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곡성 멜론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7-17 18:51:3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일본 음식 취재를 위해 일본을 뻔질나게 다니던 시절의 일이다.

수확 직전의 곡성 멜론. 네트가 굵고 촘촘하다.
유명 백화점 식품관에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냉장고에 진열된 머스크멜론을 발견했다. 멜론 한 통의 가격은 2만 엔과 3만 엔. 당시 환율로 20만 원과 30만 원이었다. 대체 어떤 멜론이길래 한 통에 수십만 원에 판매되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감각으로는 쉽게 도전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몇 번을 벼른 끝에 20만 원짜리 멜론 한 통을 구매했다.

멜론에 딱 맞는 크기로 제작된 나무상자에 담고 고운 보자기에 싸서 주었다. 당장 호텔로 달려가 지인과 멜론을 썰었다. 이에 닿는 순간 눈 녹듯 무너지는 부드러운 식감, 주스처럼 입속에 가득 고이는 풍부한 과즙, 어깨가 절로 움츠러드는 달콤함, 그리고 마지막에 은은하게 남는 머스크향. 결국 이듬해에 그 멜론을 재배한 시즈오카현의 농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10년 전 일본에서 경험했던 충격적인 멜론을 다시 만난 곳은 전라남도 곡성군이었다.

곡성군의 멜론은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생산한 멜론의 80~90% 정도에 이르는 맛과 품질을 구현하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곡성군은 전남에서 가장 많은 멜론을 생산한다. 우리나라 전체 여름 멜론 생산량의 15, 16%가 곡성에서 출하된다. 덕분에 곡성에서 멜론은 꽤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작물이다. 수익은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며 자신감의 원천이다.

곡성군 멜론 산업의 중심지인 곡성읍 대평리에 가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공공디자인에서 인테리어 소품에 이르기까지 온통 멜론이 모티브다. 멜론의 고장다운 정체성이 분명했다. 뭐든 분명한 목적을 갖고 전념하면 실력이 느는 법. 정부의 지원금이나 받아 내려고 하는 일과 진심으로 작정하고 덤비는 일은, 한눈에 격차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곡성은 멜론에 정말 진심이다.

일본에서 한 통에 2만, 3만 엔에 팔리는 멜론은 재배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보통 한 덩굴에는 12~18개의 멜론이 달린다. 이걸 주렁주렁 다 키우면 고만고만한 멜론이 된다.

멜론이 아직 작은 열매일 때, 될 놈 한 놈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잘라버린다. 그럼 십여 개의 멜론이 나눠가질 영양분이 한 놈에게 집중된다. 열 명이 넘는 형제의 목숨을 밟고 살아남은 녀석이니 맛이 없을 수 없다. 곡성의 멜론도 이 방식으로 키운다. 그래서 맛있다.

지금은 멜론의 수확 적기다. 가장 맛있는 멜론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시기다. 과일은 이럴 때 먹어야 한다. 좋은 멜론을 고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T자로 자른 꼭지가 신선해야 한다든지, 네트(그물무늬)가 촘촘하고 두꺼워야 한다든지, 꼭지 부분까지 코르크화가 진행되어야 한다든지. 하지만 소비자가 이걸 일일이 따져서 구매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온라인으로 맛있는 멜론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된다.

