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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말은 마음의 소리다

옛부터 인재 뽑기 힘들어…말 속엔 사람 본질 묻어나

선거 때 약속·다짐한 공약, 당선자 실천으로 보여주길

  • 부남철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   입력 : 2022-06-02 00:14:4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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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재위 1567~1608) 임금의 시대에는 인재가 넘쳤다. 조선의 성리학은 퇴계 이황(1501-1570), 율곡 이이(1536-1584)와 같은 최고의 유학자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발전했다. 그렇지만 조정의 관직은 소인배들이 독차지하고 있었다. 임금은 폭군은 아니었지만 늘 간신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에 휘둘리고 있었다. 율곡은 이런 상황을 나라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경장(更張)의 시대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간곡하게 선조에게 진실한 사람을 발탁하라고 권고했다. 선조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어떻게 좋은 인재를 알아본다는 말인가?” 율곡은 이런 말을 했다. “말은 마음의 소리입니다. 그 말을 잘 들어보면 그 사람이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논어’에 군자의 3가지 특징을 말하는 유명한 문장이 있다. ‘군자는 3번 변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자세가 반듯하고, 가까이서 보면 안색이 따뜻하고, 그 말을 들어보면 발음이 분명하다’. 말은 마음의 표현이고, 안색은 마음이 얼굴에 드러난 것이고, 자세는 마음을 몸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말이다. ‘예기’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용모와 신체를 바르게 하고, 안색을 가지런히 하고, 말을 순하게 하라.’

공자는 ‘듣기 좋은 말’, ‘아첨하는 얼굴’, ‘지나치게 공손한 태도’는 거짓이라고 했다. 소인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속이는 말을 하고 억지로 표정을 짓는다. 눈물까지 동원한다. 목적을 쟁취하기 위해 못 할 짓이 없는 자들에게 우는 연기란 쉽고도 효과적인 수단인 것이다.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진심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람을 쓰는 위치에 있는 사람만 관인(觀人)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할 기회를 찾는 사람에게도 자신을 알아줄 진실한 파트너와의 만남이 중요하다. 맹자는 인의(仁義) 정치를 설파하면서 천하를 통일할 위대한 왕을 찾아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가는 곳마다 왕은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면서 공경하는 말로 맹자를 맞이했다. 맹자를 부국강병을 이뤄줄 전략가로 기대했던 왕은 빨리 성과를 보려고 재촉했다. 이들은 어질 인(仁)자를 현실정치에서 실천하여 백성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천하를 통일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맹자는 왕의 권력에 대한 야망을 그 말을 들어보고 이내 알아차렸다. 그리고 떠났다. 떠나는 맹자를 무책임하다고 비방하는 인사들도 있었다. 처음부터 왕이 그런 줄 모르고 왔다면 지혜가 부족한 것이고 자리를 얻으려고 왔다면 권력을 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맹자는 가능성을 보고 왔다가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곤 했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를 바라보니 인군(人君) 같지 않다.” 왕의 모습에서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진실한 마음을 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의 얼굴에서는 외경(畏敬)할 만한 것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왕의 표정을 보고 또한 진실함이 없음을 알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왕이 갑자기 물어보는 말에서 그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히 알았고 그런 다음에 떠나기를 결심했다고 해명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이 강진 유배지에서 자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편지를 보낸 것이 있는데 감동적이다. 단정하지 못한 몸가짐과 엄숙하지 못한 표정을 기억했던 그는 아들에게 이런 것을 특히 경계하라고 서신을 보냈다. “행동과 외모를 단정하게 하고, 안색을 바르게 하고, 말을 순하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학문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면서 이런 3가지 ‘삼사(三斯)’를 명심하기 위해 그것을 서재 이름으로 하라고 했다.

사람의 진심을 알아보는 말 표정 자세 중에서 굳이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말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말은 바로 가슴에서 곧장 나오는 것이니, 말을 싣고 나오는 그 소리의 기운에 그 사람 내면에 있는 것이 함께 묻어서 나온다. 냄새나는 방에 있다가 나오면 몸에서 그 방의 냄새가 나고 향기가 있는 곳에 있다가 나오면 그 향기가 몸에 배어있지 않은가? 진실한 마음이 있어야 감동적인 말이 된다. 말을 잘하는 기술은 다만 기교에 불과하다. 화장품인 것이다. 표현력 향상도 필요하겠지만 말에 담긴 그 바탕과 본질은 결코 감출 수 없다.

대선이 지났고 전국동시지방선거도 끝났다. 정치는 말의 잔치였다. 선택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말을 했던가? 이제 후보자들이 토해낸 약속과 다짐을 실천으로 보여줄 일만 남아있다. 그 말의 거짓과 진실은 임기가 끝날 무렵에 드러날 것이다. 떠날 때 온갖 저주와 욕설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다시 일해주기를 바랄 위대한 공직자로 평가될지는 오로지 그 자신이 했던 말의 실천 여부에 달려있다. 또한, 자기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일할 바른 사람이 필요한데, 공공을 위해 헌신할 현인(賢人)을 구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 말을 잘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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