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병윤의 대안 모색]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7-07 19:23:2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제가 소서였다. 나무가 짙푸르고 풀들이 무성해지는 절기로, 과일과 소채가 풍성해지며 나락 알이 차는 시기다. 바야흐로 생명이 넘쳐나는 본격적 여름의 초입, 하지만 우리의 들판은 시름에 겹다.

이상기후가 올해엔 극심한 가뭄으로 깊은 상흔을 남겼다. 이른 봄 시작된 긴 가뭄에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농민은 애가 탔다. 하지 전후 수확한 감자가 예년보다 눈에 띄게 잘다. 양파와 마늘도 씨알이 작고, 밭작물들은 땡볕에 잎사귀가 말리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쌀값마저 폭락해 걱정거리를 더한다. 조생종 벼 수확이 눈앞으로 다가오는데 미곡처리장 창고마다 작년에 거둔 벼 가마가 쌓여 있다고 한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쌀값이 16%나 떨어졌다.

시름 깊은 농촌에 또 하나 사나운 태풍이 들이닥치기 직전이다. 이름조차 난해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다. 지난 정부 말기에 가입을 결정했고 윤석열 정부도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확대 등을 명분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일본의 주도로 캐나다 호주 베트남 칠레 등 11개 나라가 협정 맺은 이 경제동맹체는 농수산물과 공산품의 역내관세 철폐, 외국인 투자규제 완화, 이동의 자유화, 데이터 거래의 활성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과 대만이 가입을 신청하면서 전략적 위상이 높아졌고, 우리 정부도 대만에 반도체 시장을 선점당할까 봐 서둘러 가입을 추진했다.

CPTPP 가입이 수출 중심의 제조업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협정국 대부분이 농산물 경쟁력에 우위를 갖고 있어 우리 농업에 치명타를 안긴다는 점이 문제다.

1995년 WTO에 가입하고 2004년 한-칠레를 시작으로 58개국과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 농업은 하루가 다르게 쇠락했다. 그동안 식량자급률은 29.1%에서 19.3%(2020년)로 크게 떨어졌다. 쌀을 제외한 4대 곡물 중 밀 자급률이 0.5%, 옥수수 0.7%. 콩이 6.6%에 그친다. 농산물시장 개방으로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먹거리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식량주권은 실종 상태다. 이 판에 관세철폐율 96%로 사실상 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CPTPP까지 가입한다면 우리 농업은 말살 지경이 될 게 뻔하다.

기후위기 시대 식량문제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다. 지구촌 전역에서 일어나는 기후재앙은 언제 곡물대란을 부를지 모른다. 당장 내일 식량부족 사태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 새 수입 곡물값은 47.2%가 올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수입 밀값은 지난해보다 52.3%나 폭등했다.

돌이켜보면, 우리 농업의 식량 자급 기반이 파괴된 데에는 잘못된 경제정책의 탓이 크다. 지난 시절 경제발전 산업화란 미명으로 농업을 일방적으로 희생시켰다. 1950년대 잉여농산물 수입으로 식량 생산기반이 파괴되고 1960, 1970년대 저곡가-저임금정책은 농촌공동체를 거덜 냈다. 1980, 1990년대엔 공업 중심의 수출정책이 농촌을 후방 보급기지로 만들었다. 이처럼 수출입국과 경제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농업이 천시되고, 그 결과 우리 농업은 빈사지경으로 내몰린 것이다.

문제는 농업이 무너지고 식량 자급력이 훼손되면 국민의 생존과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기후위기 속에 각국이 식량자급을 위해 국가역량을 우선 투입하는 것은 다 그 때문이다. 식량자급률 100%가 넘는 선진국들이 식량안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을 보면 알 일이다. 유럽연합(EU) 국가의 농가들은 소득 70%를 환경직불금 형태로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한때 식량난으로 수천만 명을 희생한 바 있던 중국은 농업 보조금의 집중적 투입으로 식량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농정은 코앞에 닥친 위기조차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 여전히 농업을 경제성장에 별 소용없는, 돈 안 되는 산업으로 치부하며 홀대한다. 그런 가운데 농촌 구성원의 노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농지는 산업용지로 태양광발전단지로, 심지어는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2010년 171만5000㏊였던 농지면적은 2019년 158만1000㏊로 크게 줄어들었다. 조만간에 마지노선인 150만㏊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염려가 나온다.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농업에 대해 정치권은 무관심하다. 정부의 농업정책은 심각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곡물이야 돈만 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다는 단세포적인 사고에 갇힌 채다. 오늘 한국경제를 좌우하는 자본들은 농지를 산업용지로 바꿔 토지효용을 높여야 한다는 망언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그런데 십 년 뒤, 아니 당장 몇 해 뒤 우리의 밥상은 제대로 지켜질까? 기후재앙으로 세계 곡물 수급에 이상이 생긴다면 어떻게 대처할 건가? 수백조의 유보금을 쌓아놓은 재벌에겐 법인세를 줄여주면서도 생존의 기본조건인 농업을 살리는 데는 너무 인색하기만 하다. 우리의 미래가 걸린 식량문제에 대해 국민적인 관심을 모아야 할 때다. 국익을 내세우면서 나라의 근본인 농업의 마지막 숨통을 끊을 CPTPP 가입을 용인하는 어리석음은 결코 범해서는 안 된다.

장병윤 한살림부산 이사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0. 10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한전, 개인정보 유출 1만1000명 추가 “조사 과정서 발견”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8. 8[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