첫째 개인 판매자든 생산자 조합이든 ‘곡성 멜론’ 판매 사이트를 찾으시라. 둘째 한 통에 2㎏짜리 멜론을 구매하시라. 출하되는 멜론 한 통의 무게는 1.5~3㎏ 정도인데 너무 작거나 너무 크면 맛이 비거나 육질이 무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생산 현지에서는 2㎏ 내외의 멜론을 최상품으로 친다. 모쪼록 올여름에는 ‘곡성멜론’ 꼭 한번 맛보시길 권한다.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그린데이터센터(에코델타시티 내) 입주기업 줄섰다…수도권 포화 반사이익
  2. 2BIFF ‘예매 전쟁’ 첫날 시스템 오류…미리 준비한 관객 오히려 손해 ‘분통’
  3. 3부산형 오페라하우스 만들자 <6> 풀어야 할 과제는
  4. 4“월드컵 우승 아르헨티나…한국은 조별 탈락”
  5. 5인류 구하라…지구 향하는 소행성 궤도 바꾸려 우주선 충돌
  6. 6한발 더 앞서간 이의리, 김진욱의 시간은 올까
  7. 7르노 부산공장 XM3 20만대 생산 ‘재도약 가속페달’(종합)
  8. 8수산강국으로 가는 길 <7> 일본 정책 모방 위기 부른다
  9. 9한국 가곡 100년史를 빛낸 노래들
  10. 10[서상균 그림창] 4苦시대
  1. 1윤석열-이재명 후광 기대 어려워...PK 의원 '동네 다지기' 사활
  2. 2이번엔 한 총리 일본서 조문외교..."재계에 부산엑스포 당부"
  3. 3작년 부산지법 국민재판 인용률 1.8%…전년 대비 6배 이상 감소
  4. 4"부산롯데타워, 랜드마크 걸맞는 디자인 필요" 강무길 부산시의원, 건축사 설문 토대로 시정 질타
  5. 5대통령실 "'바이든' 아닌 건 분명, 동맹 폄훼가 본질"
  6. 6비속어 공방 격화 "진상 밝힐 사람은 尹 본인" vs "자막 조작, 동맹 폄훼가 본질"
  7. 7윤 대통령 '비속어'에 대사관 분주...NSC 살피고 '48초' 해명
  8. 8한 총리, 해리스 부통령과 회담 "IRA 전기차 차별 해소방안 모색"
  9. 9개인정보보호위 부위원장에 부산 출신 최장혁
  10. 10민주당, 박진 외교장관 해임건의안 당론 만장일치 발의
  1. 1그린데이터센터(에코델타시티 내) 입주기업 줄섰다…수도권 포화 반사이익
  2. 2르노 부산공장 XM3 20만대 생산 ‘재도약 가속페달’(종합)
  3. 3수산강국으로 가는 길 <7> 일본 정책 모방 위기 부른다
  4. 4한국, 일본 저인망 타산지석…규제 줄여야
  5. 5주가지수- 2022년 9월 27일
  6. 6대우조선, 한화에 팔린다…인수가 2조 원 헐값 논란
  7. 7센텀2 산단조성 핵심 ‘풍산이전’ 대체 부지 확보 언제쯤
  8. 8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또 연장...방식엔 변화
  9. 9이자부담 '비명' 중기에 다각적인 지원방안 모색
  10. 10유증 성공한 에어부산, 일본 노선 확대로 재도약 나서
  1. 1“한층 수준 높아진 동피랑 벽화 보러 통영 오세요”
  2. 2오늘의 날씨- 2022년 9월 28일
  3. 3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3> 영국 故 조지 얩
  4. 4주정차 단속 알림 서비스 ‘휘슬’을 어쩌나… 고민 빠진 지자체
  5. 5법원 “사하구 폐기물 소각장 증설 가능”
  6. 6부산시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 <하> 다양한 사회 참여 지원
  7. 7엑스포 맞춰 ‘동남권 신교통체계’ 구축 추진
  8. 8하 교육감, 부산교육청 이전 '시의회 패싱' 사과
  9. 9마스크 권고냐 자율이냐…지역축제는 고민중
  10. 10사회적 취약계층에 전세 사기 채무 22억 떠넘긴 60대 구속기소
  1. 1“월드컵 우승 아르헨티나…한국은 조별 탈락”
  2. 2한발 더 앞서간 이의리, 김진욱의 시간은 올까
  3. 3우승 2억7000만 원…KLPGA 상금왕 판도 가를 빅매치 온다
  4. 42022 전국체전 금메달 기대주 <2> 사격 김장미
  5. 5LPGA 10개 대회 연속 무관…한국 선수들 우승가뭄 해소할까
  6. 6[이준영 기자의 전지적 롯데 시점] 포수만큼 급한 유격수, 내년에도 무한 내부경쟁입니까
  7. 72022 전국체전 금메달 기대주 <1> 볼링 지근
  8. 8이강인 써볼 시간 90분 남았는데…벤투 “출전 예측 어렵다”
  9. 9한국 선수들 선전에도…미국, 프레지던츠컵 9연승
  10. 1069대145…여자 농구 대표팀 미국에 완패
우리은행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복지환경위원회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기획재경위원회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제1부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고?
기고 [전체보기]
출발선 다른 청년정신장애인의 지원방향 묻다
사랑니는 꼭 빼야 하나요?
기명칼럼 [전체보기]
네옴시티와 행복도시
약자 복지와 보편적 복지
기자수첩 [전체보기]
표현도 가지각색, 부산 팬들의 뜨거운 롯데 사랑
김해시 현안, 전 시장 일이라도 수습을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민주당, 가망 있을까?
당신들의 세상이 아니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4차 산업혁명과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영화관을 지켜낼 수 있을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새로운 음악생태계 모색
유형과 무형의 문화유산이 만날 때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 조정대상지역 이번엔 해제될까
부산 역사 담은 롯데타워 되길
도청도설 [전체보기]
킹달러
농기계 교통사고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영암 어란
기장군 말미잘탕
사설 [전체보기]
전국 최악 사망통계, 부산시 특단의 대책 마련하라
명분도 절차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산교육청 이전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구가 많아야 부자국가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푸틴, 리더의 함정에 빠지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탈핵으로 가는 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 두잉(Do-ing)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민주당, ‘닮은꼴’ 영국 노동당에 배울 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외로워
인 비노 베리타스, 그리스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국민 언니’의 원조 강수연 배우를 떠나보내며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베토벤의 머리카락
‘보리밭 사잇길로’ 윤용하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명연의 ‘양귀비꽃’
민화에 대한 수상한 시선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