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부산시 첫 정기인사가 5일자로 이뤄진다. 앞서 시는 박형준 시장 핵심 공약과 여러 현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자 ‘행정기구 설치 및 정원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부산시의회 심의를 거쳤다. 2030엑스포추진본부, 금융 인프라 및 창업 생태계 조성을 관장하는 금융창업정책관 신설과 함께 15분도시기획단이 새로 생겼다. 시정 혁신을 위한 역량 집중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개편했다면 그만큼 적재적소 인사를 기대한다.
짐작건대, 박 시장 마음엔 ‘이제 본격적인 공약 실천’이라는 각오와 걱정이 교차하지 싶다. 엑스포 유치, 가덕신공항 조기 착공,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순항,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이전 등 모두 호락호락한 사안이 아니지만 시민 누구나 당연히 이뤄지리라 여긴다. 그걸 해내라고 시민은 지난 선거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 66.36%를 안겼다. 기대치가 높으니 부담도 크다. 부산 발전과 시민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박 시장 입장에선 시민 지지에 대한 보답이자 ‘다음’을 기약하는 발판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물론 시 모든 직원이 이전과 다른 자세로 열정을 불태워야 할 이유는 이처럼 차고 넘친다.
정작 박 시장이 내세운 첫 번째 공약이 ‘시민행복 15분 도시’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다. 15분 도시는 새로운 비전이다. 기후와 에너지 위기, 사회갈등 위기, 경제복합 위기에 더한 감염병 및 신냉전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발상의 전환이다. 그래서 시민 모두가 어디에 살더라도 지속가능한 삶을 누리는 도시, 걸어서 15분 안에 주거와 일자리와 여가가 이뤄지는 도시로 라이프 사이클의 대전환을 꾀한다. 부산연구원은 ‘부산, 15분 도시’ 연구보고서에서 부산형 15분 도시는 지구생태계 유지에 기여하는 지속가능성, 시민 모두의 삶을 존중하는 공간민주성, 기술과 예술로 창조적 도약을 지향하는 첨단기술성의 세 가지 미래 가치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당한 말이긴 하나 손에 잡히는 이야긴 아니다. 지난 3월 시가 마련한 15분 도시 정책발표회 기억이 새삼스럽다. 따지고 보면 15분 도시는 박 시장이 2021년 4월 보궐선거 때부터 제기한 사안이니 1년 정도 숙성을 거친 셈이다. 이날 정책발표회는 15분 도시 부산 비전과 발전전략 브리핑,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와 박 시장의 공감 토크, 15분 도시 부산 기본구상 용역 중간보고회 등 빡빡하게 돌아갔다. 여기에 참가한 한 간부 공무원과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그는 “이제야 15분 도시의 개념을 제대로 알겠어요. 결국 사람입니다.”
이는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국제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 맥이 통한다. 그는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며 시민 행복과 삶의 질에 초점을 맞췄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 교수인 그는 2016년 15분 도시 이론을 정립했으며,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2020년 이를 재선 공약으로 채택하며 세계적인 흐름을 주도했다.
그렇다면 선도적인 15분 도시 모델인 파리에서 참고할 사항은 무엇일까. 우선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관점이다. 개발 일변도가 아니라 삶의 질로 도시 진화 방향을 잡았다. 또 하나 이를 구현하는 성공적인 모델 제시다. 미니메스 지구가 그 예다. 기존 건물은 복합용도로 재건축하고 주차장은 공원으로 리모델링하며 광장은 교통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재정비해 확산을 시도했다. 더 중요한 건 시민과의 소통이다. 공공 공간인 도로와 광장, 학교를 주민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 바꾸려면 시민과 공감대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모두의 파리’가 가능한 배경이다.
박 시장이나 15분 도시 관계자들이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시 내부에서 15분 도시 개념과 추진 방향을 공유하는데 1년이 걸렸다면 시민 설득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당연하다. 시가 조직을 개편하려할 때 “불명확한 15분 도시 사업을 위해 15분도시기획단을 만들었다”며 “이 사업으로 어떻게 기후 위기에 대응할지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부서를 신설하거나 개편해도 늦지 않다”는 4개 진보정당의 지적을 곱씹어야 한다. 게다가 시는 국토교통부의 초고속 교통 시스템인 ‘하이퍼튜브 기술 개발 테스트베드 공모’에 응모하지 않으면서 박 시장의 대표 공약인 어반루프(도심형 하이퍼튜브)마저 ‘공약’(空約)으로 미뤄두려는 것 아니냐는 야당 비난을 자초했다. 15분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도심 지하를 관통하는 어반루프는 뭔가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래야 ‘그린 워싱’(위장 친환경)이란 의구심을 씻어낼 수 있다.
박 시장이 휴가를 다녀오고 인사 대상자들이 제자리에 적응하는 다음주부터 15분 도시를 다루는 시의 태도가 달라지길 바란다. 시민이 그만하랄 때까지, 제대로!
정상도 논설실장