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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물고기 뛰는 온천천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22-06-02 19:51:2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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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 선수의 세계 제패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요즘 부산 온천천은 물고기들의 높이뛰기 경연장으로 변했다. 팔뚝 만한 큰 물고기부터 새끼손가락 같은 치어에 이르기까지 너도나도 점핑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수면 위로 불쑥 불쑥 솟구치는 물고기가 속출하는 것을 보면, 숭어 잉어 붕어 등 온천천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빠짐없이 점핑에 참여하는 듯하다. 세 번, 네 번 연거푸 뛰는 물고기도 드물지 않다. 팀을 이뤄 아티스틱 스위밍(수중발레)을 하듯이 집단으로 뛰어오르기도 한다. 최대 도약 높이도 어림잡아 1m에 이른다. 물을 박차고 올랐다가 풍덩 풍덩 곤두박질치는 물고기들의 다이빙 소리에 깜짝 깜짝 놀란다. 생명의 약동. 가슴 설레는 즐거운 충격이다.

물고기는 왜 뛰는 걸까. 국립생태원은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에 대해 설명하면서 “숭어가 뛰는 이유는 잘 놀라서이기도 하고, 몸에 붙어 있는 기생충 때문이기도 하다”고 했다. “기생충이 숭어 몸에 붙어 피를 빨아먹고 상처를 내니, 기생충을 떼어내기 위해 팔딱 뛰어오른다”는 것이다. 숭어의 도약이 수중의 용존산소 농도가 낮을수록 잦아진다는 관측 결과를 근거로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려는 행위로 규정하기도 한다. 어떤 이론이 더 타당한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처절한 생존 몸부림이라는 사실이다. 일단 뛰어오르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높이뛰기를 해본 사람이면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 것이다. 물고기의 도약은 그래서 숭고하다.

매년 되풀이되는 온천천의 물고기 떼죽음을 보면 이런 이론들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물고기 집단폐사는 비온 뒤 바닷물이 유입되는 밀물 때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빗물을 타고 온천천에 흘러들어온 오염물질이 밀물로 인해 빠져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수질이 악화되거나 수중 용존산소가 부족해지는 것이 원인이다. 부산시는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4월 ‘물고기 폐사 경보제’를 도입했지만 떼죽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기억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집단폐사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혼탁한 물빛과 악취는 악몽을 호출하는 증인이다. 이들 증인은 수십 년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오늘도 온천천으로 간다. 파드득 파드득 생동하는 물고기의 몸짓을 보기 위해서다. 열심히 살고자 함이, 그리하여 살아 있음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진리를 물고기에게서 배운다. 그 빛나는 생존의 몸부림이 마침내 우리를 정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솟아난다.

이경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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