후에도 반복되었다.

중앙으로의 과도한 권력 집중이 사회 발전의 장애 요인임은 이미 역사적으로 입증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지금 안고 있는 빈부격차만큼이나 미래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어쨌든 과도한 중앙집권체제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선택해야 할 불가피한 전략은 아닐 것이다. 지난 대선을 뜨겁게 달구었던 부동산 문제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볼 수는 없을까.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급등이 일부 투기 세력의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진단도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장기적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과도한 중앙집권체제의 부산물인 인구의 수도권 집중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즉, 과도한 중앙집권화가 초래한 중앙으로의 지나친 경제력 집중과 이에 따른 수도권으로의 지속적인 인구집중이 부동산 투기와 가격 급등의 근본 원인이 아니겠는가. 한정된 재화에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적 원리이다. 그러나 과도한 중앙집권의 폐해에 대한 정치권의 문제 인식이 부족해서인지 언제부터인가 민주화의 핵심과제인 지방분권 문제는 현실 정치 현안에서 뒤로 멀찍이 밀려나 있다. 중앙권력을 향한 한국 정치의 소용돌이는 여전히 강력해 보일 뿐이다.

홍순권 전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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