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2022년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에서 국악 관련 기준이 현재 초중고 국악 비중 30~40%에서 대폭 축소한 것에 관해 국악계는 강하게 반발하며 ‘국악의 홀대 논란’이 이슈화됐다. 이에 교육부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의 국악 교육에 대한 비중을 예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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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초등학생과 함께한 ‘소리숲 온(라인오)케스트라’ 연주회. |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중에 어린왕자와 여우의 길들이기에 관한 대화가 나온다. 여우에게 놀자고 하는 어린왕자에게 여우는 너에게 길들여지지 않아서 놀 수 없다고 말하며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오다 보면 인식이 생기고,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돼 가는 것이 곧 길들여지는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리고 길들여진 존재는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이고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해주며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음악교육 정책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은 대부분 전통 방식의 교육이 아니라 신학문인 학교 교육을 받고 외국 유학을 통해 공부했던 음악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나라 교육환경이 서구식으로 변하게 됐고, 교실에서 오르간의 반주에 맞춰 배우는 서구식 음악교육이 완전히 고착화하면서 국악은 학교 교육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유럽의 클래식음악 못지않게 왕과 귀족들만의 고급음악인 궁중음악을 지금은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홀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오랜 시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서양음악에 대한 길들여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통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린왕자와 여우로 생각해보면 사람들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전통음악은 세상의 수많은 음악과 똑같은 음악일 뿐이다. 하지만 서양음악은 학교교육에서 교육을 통해 조금씩 길들여지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악 하면 제일 먼저 서양음악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길들여지는 것이 무서운 이유는 우리 머릿속에 인식이나 지각이 일어나면 바뀐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너무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작년에 필자는 초등학생 대상으로 줌으로 악기를 배운 뒤 마지막에 오프라인 연주회를 여는 프로젝트를 함께 했는데, 바이올린 클라리넷 소고 단소를 함께 편성해 다양한 음악합주를 시도했다. 아이들은 악기 장르 구분 없이 그야말로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연주했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공교육 음악교육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음악에 대해 구분 짓기가 아닌 우리 음악과 다른 나라의 음악을 접해보고 즐거웠으면 충분한 것이다. 교실 안 국악이냐 양악이냐 하는 구분 짓기에 의한 길들여지기는 이제 지양해야 할 때가 왔다.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길들여진 인식의 틀을 깨야 할 시간이다.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