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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슈링크플레이션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22-06-12 20:00:3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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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국내 과자시장에 과대포장 문제가 불거졌다. 과자가 부서지거나 변질되지 않게 하기 위해 포장지 안에 질소를 주입하는데, 과자량에 비해 포장지가 훨씬 컸기 때문이다. 과자값은 올리지 않는 대신 과자량을 줄여 가격 인상효과를 노리는, 이른바 ‘질소과자’ 판매였다. 당시 제과업계의 이런 상술에 불만을 품은 대학생 2명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질소과자 160봉지를 엮어 만든 뗏목을 타고 한강을 횡단하며 시위를 벌였다. 2020년에는 국내 한 음료회사가 값을 유지하면서 페트병과 캔에 든 음료수의 양을 각각 16.7%와 7.0% 줄이는 방법으로 가격 인상을 시도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상품값은 그대로 두고 용량이나 수량을 줄임으로써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판매 전략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이 고안한 용어로, ‘줄어들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기업이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쓰면 상품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감축해 영업이익과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자주 사용하는 가격 인상 대안이다.

요즘 세계 각국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속출하고 있다. 미증유의 인플레이션이 야기한 원재료값 급등 부담을 슈링크플레이션을 통해 경감하려는 기업의 편법이다. 미국에서는 한 상자에 65장 들었던 소형 크리넥스 티슈가 60장으로 줄었다. 영국 네슬레는 아메리카노 커피 캡슐 용량을 100g에서 90g으로 축소했다. 인도의 세제 업체는 주방용 비누를 155g에서 135g으로 줄였다. 우리나라에도 슈링크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고물가·고환율로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원재료 수입가격이 급상승해 갈수록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어서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가공식품을 많이 소비하는 1인 가구의 피해가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인 가구 비중이 세 가구 중 한 가구꼴로 늘어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상품 용량 등 내용물 표기 의무를 강화해 소비자가 현혹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을 막으려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플레이션의 날개를 꺾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사태의 산물인 만큼, 그래야 비로소 코로나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정쟁에 여념이 없다.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선점하기 위한 내 편, 네 편 가리기보다 더 급한 일은 없는 듯하다.

이경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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