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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지나치지 마라!

‘과유불급’ 동서고금 지혜…시대의 흐름 아랑곳 않고 원칙만 고집하려는 아집, 위기 유연하게 대처 못해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6-22 19:39:0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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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고 로마인들은 ‘ne quid nimis·지나치지 마라’고 하니 동서고금의 지혜가 하나가 아닌가 싶다.

‘지나치지 마라’는 아폴로 신탁소의 돌에 새겨진 문장을 로마의 극작가 테렌티우스가 번역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과잉이 초래할 해악을 경계하는 말이다. 과잉은 악행을 덮으려는 불순한 의도이거나, 공포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려는 어리석은 잔인함이거나, 시대의 흐름을 아랑곳하지 않는 순진한 원칙주의의 아집이다. 어느 것이 되었든 이는 결국 인문 정신에 반하는 몰염치 몰지각 몰인정의 발로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 법치는 극단적 불의다·summum ius summa iniuria’라고 우리에게 전해준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의무론’에서 협정문의 엄정한, 아니 극단적인 해석의 몰염치 사례를 들려준다. 언젠가 스파르타의 왕은 축제 기간을 맞아 30일(日)간 전쟁을 중지하기로 이웃 나라와 맹세로써 약속했는데, 휴전 협정과 맹세를 무시하고 야간에 이웃 나라를 공격하여 도시를 점령했고, 불의가 아니냐는 항변에, 전쟁을 일(日) 간에 중지한다고 하였지, 야간에 중지한다고 하지는 않았다고 답하였다. 일(日)이란 엄밀하고 정확하게 말해 ‘낮’이라는 궤변으로 왕은 그의 악행을 가리려고 했다.

어떤 로마 장군의 극단적 판결은 그 어리석은 잔인함을 폭로한다. 가뜩이나 병사들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것이 사령관을 맡은 로마 귀족들의 상식이었는데, 이 상식에 비추어보아도 그 정도가 심각하다. 병사 둘이 병영을 벗어나 고향에 다녀오게 되었고, 둘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떠나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부대로 복귀하기로 했다. 그런데 만나기로 한 장소에 한 명이 나타나지 않았고, 지체하다가는 탈영의 죄를 받을 것을 두려워한 한 명은 먼저 서둘러 부대로 돌아왔다. 백인대장은 한 명의 미복귀를 보고했고, 장군은 동료를 버리고 혼자 돌아온 병사를 사형에 처하라고 백인대장에게 명령했다. 백인대장은 먼저 복귀한 병사의 사형 집행을 지체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른 한 명의 병사를 기다렸다.

마침내 뒤늦게 나머지 병사도 부대로 복귀했다. 백인대장은 기쁜 마음으로 이 사실을 장군에게 알렸다. 그러자 사령관은 크게 노하며 명령을 즉시 이행하지 않은 죄를 물어 백인대장을 사형에 처했고, 동료 없이 혼자 복귀한 죄를 물어 앞서의 병사를 처결했으며, 뒤늦게 귀대한 병사는 늦은 복귀의 죄를 죽음으로 물었다. 로마 장군은 결국 죄가 크다 할 수 없는 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

기원전 63년 실시된 대선 직후, 집정관 당선인 무레나가 부정선거의 사유로 고발되었다. 로마는 부정선거를 최고 사형으로 다스릴 중범죄로 여겼다. 그런데 무레나는 이듬해의 집정관으로서 중차대한 임무를 맡아야 했다. 소위 카틸리나 탄핵 사건의 후속 조치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부정 선거 때문에 이듬해 패역한 자들을 제압할 능력과 실력을 갖춘 집정관이 자칫 없어진다면, 그래서 패역한 자들에게로 정권의 칼자루가 넘어간다면, 국가에 닥쳐올 위기는 불을 보듯 분명했다.

그런데도 고발자로 나선 스토아 철학자는 사람이 따를 수 없는 완고하고 가혹한 원칙을 내세운다. “모든 범죄는 같다. 모든 범법은 무도한 악이다. 필요하지도 않은데 수탉의 목을 비트는 것은 자기 아버지를 질식시키는 것 못지않은 범죄다.” 우리의 스토아 철학자는 동물 학대와 부친 살해를 동일시하는 극단적인 태도로 선거 유세의 사소한 잘못도 단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며, 사소해도 잘못은 잘못이고, 불법은 불법이니, 당선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스토아 철학은 과잉으로 유명한데, 이들의 과잉을 우리는 역설(para-doxa)이라고 부른다. 흔히 모순이나 불합리, 자가당착으로 번역되는 패러독스는 그 어원에 따라 ‘독사 doxa에 반(反)하다’로 풀이되는데, 여기서 희랍어 ‘독사 doxa’는 상식 세평 공론 민의를 가리키는 말이니, 패러독스는 상식이나 여론 혹은 민의에 거스르는 주장과 견해를 뜻한다. 물론 스토아 철학의 역설이 악행의 은폐나 어리석은 잔인함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들의 과잉은 시대 흐름과 세상 물정에 눈을 감아버린 아집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당선인의 변호를 맡은 키케로는 상식과 관행에 따른 사소한 잘못은 있었지만, 당선을 무효로 할 만큼의 사유는 아니라는 취지의 변론을 펼쳤다. 이듬해의 위태로운 정국을 내다보았던 것이다. 이로써 키케로는 집정관을 지켜냈고, 이후 탄핵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가능했다. 키케로는 그때까지 700년 로마 역사에서 단 두 명에게만 로마와 로마원로원이 허락한 명예, 국부(pater patriae), 그러니까 ‘조국을 지켜낸 사람’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김진식 로마문학 박사·정암학당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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