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가 출범했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길어지고 더욱 성숙해지고 있어 축하할 만하다. 다만, 우리나라 최초의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특별연합)의 근황을 살펴보면 형식상(법·제도상) 설치 이후 별 진전이 없어 아쉽다. 역설적으로, 다른 지역의 ‘다이내믹한’ 활동과 실적을 보면 더욱 그러한 생각이 앞선다.

얼마 전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에 획을 긋게 될 또 하나의 자치분권 실험 적용 도(道)가 선정되었다. 강원도가 고도의 자치권과 규제 완화를 부여받아 ‘강원특별자치도’로 전환되는 근거 법률인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 법률은 지난 6월 10일에 공포되었고, 내년 6월 1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특별연합이 설치된 지 두 달이 지나지 않아, 강원도가 이뤄낸 쾌거에 대해 부러운 것도 잠시, 우려가 앞선다. 부러운 것은 ‘강원특별자치도’가 제주·세종에 이어 세 번째 특별자치시·도가 되는데, 그 특례가 특별연합의 권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강원도에 대한 특례 부여에 더하여,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비수도권 대학 붕괴를 가속화시킬 소지가 큰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 검토를 대통령이 교육부에 지시한 것과 관련해 지역에서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다른 지역은 뭔가 색다른 법·제도적 접근으로 특례를 챙기고,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기조가 발표되고 있는 이러한 판국에 부울경의 현실은 어떠한가. 특별연합을 출범시켜 놓고 정부와 ‘부울경 특별지자체 지원을 위한 협약’까지 체결해 놓고도 삐걱거리는 소리만 나오고 있다.

부울경은 하루라도 빨리 특별연합 설치 후의 후속절차를 이행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수도권 일극집중과 새로운 형태의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에 맞서 단합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지역균형발전 담론 속에서 부울경의 공동 발전과 지역경쟁력 제고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판국에, 서부 경남의 지역균형발전 문제나 빨대효과를 우려해 특별연합의 본격적인 사무 처리와 관련한 속도조절론을 말하고 있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러한 입장은 내 집 정원수에 붙은 불만 끄면 된다는 생각에, 부울경이라는 숲 곳곳에 발생한 화재를 방관하고 있는 안일하고도 안이한 태도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르다’고 하지 않았던가. 부울경 단체장들은 지금까지 선거운동 과정에서 밝힌 견해에 대해 냉철하게 고민해 보고 서둘러 특별연합 추진에 협력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세 분이 서둘러 만나 특별연합의 ‘실질적인’ 출범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 주길 바랄 뿐이다. 부울경 지역을 1시간 생활권으로 만들고 시·도 이관사무와 국가 위임사무를 함께 추진하면서 교류와 소통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지역소멸 위기 시대에 수도권에 맞서 우리 지역의 살길을 찾는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별연합이 본격적으로 사무처리를 개시하려면 당장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특별연합의회를 구성하고, 특별연합의 장을 선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례·규칙 정비와 더불어 사무소의 위치를 확정해서 일할 환경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당장 특별연합을 설치·운영하려는 타지역의 후발주자를 따돌리면서, 새롭게 출발하게 될 강원특별자치도와 규제의 끈을 느슨하게 만들어가는 수도권과 경쟁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같이했으면 좋겠다.

부울경 3개 시장·도지사가 한 테이블에 앉아 이견을 조율하고 향후 얻게 될 이익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까를 논의하며, ‘선(先) 사무처리 개시, 후(後) 조정’과 같은 실리를 좇는 접근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경쟁자는 부울경 중 어느 시·도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이다. 또한 시장·도지사가 힘을 합쳐 부울경이라는 숲을 공동관리하고 더욱 번성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함과 더불어,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에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호’의 진수식을 거행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