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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의 생각] 민주당, 가망 있을까?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7-28 18:57:3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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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세 아들 스캔들로 꽤나 쓸쓸한 퇴장을 하는 처지였지만 나는 대통령 김대중, 그가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야, 기분 좋다!” 외치며 낙향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서는 행복한 기분이 가득했다. 이제 그만 시달리고 평안한 나날을 보낼 수 있으리라. 비극의 날이 찾아오기 전까지 그 마음은 한결같았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 3개월, 한때 열혈 지지자였던 나는 무언지 모를 분노와 회한에 시달린다. 아예 정치에는 관심을 끊자 다짐하지만 쉽지가 않다. 이 기분을 한마디로 하면 저 혼자 착한 대통령 받드느라 온 지지자들이 별별 수모를 다 겪다가 후사까지 망쳐버린 그런 기분….

돌이켜 볼 때 문재인 정부는 꽤나 억압적인 정권이었다. 검찰총장에게까지 질질 끌려다닌 유약한 정부였는데 웬 억압?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그건 사실이었다. 언론에는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 파산한 사업가, 빚에 허덕이는 서민으로 넘쳐나지만 1990년대 1인당 1만 달러 소득이 현재 3만여 달러에 이르는 동안 자산가치며 실질 소득이 크게 늘어난 사람이 엄청 많다. 큰 부자는 아니어도 웬만큼 살만한 사람들. 돈 좀 모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부동산에 손을 댄다. 그렇게 잘살아 생긴 여력이 죄가 되는 시절이었다. 이름하여 적폐 기득권 반개혁 세력이 되어 불로소득이나 노리는 파렴치한으로 몰리는 일을 겪어야 했다. 게다가 고용인이라도 두는 처지면 울분에 휩싸이는 일이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경영이 악화되거나 도무지 일을 안 하고 못 하는 직원이 있어도 해고할 도리가 없는 것. 노동청 고발에서 별별 시위까지 겪어야 할 일이 두려워 공으로 월급만 줘야 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고용주는 악덕, 노동자는 사회적 약자, 그리하여 ‘해고는 살인이다’ 같은 기이한 구호가 세상을 뒤덮었다. 우리들의 착한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 편이라 하는데 문제는 어디까지가 약자이고 강자인지 터무니없게 모호했다. 적폐청산 구호가 휩쓰는 5년 동안 그 범위가 점점 넓어져 웬만큼 살만하거나 지위가 있으면 적폐 물망에 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 정부 동안 억압의 정점은 도덕적 청결주의였다. 미투운동에서 출발해 버닝썬, N번방 사건까지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성범죄 사건의 연속으로 사적 욕망을 추구하거나 드러내는 것은 철저한 금기가 되었다. 비유컨대 거지가 없으니 북한사회가 우월하다는 식인 건데, 욕망을 아예 없는 것인 양 간주하고 음지로 몰아버리는 것이 이성적 사회였던가. 서구사회가 경험해온 프리섹스 포르노 마약 도박 등에 우리는 다르다 하는 식의 인식이 필요한 것까지는 인정한다. 그러나 모든 술을 금지했던 미국의 체험, 모든 사회적 불순물을 학살의 방법으로 제거했던 나치의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이른바 ‘나쁜 욕망’으로 간주되는 모든 것을 처벌과 국가 캠페인을 통해 배제하고 말살하려는 기도는 사회적 퇴행을 가져온다. 1990년대 한국사회를 뒤흔들며 성숙되던 각종 성담론이 썰물처럼 밀려 나가고 모두가 무성의 존재인 양 가면을 쓰고 사는 모습은 참담했다. 명분 중심의 한국사회에서 매매춘, 포르노, 심지어 리얼돌까지 고독한 사람들의 사적 욕망을 불가촉의 영역으로 만든 것이 문재인 정부였다. 왜 서구와 일본사회에서 이른바 음란물로 간주되는 것들이 존재하고 허용되어야 하는지, 국가가 개입할 수 없는 사적 영역의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토론하는 공간은 전무했다. 그 결과 먹고 먹고 또 먹어대는 풍조가 발생했다. 나는 참을 수 없이 먹고 또 먹는 예능이나 드라마, 먹방 유행을 비참한 한국인의 초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례를 확장하면 한이 없겠다. 모든 것이 대통령 탓이 아닌 것쯤은 안다. 모든 일이 문 정부 시기에 생겨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섬세하게 토론될 사회문화적 의제들이 실종된 가운데 세상을 휩쓴 것은 철 지난 이념 또는 정치적 격투기였다. 극우적 발상의 날 선 고함이 확성기를 통해 광화문 일대와 소셜미디어를 자유롭게 누비는 동안 대통령 지지자들은 반사적 응집력을 갖게 된다. 모종의 통치술이었던 듯하다.

지난 총선 시기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의 원천은 국민의 힘과 동일시된 태극기 부대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도와준 가장 큰 세력은 ‘빨갱이’ ‘종북좌파’ 운운하는 집단이었고 중립적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민주당에 의존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선을 맞아 국민의 힘이 극우와 일정한 거리를 두자 그들은 집권을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하고 비켜 다니기만 했다. 과연 정치와 이념의 아수라장이 펼쳐진 지난 5년 동안 벌어진 사회적 문화적 퇴행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른바 주류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된 사정을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성찰하고 있을까.

예견된 대로 못해도 너무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계속 공략하기만 하면 차기 총선, 대선을 기약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걸까. 나는 일생동안 변함없는 민주당 지지자였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를 꿈꾸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을 둘러싼 어디에도 반성과 성찰의 기색이 없다. 단 1표에 불과하지만 장차 투표 포기자의 대열에 들어설지 모르겠다.

김갑수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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